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식 없는 관리사무소가 전담…체계적 관리 미흡
계량기 교체 및 시설 점검 등 법적 의무화 필요성 제기

집중분석 - 지역난방 소비자시설관리 개선방안은?
[이투뉴스] 지난겨울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 모 씨는 한 달 난방비가 56만원이 나와 깜짝 놀랐다. 아이도 없고 부부만 사는 이 집은 날씨가 추워도 22도 정도에 맞춰놓고 살고 있었다. 같은 평수의 옆집은 14만원에 그쳐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관리실 직원은 계량기에 이상이 없다고 확인했다.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유압(정유량)밸브가 고장 났기 때문이다. 사용된 난방수의 양을 재 난방비를 부과하는 유량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고장이다. 난방수는 많이 흘렀지만 실제로 난방에 사용된 열은 그에 비례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계량기는 설치된 지 16년이 지난 유량계였다.

전국의 지역난방 가구는 약 220만. 이 중 60∼70만 세대가 여전히 부정확한 계량이 이뤄질 수 있는 유량계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난방시설들이 고장난 경우에도 각 세대에서는 알기가 어렵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해봐야 직원 역시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문제는 열교환설비를 비롯해 난방·급탕 배관, 세대 계량기 등 아파트 단지 내 모든 지역난방 소비자시설의 경우 입주민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급자는 열교환기 전단까지 공급하면 그 것으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열 및 에너지시설에 대한 별다른 전문지식이 없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열시설을 관리하다보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열요금을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제대로 된 시설물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열손실이 늘어나는 등 에너지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는 열공급만, 2차측은 사용자 자체관리
지역난방 공급회사는 중온수(100℃ 이상)를 아파트 경계(재산한계)까지만 책임진다. 이후 기계실에서 열교환기를 통해 세대까지 공급하는 모든 설비는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즉 100℃이상의 온수를 받아 외기온도에 따라 관리사무소에서 열교환, 난방(60℃이하)과 급탕(55℃이하)을 간접 공급하는 것으로 관리범위가 구분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집단에너지사업법에는 사용전 검사와 공급자 점검 만 규정돼 있을 뿐 소비자시설의 시설점검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말 많고 탈도 많은 열계량기 역시 계량법에 의해 형식승인과 검정을 받은 제품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 의무 교체나 재검정(유효기간 7년)에 대한 강제규정도 없다.

모든 시설관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담당하고 있지만 열관리기능사 또는 에너지진단사와 같이 에너지시설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의 경우 전기 또는 기계담당 직원이 부수적으로 에너지시설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노출 열배관의 보온재나 단열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열손실이 많다. 열교환기의 경우 이전에 비해 세관작업 등을 실시, 관리가 개선되기는 했으나 세대 내 배관이나 계량기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사용자 소유시설의 운영 및 관리부실에 따른 세대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 계량기 고장으로 인한 과계량의 경우 민원이 금방 제기돼 최근 3개월 평균값 내지 전년 동월 검침값, 동일 면적 평균값 등의 요금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계량의 경우 적발이 어려워 단지 내 공용 열요금이 올라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계량 등으로 인한 요금폭탄을 해소하기 위해 유량계가 설치된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스스로 열량계로 교체를 원한다 해도 단독으론 불가능하다. 지역난방회사의 열을 공급받아 이를 아파트 내 전체의 열사용(세대 및 공동사용)으로 요금을 매기기 때문에 함께 교체를 해야 한다.

높은 비용도 지역난방시설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도한 유량흐름을 제어하는 정유량밸브가 달린 열량계의 경우 구입 및 설치비용이 10만∼15만원에 이른다. 결국 아직 열량계로 바꾸지 못해 상대적으로 계량이 정확하지 않은 유량계를 사용하는 세대가 아직도 50만 세대가 훨씬 넘는 실정이다.

◆노후설비 빠른 증가세…개체는 첩첩산중
 국내 지역난방 보급은 1985년 서울시(현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이 당인리발전소(서울화력)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 여의도와 마포지역에 공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초반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역난방 보급이 대대적으로 증가했으며, 최근엔 220만 세대를 넘어서 도시가스와 석유보일러에 이은 세 번째 난방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

즉 초기부터 공급된 아파트의 경우 일부가 재건축 내지 시설개선을 하긴 했지만, 상당수의 경우 25년 넘은 지역난방 설비가 아직 가동되고 있는 등 시설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대규모로 보급된 1기 신도시의 경우 점차 20년이 넘어가면서 시설노후화로 인한 고장 등이 갈수록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지역난방업계는 지역난방 소비자시설 관리를 현재처럼 별다른 전문지식 없는 관리사무소에만 맡겨놓을 경우 고장이나 시설미비로 인한 열요금 분쟁은 물론 민원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보온재 훼손, 관리미비 등으로 인한 에너지낭비 현상도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 상황 하에서는 시설개선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시설에 해당돼, 개체 내지 개선비용 모두를 주민이 한꺼번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노후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장기수선충당금이나 수선유지비 등을 통해 배관 교체 및 열량계 교체를 추진하고 있기는 하나 극히 일부 사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중앙집중 난방방식 공동주택에 대한 난방계량기 등의 설치 기준’이 개정되기 이전까지는 계량기가 세대 재산으로 분류된 곳도 많아 개인이 자비로 교체해야 하는 곳도 적잖았다. 이렇다보니 계량기가 고장이 나도 모른 채 사용하거나,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량기를 임의조작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많은 노후 아파트의 경우 수선충당금이 있어도 써야 할 곳이 많아 적잖은 금액이 소요되는 지역난방 시설에 투자하기 쉽지 않거나 적립금액 자체가 적어 투자가 어려운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일산지역 아파트단지에 근무하는 한 관리소장은 “문제가 많은 유량계를 열량계로 교체하기 위해 비용을 알아보니 세대 당 10만원이 넘어 800세대를 모두 바꾸는데 1억원 가까이 소요돼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털어놨다.

◆계량기 교체 및 시설점검 법제화 필요
집단에너지업계 역시 이 때문에 2차측(소비자시설) 시설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술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시설 점검도 이전에 비해 확대하는 등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객서비스를 증대하는 차원일 뿐 책임소재가 명확한 상황에서 직접적인 도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역난방 소비자시설 관리를 제도적 틀 안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부 방안에 대해선 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지역난방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한 직무능력 강화를 꼽았다. 즉 과거 중앙난방을 하는 아파트처럼 열관리기능사 또는 에너지진단사 등 전문자격을 갖춘 직원 채용을 의무화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시설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장 문제 소지가 많은 난방계량기의 경우 일정기간을 정해 재검정 내지 교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의무기간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다만 열량계의 경우 가격이 비싼 만큼 계량법에 의한 검정유효기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계량기별 고장시기와 횟수 등을 면밀히 조사, 비용대비 효용성까지 감안해 교체주기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사업자의 자율점검에만 맡기고 있는 소비자시설의 법정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입주 이후 일정 시기를 정해 전문기관으로부터 모든 공급시설을 면밀히 진단, 분석해 열공급시설의 유지 및 관리를 체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제대로 된 진단과 점검이 이뤄져야만 문제가 발견된 시설의 보수가 진행돼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집단에너지업체 관계자는 “2차측 시설관리를 이대로 놔둘 경우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정부가 나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한 후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안을 제시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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