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2012년은 ‘유엔환경계획(UNEP)’ 설립 40주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 ‘브룬트란트보고서’ 발간 25주년이었다. 1972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환경 보존과 경제 발전을 병행하자는 26개 원칙을 천명하고 40년이 지난 지금,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해치지 않고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른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기업의 역할을 다룬 보고서가 최근에 발간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침로 변경(changing tack)’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를 보면, 1972년 38억 인구가 3.6조 달러의 GDP를 생산하였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27ppm이었는데, 40년이 지난 2012년에는 70억 인구가 71.9조 달러의 GDP를 생산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94ppm이며, 하루 1.25달러 이하로 사는 사람이 12억에 달한다고 한다. 빈곤층 숫자는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사람들과 가속적으로 증가하는 이산화탄소의 축적을 지적하고 과연 이 지구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야생생물기금’도 지난 8월 20일을 “지구 과용일 (Earth Overshoot Day)”로 선포했다. 지구가 인간에게 제공할 수 있는 1년 치 자연자원을 다 써버린 날, 즉 그날 이후 연말까지 우리는 쫄쫄 굶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의 엄중함을 반영하여, 73개국 1,170명의 전문가 집단 중 78%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경제 체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앞장서야 할 정부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바닥이라는 점이다. 23개국 일반 대중들의 신뢰도를 보면, 과학 기관(53%), NGO(31%), 글로벌 기업(8%), 정부(8%)의 순이다. 이는 기후변화 협상 등에서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우면서 국제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정부 조직의 무능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보고서는 기업 특히 다국적 대기업의 리더십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며, 수백만을 고용하고 수많은 공급망을 거느리고 있지만, 개별 국가의 간섭은 거의 받지 않고 사업을 하고 있어 갈수록 그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기후변화, 자원 고갈, 인구 증가, 양극화 등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를 수수방관하면,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이 확대될 것이고 결국 이들 기업의 운영에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에, 현재 글로벌 경제체제의 최대 수혜자로서 기업은 그 체제를 유지하고 강화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일이 그 자체로 기업에게 최고의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재의 상황은 암울하고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여 지구의 부담 능력 범위 내에서 성장과 혁신이 이루어지도록 경제체제를 하루 빨리 재편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정상 궤도에 진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조심스런 낙관론을 펴고 있다.

다국적 대기업의 리더십이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불평등한 자원 배분을 부추기는 현재의 경제 체제로부터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거대기업들이 자원 사용을 제약하는 경제체제로 전환에 스스로 앞장설 것인지에 대해서 필자는 회의적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을 통제할 세계 정부의 출현은 당장은 불가능해 보인다. 개별 국가들의 이니셔티브도 현재의 재정적자와 경제불황을 감안하면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 투자자, NGO 등 일반 시민의 각성과 주도가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최근 일부 투자자들은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생물종이나 재생에너지 등 자연 자원의 가격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설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탄소발자국이나 공정무역 제품 여부를 따져가며 구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러한 시민의 노력이 기업과 정부를 압박할 때라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엄중히 고민하고 실천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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