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몇년간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기를 있는대로 돌리면서 피로에 지친 발전기 때문에 고장으로 인한 손실이 수조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기저발전 고장정지에 따른 전력구입비’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원자력과 화력발전인 기저발전기(생산원가가 저렴해 가장 먼저 또한 오랫동안 가동하는 발전기) 고장일수는 1509일(고장시간 24시간 이내 제외)이다. 이같은 기저발전기 고장으로 한국전력이 LNG 발전이나 유류발전기 전력을 대체 구입하며 지출한 돈이 5조7203억원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기저발전기 정지일수는 전력난이 가중되는 근년에 들어서면서 폭증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44일(1598억원)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766일(2조8856억원)로 급증했으며 금년의 경우에는 벌써 699일(2조6749억원)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고장일수가 이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너무 가혹하게 발전기를 돌리고 있기 때문. 기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최대의 출력을 발휘하면 쉬 피로 현상은 느끼게 되어 있다. 또한 어느 정도 가동하면 정비 및 수리를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마치 자랑이나 하듯이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 출력이 100%를 능가한다는 등 발전기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도 크게 틀리지 않다. 발전기를 풀가동하고 심지어는 출력을 높이다 보니 발전기에 무리가 가게 되고 이는 고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처럼 발전기를 최대로 가동하는 이유는 전력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전력난을 막기 위해 발전기 가동을 가능한한 최대로 높이고 그것도 모자라 산업체의 가동을 피크시간대에 하지 않도록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때 보상금액은 보통 전기요금의 6~7배를 주고 있다. 산업체의 전기 사용을 막고 지불하는 돈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고 있고 올해도 벌써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값싼 전기요금으로 생기는 부작용이 사방군데서 터져 나오는데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을 막고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은 소걸음이다.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파퓰리즘이다. 전기요금을 싸게 함으로써 유권자의 표를 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국민이 그런 피해를 알지 못할 뿐이다. 더욱이 그런 피해를 입는 사람은 대다수 서민이다.

산업체는 공장을 가동함으로써 값싼 전기요금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일반 자영업자들도 문을 열고 영업하는 등 전기 낭비를 일삼고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도 서민층이라기보다는 부유층이다. 답은 뻔하다.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업계나 부유층의 전기사용을 촉진하고 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현행 전기요금 체계의 커다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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