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사설] 130년 가까이 인류의 밤을 밝혀온 백열전구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다. 인류가 발견한 두번째 불로 불리는 백열전구의 생산 및 수입이 내년부터 전면 금지된다. 백열전구는 1879년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과 영국의 조지프 윌슨 스완이 발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년 후인 1887년 3월 6일 경복궁 안 건청궁에 처음 설치돼 127년 동안 어둠을 밝혀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08년 12월 발표한 백열전구 퇴치계획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백열전구 생산 및 수입이 전면 중단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미 70W이상 150W 미만 백열전구는 작년 1월부터 강화된 최저 소비효율 기준을 적용해 퇴출을 유도했으며 내년 1월부터 나머지 25W이상 70W미만 백열전구의 퇴출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오랜 세월 인류에게 빛을 제공한 백열전구는 전기에너지의 95%를 열로 낭비하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라는 오명에 시달려 왔다. 정부는 이에 따라 백열전구 대신에 안정기 내장형 램프나 LED(발광 다이오드) 램프 등 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광원으로 세대교체할 계획이다.

백열전구와 비교해 안정기 내장형 램프는 66%, LED 램프는 82%의 전기절감 효과가 있다. 연간 전기요금이 백열전구(60W)가 1만4366원인데 비해 안정기 내장형 램프(20W)는 4789원, LED 램프(컨버터 내장형 8W)는 1916원이다. 백열전구가 고효율 조명기기로 완전히 대체될 경우 국가적으로 연간 1800GWh 이상의 전력(50만~65만가구의 연간 전력사용량)이 절감되고 전력부하 감소효과도 20M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ED 등 차세대 고효율광원 기술개발 및 산업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 전기의 태반인 95%를 열로 버리는 백열전구의 전력 과다사용이 문제였는데도 불구하고 퇴출이 늦어진 것은 대체 조명등의 가격 때문이었다. 안정기 내장형 램프는 물론이고 LED 등은 단가가 몇 배가량이나 높다. 그 대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는 LED 램프로의 교체에 큰 유인을 느끼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공공시설에 대해 먼저 LED 램프를 제공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백열전구를 LED 램프로 교체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LED 램프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LED 업계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열전구는 2007년 서방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에너지절약정책의 일환으로 백열전구 퇴출을 결의한 이후 미국, EU, 호주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도 단계적으로 퇴출된다. 이는 국내 업계에게 또 하나의 기회다. 문제는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