[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난방공사가 추진하는 ‘수도권 열 네트워크 구축사업’의 윤곽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모두 1조원을 들여 수도권 서북부와 기존 한난 배관망을 연결, 환상망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만일 이 사업이 성사되면 수도권 집단에너지업체 대부분이 단일망으로 연계된다.

아직 기초조사에 불과하지만 회수가능한 열량이 연간 1100만Gcal에 달하고 수요도 700만Gcal를 넘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도 깜짝 놀라고 있다. 공급지역 확대 여부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별도의 열원시설 없이 향후 20년 가까이 지역난방 추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 측면에서도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Gcal당 4만원 중반대에 열을 받아와 6만원 수준에서 공급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놨기 때문이다. 열생산자 입맛은 검증이 필요하지만, 웬만한 사업자 입장에선 기존 생산단가에 비해 훨씬 저렴한 열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산업부와 한난은 수도권 열배관 고속도로에 대해 미이용 열에너지의 정확한 발생규모 및 열수요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열원 활용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경영난을 겪는 민간 집단에너지사업 문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적 측면에서도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에너지절약과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창출에도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모두 군침 도는 내용들인데다 포장하기도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물론 수도권 열배관 고속도로가 제대로 닦여지기까지 아직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회수가능한 미이용 열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부호를 다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너무 ‘이론적 최대치’로만 잡은 것이라는 반응이다. 여기에 수요측면 역시 확정수요부터 모호할 뿐더러 잠재수요는 아예 뜬구름 잡는 식으로 산정했다고 꼬집었다.

집단에너지 내부의견이 여전히 엇갈리는 것과 도시가스업계의 불편한 시각도 넘어야 할 과제다. 산업부와 한난은 개별난방을 잠식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다. 또 도시가스사업자에게도 문호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마음의 빗장을 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열배관망 사업을 주도하는 한난을 비롯해 다른 지역난방 및 도시가스사업자들이 같이 협력하고 참여하지 않는 한 이 프로젝트는 그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일방적인 사업 강행이 아닌 소통과 교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유리해서도, 그렇다고 비빔밥을 만들어서도 안된다.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앞에는 ‘전기’라는 훨씬 더 강자가 버티고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된다. 아니 전기와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여기에 에너지원간 장벽을 허무는 추세는 확산일로다. 영역 지키기와 헤게모니 다툼이 아닌 융합과 협력 아래 미래를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수도권 열배관 고속도로가 과연 에너지 컨버전스를 선도하는 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바로 사업자들의 마음과 자세에 달려 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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