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에 중심이 없다. 폭염속의 전력난과 원전비리 등 풀어야할 현안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하나하나 중대한 문제들이지만 정부나 여당이나 지엽말단에만 맴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할 때부터 나돌던 ‘박근혜정부에는 에너지 정책이 없다’는 비아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올해 제 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도처에서 삐걱대기만 한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이 에너지기본계획 작성을 위한 위원회에 나와 얼토당토하지 않은 얘기를 늘어놓는가 하면 정부 실무자들도 적극적으로 이견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에너지 기본계획의 핵심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원별(源別) 에너지 구성 즉 에너지믹스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바꾸어 말하면 원자력과 석탄화력, 도시가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어떻게 유지하고 갖고 가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봉착해 있으면서도 정부 여당 등 책임있는 자리에 앉아 있는 그 누구도 똑부러진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원자력을 59%까지 갖고 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재작년 터진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근년 들어 불거진 국내 원전비리로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나 여당은 앞으로도 전 정부와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대폭 수정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곧 집권세력의 책임이다.

연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는 전력난 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겪고 있는 전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원가를 밑돌고 있는 전기요금이다. 혹자는 발전소를 제때 세우지 못한 것이라고 호도하기도 하나 누가 뭐래도 전기를 물쓰듯 사용하게 하는 값싼 가격체제가 주범이다. 석탄이나 가스를 원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데는 상당한 손실이 따른다. 그런데도 전기 값이 원료가격과 상관없이 싸니 아무리 발전소를 지어댄대도 공급을 만족시킬 수 없다.

발전소 건설 문제도 과거처럼 녹록하지 않다. 밀양 송전탑 문제만 보더라도 큰 발전소를 지어본들 이를 소비처로 옮기는 송전탑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앞으로도 점점 이같은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설비를 갖추는 것은 무리가 따르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분산형 전원체제가 시급하다고 말들은 하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에너지 문제에 대해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는 역설적으로 최근 상황이 아주 적절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민이 에너지 문제를 체감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실상을 밝히고 진솔하게 여론을 수렴해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의 애매한 태도가 계속 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에너지 정책에 대한 뚜렷한 지침을 주지 않기 때문이란 추측도 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에너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 좌시할 때는 아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