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석탄발전 CO₂배출 총량규제 본격화

[이투뉴스] 미국 환경보호국(이하 EPA)이 신규 화력발전소 탄소 배출량에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내놨다. 발전소에 의한 기후 변화를 억제하는 EPA 최초의 규제안이다.

발전소의 탄소 배출은 미국 전체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법안이 가져올 파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PA는 지난 6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한 연설에서 제시한 기한에 맞춰 지난 20일 배출 규제법 초안을 발표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걸쳐 가동되고 있는  석탄 및 천연가스 발전소는 2235개에 달한다. 당분간은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계획이 없다.

법안에 따르면, 신규 석탄화력은 생산전력 1MWh당 이산화탄소 배출 1100파운드로 제한해야 한다. 기존 미국 석탄화력은 1800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탄소포집 기술 없이는 새로운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850MW 이상의 가스발전소는 1000파운드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더 작은 규모의 가스 발전소들은 1100파운드 이상 배출하면 안된다.

기존 천연가스 발전소들은 MWh당 800~850파운드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EPA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석탄화력 발전업계는 이 법안에 준수하기 위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발전소 건설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CCS 기술을 도입한 첫 대형 석탄화력발전소가 미시시피주에서 건설되고 있다. 연방 정부로부터 2억7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이 발전소는 현재 10억달러의 경비를 초과한 상태다.

맥케시 EPA 국장은 "이번 탄소배출 기준은 융통성은 지니고 있으며,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 법안은 차세대 발전소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EPA는 CCS를 도입하면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연간 3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500MW 석탄화력에 CCS를 장착하면 6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10년간 산림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EPA는 현재 운영 중인 발전소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내년 6월 이전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이산화황 등 기타 오염원 배출에 대한 제한은 수년간 준비해오고 있으나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가스에 대한 규제가 먼저 이뤄질 예정이라고 EPA는 설명했다.

데이빗 골드스톤 천연자원보호위원회 대외협력담당은 "신규 발전소에 대한 법안 중 탄소 배출에 제한을 두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존 발전소 규제 법안을 정하기 전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18개월전 EPA는 발전소 규모나 발전원료에 상관없이 배출 기준을 모두 동일하게 정했으나 이번에 다시 수정해 발표했다.

법 전문가들이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소의 배출기준을 정하는데 이용했던 방법론에 의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석탄은 천연가스보다 2배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어쨌든 EPA는 1년 내에 이 법안을 마무리해야한다. 맥케시 국장은 EPA가 받을 모든 의견을 고려해 법안을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의회는 갑론을박
미 하원 에너지·상업 위원회 의장인 프레드 업튼 의원(미시건주, 공화당)은 소속 위원들과 함께 EPA가 발표한 초안을 조사하기 위해 청문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튼 의원은 "(이 법안이 발효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이 엄한 기준들은 사실상 혁신적 신기술 개발과 투자 의욕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악평했다.

석탄 채굴 산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구 의원들도 EPA의 제안에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조 맨친 상원의원(쉐스트 버지니아주, 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연방 정부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하도록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며 "석탄 산업에게 가스산업과 같은 배출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상업적 규모에서 절대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석탄 산업과 우리 경제에 엄청난 손실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소수당 원내 총무인 밋치 맥코넬 의원(켄터키주,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은 석탄 산업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는 켄터키 주민들에게 일자리 전쟁을 의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이 티먼스 전국제조업협회 CEO는 소위 '청정환경법안'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려는 노력을 막기 위해 EPA의 권한에 제한을 둘 것 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티먼스 CEO는 "EPA는 도를 넘어서 이 목적으로 고안되지 않은 법령을 이용해 온실가스를 규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환경 단체와 기후변화를 막고자 노력했던 다른 의원들은 이번 EPA의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탐 카퍼 상원의원(델라웨어주, 민주당)은 "2012년 10월 미 동북부를 강타한 대규모 폭풍 샌디 같은 극심한 기상 악화가 잦아지고 아이들의 천식 발병이 느는 냉험한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며 "오염된 공기가 우리 지구와 공공 건강에 값비싼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상원의 과학교통위원회의 제이 록커펠러 의장(웨스트 버지니아주, 민주당 소속)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제조업자들이 이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청정 석탄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공공-개인 파트너십이 더 많이 이뤄질 때에만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법안은 행동 개시를 요구하고 있다"며 "웨스트 버지니아 주를 비롯한 미 전역은 이번 건보다 더 큰 기술적 난관도 극복한 바 있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존 발전소 배출 규제, 주정부에 위임할 수도
현존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이산화탄소를 포획하고 저장하는 장치를 설치할 필요는 없다고 EPA는 강조했다.

그러나 기존 발전소에 대한 규제는 EPA가 직접 집행하지 않고 주정부 관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정부로 법 집행이 넘어갈 경우 늑장 대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석탄 채굴이 중심 산업이거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일부 주정부들은 기후변화 위협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의 정부 관계자들은 현존 석탄 발전소의 배출규제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대신 풍력과 같은 탄소배출이 없는 발전원을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기준에 맞추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에너지 효율을 통해 전력 수요를 낮추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석탄 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현재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전기료가 매우 낮아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투자나 전기를 덜 사용하려는 의욕을 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 맥케시 EPA 국장은 "현존 발전소에 대한 규제는 '주정부 실행 계획'과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PA는 지난 30년간 각 주정부에 이산화황과 산화질소 등 오염원 규제를 요구했다.

맥케시 국장은 일부 주정부들이 전체 발전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등 효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염원 배출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존 발전소에 대해 EPA가 kWh당 배출량을 제한하거나 주정부들이 배출 한도량을 정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도량을 정할 경우 풍력발전량을 합쳐 맞춰질 수 있으며, 석탄화력을 폐쇄해 얻은 크레딧(REC)을 다른 발전소에 이용할 수도 있다.

앞서 미 의회는 4년전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입법화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에 EPA가 발표한 초안과 더불어 기존 석탄화력에 대한 배출 규제는 거래제 같은 시스템이 지역단위라도 정착될 지 모른다는 전망이 있다.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활성화와 에너지 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배출규제 소식에 석탄주가 추락
가스 가격 하락과 EPA의 규제적 노력은 석탄 회사에 대한 투자 열기를 식히고 있다. 또 발전소들은 노후화된 석탄화력을 폐쇄하거나 가스 화력발전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최대 탄광회사인 피바디에너지사의 주가는 2011년 4월 주당 70달러에서 최근 2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또다른 탄광기업인 아크 코얼의 주가는 같은기간 주당 35달러에서 현재 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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