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톤 XL 송유관 건설 허가 지체 원인

[이투뉴스] 캐나다에서 오일샌드 생산이 계속 늘고 있지만 미국 정유소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건설 허가가 지연되자 철도를 이용한 수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년간 환경론자들은 미국 백악관 앞에서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활동을 벌여왔다.이들의 바램대로 송유관이 건설되지 않더라도 양국을 오가는 원유 수송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 회사들은 캐나다 서부에서 미국까지, 심지어 아시아까지 석유를 운송하기 위해 철도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발표된 3개의 대형 적재 터미널 계획이 모두 완공되면 하루 35만 배럴의 운송이 가능하다.

이는 캐나다 알버타에서 미국 걸프만의 정유공장까지 연결되도록 계획된 키스톤 XL 송유관 용량의 40%에 달하는 양이다. 캐나다는 향후 몇 년동안 기차 적재 용량을 현재 하루 18만 배럴에서 90만 배럴로 4배 이상 늘릴 전망이다.

철도를 이용한 연안 정유시설이나 수출기지로 운송하는 경향은 가속화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크게 늘어난 미국 노스 다코타주에서도 송유관 시설로 수송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철도를 선택하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의 석유 회사들은 온전히 석유만 수송할 수 있는 100대의 화물 기차를 대여하기로 했다. 유전에서 정유공장까지 직접 운반함으로써 빠르고 수송비를 보다 낮출 수 있어서다.

현재 노스다코타주에서 나오는 석유 생산량의 4분의 3 이상이 철도로 운반되고 있다. 이 석유는 키스톤 XL로 운반될 예정이었다.

RBN 에너지의 샌디 필든 에너지 부장은 "(철도 수송) 시장은 2012년 갑자기 노스 다코타 주에 20개 터미널이 건설되면서 발생했다"며 "현재 업계가 시류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도 이용이 늘자 원유 운반이 가능한 지역이 대폭 확대되고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이 건설되지 않더라도 계획된 터미널만 모두 건설되면 캐나다는 미국행 수출량을 약 20% 이상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도 수송은 배럴당 약 5달러 이상 추가 금액이 붙지만 석유 회사들은 송유관 건설 허가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에라 클럽의 제스 프렌티스-던 정책 애널리스트는 "(정유 산업은) 포기란 법을 모른다"고 말했다.

캐나다 석유 회사인 체노부스 에너지의 폴 라이머 부회장은 "키스톤 XL 건설 결정이 지체되면서 대안을 동원시키기 시작했다"며 "철도는 우리 산업에 분명한 선택을 가져다 줬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4년 말까지 하루 7000배럴에서 3만 배럴로 철도 원유 수송량을 늘릴 계획이다.

철도는 잠재적으로 캐나다 석유 생산자들에게 중국 등 아시아를 향한 수출길을 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재 미국에 전적으로 수출을 의존하고 있는 캐나다 석유 회사들의 희망이기도 하다.

노르웨이 석유 대기업인 스타토일의 피터 시몬스 대변인은 "판매처를 다양화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며 "우리 회사는 석유를 배에 실어 아시아의 프리미엄 시장까지 운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최근 캐나다 석유 적재 터미널 두 곳을 임대하기로 했다.

미국 워싱턴 주와 오레곤 주에 있는 정유소들과 항구들은 캐나다 중질원유와 노스 다코타 주의 경유를 운반하기 위해 철도를 건설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텍사스에 있는 정유사 테소로와 석유 서비스 회사 사비지는 합작 투자 회사를 만들어 벤쿠버 항구에 1억달러 석유 처리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이 공장은 하루 38만 배럴의 석유를 취급할 계획이다.

올초 캐나다산 석유는 하루 6만 배럴이 넘지 않는 수준에서 철도로 운반됐다. 미국 정유소들의 수용 능력 한계와 오일샌드 수송에 적합한 열차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편 기차 원유 수송으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베니시아시는 지난달 발레로 에너지의 철도 터미널 건설에 대한 허가를 연기하기로 했다.

시는 터미널의 환경 영향 보고서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주민들이 발레로 에너지가 캐나다산 오일샌드 원유를 수입하는데 터미널을 이용할 것이라고 항의한 바 있다.

무엇보다 제일 큰 우려는 철도 수송에 대한 안전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월 캐나다 퀘벡의 한 도시에서 원유를 실은 기차가 탈선해 폭발하면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철도회사가 파산했다.

이달 원유와 액화석유가스를 운반하던 기차가 에드몬튼 서부에서 탈선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기차가 폭발해 화재가 났으며 마을 주민들은 모두 대피해야만 했다.

지난달에는 윤활유과 에탄올, 액화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캐나다 국철회사의 기차가 서스케처원에서 탈선했다. 기름은 농지에 유출돼 인근 농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석유를 철도로 수송하는 것은 송유관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단체의 반대와 정부 허가 문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들은 철도 수송이 각광받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차 선로를 만드는 것이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보다 더 쉽고 빠르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송유관 건설 허가를 받는 것이 수 년이 걸릴 수 있고 반대가 심해 허가를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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