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평균가를 훌쩍 뛰어넘는 고가인데 구매자가 있다니 의심스럽습니다. 누가 사가는 걸까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를 통해 기름을 구입하는 한 주유소 사업자가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한 말이다.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38분과 39분 연속 두 차례 한국거래소에서 리터당 1644원에 50만 리터와 20만 리터의 휘발유가 거래됐다. 당일 오전 시간대의 거래건수는 모두 7건으로, 이 가운데 이 2건을 제외한 매매가격은 모두 리터당 1597원이다.

같은 시간대의 거래임에도 불구 이들 2건은 리터당 48원이나 비싸 사업자라면 구입할 이유가 없는데 매매가 이뤄졌다는데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유 4사가 전자상거래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한달이 지났다. 7월 전자상거래 시장은 종전과는 다른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띈다. 앞서 말한 주유소 사업자의 의혹처럼 경쟁 입찰로 거래되는 와중에 뜬금없는 고가 매수 거래자가 등장했다. 또 현물시장에서 수차례 지적돼온 월말 정유사의 물량 밀어내기가 이곳에서도 재현됐다.

해당 거래에 업계가 주목하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그의 거래’가 곧 ‘나의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 후 평균가격이 오르고, 이후 매도자는 그 가격을 기준으로 물량을 내놔 매수자들은 오른 가격에 거래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실제 한국거래소가 제공한 7월 매도자별 평균가격을 보면 정유 4사 체결가격은 휘발유 1875.4원, 경유 1642.2원으로 수입사의 1836.1원과 1595.1원보다 각각 39.3원, 47.3원 높게 체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매도자와 매수자가 경쟁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하라고 전자상거래를 만들었는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평균가격을 올리기 위해 저지른 행위가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자상거래가격 인상이 정유사 대리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근 전자상거래가격은 정유사 대리점들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때 가격기준 역할을 한다. 즉, 고가로 몇 차례 거래돼 전자상거래 평균가격이 오르면 대리점이 일반주유소들에 높은 가격으로 기름을 팔기 수월해 진다는 것이다.
 
정유사들이 현물시장에서 매번 반복하는 월말 밀어내기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재현됐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4영업일동안 4500여만 리터가 거래됐다. 이는 정유사의 한달 거래량인 7900만 리터의 절반이 넘는 물량이다. 

정유사의 월말 밀어내기는 전형적인 정유사 위주의 공급 방식으로 현물시장에서 주유소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시하는 사안이다.

산업통산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아직 7월 전자상거래 통계가 완료되지 않아 대책 마련을 하지 못했다”며 “이후 현장실태를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 4사의 전자상거래 참여 한 달. 이대로라면 전자상거래를 통해 매매 활성화를 유도하고 가격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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