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나라 선거법은 "뭐 이런 내용까지 법으로 정하나" 싶을 정도로 시시콜콜하다.

선거와 관련해 금품 음식물을 제공받으면 10배 이상 50배 이하의 과태료를 낸다. 과태료의 상한선은 3000만원이다. 단 선거사무실에 방문 시 제공받은 다과류는 무방하다. 다만 3000원 이하에 한한다. 다과류를 받는 것은 사무실에만 가능하고, 주차장은 안 된다.

또하나 있다. 인터넷 머니인 도토리나 음원 제공도 걸린다. 선관위는 이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매선거마다 국민들에게 "실수로 받아도 처벌대상에 해당 합니다" 며 친절하게 알린다.

'실수'는 선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주유업계에서도 최근 '실수' 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유소와 석유대리점 사업자들이 매달 각 협회를 통해 수급상황을 보고하는 중에 단순실수에 따른 오류로 처분받는 과태료가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사업자들의 불만은 적지 않다. 수급보고 과정에서 자칫 경유를 휘발유로 체크하거나, 거래 대리점 코드 번호를 잘못 적거나, 작은 수치 오류 등 간단한 실수의 결과가 100만원에서 1000만원의 과태료 폭탄으로 돌아오기 대문이다. 사업자들이 수급보고를 올릴 때마다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듯 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단순 실수에 대한 과태료 처분은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일선 사업자들의 애로사항을 수용하는 듯한 분위기다. 단순한 오기 관련 과태료 처분을 완화하려 한다는 소식은 더없이 전향적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떻게' 완화하려 할까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단속기관의 한 관계자는 "주유소나 대리점 사업자들의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가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를 갖고 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섣불리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법에 따라서만 처벌한다"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법 개정 시 거짓과 실수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는 이와 다른 듯 하다.

업계에서 산업부에 제출한 건의 내용은 최초 처벌 시 주의나 경고조치 등 가벼운 처벌이 선행되고, 재발 시 과태료 처벌하는 게 골자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한다. 횟수가 아닌 행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도 개선 시 이를 악용해 단순실수라고 둘러대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느 선까지 어떻게 용인할 것인지 설정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물 제공 금지, 선거 사무실에서만 3000원에 한해 다과류를 허용한다는 법규정을 보면서 이렇게 쪼잔(?)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안드는 게 아니다. 하지만 디테일을 챙겨야 사전에 분란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석유 수급보고와 관련한 법규정도 다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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