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공사' 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 건설현장을 가다
여의도 면적 부지서 2016년 2GW급 세계 최대 CFBC 火電 가동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호산리 일대에 조성되고 있는 삼척그린파워 발전단지 전경. 서울 여의도 면적에 2gw규모 세계 최대 초임계압 유동층 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투뉴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강원도 삼척을 "잠시 구경하고 머무르기 좋지만 오래 살 곳은 못된다"고 기술했다. "서쪽의 백두대간이 너무 높아 다른 나라와 같다"고도 했다. 지금도 삼척은 이같은 지리적 특성으로 수도권에서 꼬박 4시간이 걸리는 강원도 최남단이다.

지난달 30일 삼척시 원덕읍 인근 7번 국도. 태백준령을 횡단하는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동해대로를 남하해 호산리 인근에 다다르자, 동해쪽 산능선 위로 고층 콘크리트 구조물 한쌍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발 100m 남짓한 야산을 등지고 삐죽 솟은 구조물은 얼핏 해양리조트 빌딩으로 보인다.

원래 삼척은 양양과 함께 국내 최대 자연산 송이산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0년 대형산불로 고성·강릉·삼척·울진군 일대 원시산림 2만3400ha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과정에 원덕·근덕읍 송이산지 70%도 불에 탔다. 송이채취로 생계를 이어가던 농가들은 시름에 빠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여름 끝자락의 삼척시 원덕읍은 어느 곳보다 활기가 넘친다. 육중한 건설자재를 가득 실은 트레일러가 수시로 도로를 오가고, 인적조차 드물던 소읍은 외지인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남부발전(사장 이상호)이 호산리 일원에 건설하고 있는 2GW급 삼척그린파워가 불러온 변화다.

에너지 생산거점으로 변모하는 강원도 최남단 삼척
취재진을 태운 차량은 우뚝 선 정체불명의 구조물을 향해 내달렸다. '한국남부발전 삼척그린파워건설본부'란 푯말이 등장하더니, 출입통제소를 거쳐 산 능선 정상부에 이르자 카메라로 한번에 담기 어려운 광활한 건설현장이 비로소 그 위용을 드러냈다.

모형보다 작게 보이는 중장비 수백대가 부산스레 부지를 닦고, 신도시 건설 현장을 연상케 하는 수십기의 타워크레인이 긴 팔을 휘저으며 수시로 철골을 끌어 올렸다. 발전소 터빈과 보일러가 들어설 구조물도 수십층 높이의 외형이 완성된 상태다.

전체 부지는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60만㎡. 단일 공사로는 역대 최대인 3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공사다. 울진 방향으로 바라본 현장은 정상부터 해안까지 3단으로 높이가 낮아지는 계단구조다. 윗단이 해발 70m, 그 아래 부지가 40m, 터빈과 보일러가 들어서는 하단이 각각 10m다.

평지가 아닌 산악지형에 발전소가 건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체 면적의 40%를 해안매립으로 확보하는 것도 최초다. 8월 기준 종합 공정률은 54.6%.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삼척그린파워는 오는 2016년 6월 준공돼 수도권과 강원역에 원전 2기 규모의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정상에서 조망한 현장은 2.7Km 폭의 작진항과 호산항 사이 육지를 바다쪽으로 넓혀가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산을 계단식으로 깎아 부지를 확보하되, 여기서 나온 토사로 간척지를 메워가는 방식이다. 토공물량은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의 절반(2320만톤)에 달하고, 매일 투입되는 인력도 2000여명을 헤아린다.

최초의 동해안 간척사업…경부고속道 토공량의 절반
5부 능선을 넘어선 삼척그린파워 현장은 내로라하는 국내 1군 건설사들이 총집결해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 신기술의 경연장이다. 두산중공업과 대림산업, 정상종합건설 등이 대비공사를 맡았고, 대우건설·GS건설·포스코건설·대림종합건설 등이 건설공사를 수행중이다.

여기에 대우건설과 대림종합건설이 방파제를 짓고, 현대산업개발은 연료하역부두를 닦고 있다. 발전설비는 현대건설과 GS건설, 신텍 등이 납품하고 터빈은 도시바와 현대건설이 각각 공급할 예정이다.

1gw급 세계 최대 순환유동층 석탄화력 2기가 들어설 예정인 보일러·터빈 구조물. 자재를 끌어올리는 타워크레인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삼척그린파워는 세계 최대 순환유동층보일러(CFBC)를 채택한 친환경·고효율 석탄화력발전소를 표방한다. 500MW급 CFBC 보일러 2대와 터빈 1기로 조합된 1000MW급 초임계압 유동층발전소 건설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다.

CFBC 보일러는 Kg당 5000~6000kcal 열량을 내는 기존 유연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수급이 용이한 4000kcal의 연료를 사용한다. 고열량탄 대비 연간 30%의 연료비가 절감되고 탈황·탈질설비가 필요없어 건설 및 운영비도 그만큼 아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000억원의 발전원가가 절감돼 발전소 수명기간(30년)까지 약 3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남부발전은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척그린파워는 국내 화력발전소중 가장 운영원가가 낮은 발전소로 등극하게 된다.

의문을 자아냈던 부지 최상부 콘크리트 구조물은 다름아닌 발전소 연돌(굴뚝)로 확인됐다. 그러나 겉만 그럴싸한 연돌로 보면 오산이다. 지상에서 85m(발전설비동 기준 155m) 높이로 솟은 두 구조물 사이엔 직원들이 근무하는 5층 규모의 사무동이 들어선다. 소위 연돌통합형 종합건물이다.

발전소 굴뚝을 사무실과 동해 일출 관광명소로
특히 향후 건설된 두 연돌 사이 구조물은 장래 동해안의 '삼척 9경(景)'이 될 고층 전망대가 자리잡을 예정이다. 남부발전은 이 전망대를 일출이나 동해 조망을 원하는 외부 관광객에 개방하고, 일부 공간은 지역주민의 특산물 판매 등 수익사업을 위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혐오시설로 인식된 화력발전소를 랜드마크 건물로 건립해 관광자원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 소득증대와 상생발전을 도모하는 남부발전의 지혜가 돋보인다.

'세계 최고의 모델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매진한 덕분에 삼척그린파워는 이미 전세계 발전업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착공 이후 자체 출원한 국내외 특허만 100여건을 넘어섰고, 기존 석탄화력 기술을 집대성해 성능을 한단계 끌어올린 1GW급 CFBC설비는 'ATP-1000'이란 상표를 달고 수출을 넘보고 있다.

삼척그린파워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린파워(Green Power)'란 이름에 걸맞게 발전단지 전체를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생산거점으로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남부발전은 방파제 주변에 해상풍력발전단지와 국내 최초의 파력발전소를 건설하고, 부지 경계사면을 태양광발전부지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발전용수는 하상여과수·우수집수시설·해수담수화로 조달하고, 유연탄을 비축하는 저탄장을 옥내화해 석탄이 보이지 않는 친환경 화력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남부발전은 단지내에 합성천연가스(SNG) 생산기지와 바이오매스(우드칩) 유통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김만년 삼척그린파워 건설본부장은 "대내외 에너지시장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신 발전소를 건설해 독자적인 해외수출형 석탄화력 모델 발전소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면서 "지역사회와의 상생과 화합을 통해 이를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삼척그린파워는…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돼 이듬해 8월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10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공사로 2016년 6월 준공 예정이다. 2010년말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2011년 1월 1,2호기 대비공사를 착공했다. 이어 지난해 6월 본공사에 돌입해 올해 2월 보일러 건물 철골입주가 시작됐다. 전체 부지면적의 40%에 해당하는 100만㎡를 해상매립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향후 3,4호기와 기타 에너지 생산설비까지 들어서면 전체 설비용량은 5GW로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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