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 칼럼] 배탈이란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보다 많이 먹기 때문에 일어난다. 과식을 해서 배탈이 나면 좋은 약을 찾아서 사먹든지, 좋은 병원을 찾아가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현명한 어르신들은 아주 간단한 처방을 해준다. 그것은 음식을 좀 적게 먹거나, 아니면 좀 덜어 두었다가 나중에 먹으라고 하는 것이다. 덜어놓은 음식은 그 다음에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많이 먹은 결과에 따른 대책만을 살피는 것보다는 배탈의 원인을 찾아서 근원적인 처방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책방법을 홍수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홍수란 비가 내려서 흘러가는 양이 하수도에서 빗물을 흘려보내는 능력보다 크기 때문에 일어난다. 홍수가 발생하는 원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비가 많이 오는 것이다. 요즈음은 이상기후 때문에 과거보다 단시간에 더 큰 비가 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하늘의 뜻이므로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두 번째는 비가 더 많이 흘러 내려가는 것이다. 초지가 건물의 지붕이나 아스팔트로 바뀌게 되면 개발하기 이전보다 두 배 이상의 물이 내려가게 되어 이것이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원인은 기후변화에 의해 더 많이 오는 10~20%의 비보다 훨씬 더 양이 많아 심각한 문제를 발생한다. 세 번째는 하수도의 용량이다. 과거 개발시대의 하수도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5~10년 빈도의 강우에 견디도록 만들었으니, 그 이상의 강도의 빗물에는 넘치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을 더 큰 강우에도 버티게 하려면 용량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도시에서 하수도의 용량을 키우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게다가 어느 한 지역의 홍수방지를 위하여 시민의 세금을 쓴다면 나머지 지역에서는 불만의 소지가 있다.

홍수의 대책을 배탈이 안 나게 해주는 현명한 어르신의 의견을 적용해보면 아주 간단하다. 그것은 원인을 해소해주는 것이다. 비가 더 많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개발을 하면서 형질을 바꾸었기 때문에 추가로 내려가는 빗물만 잡아주면 된다. 개발자의 책임으로 빗물을 저류하거나 침투시켜야 하며, 그 시설의 용량은 형질을 바꾸어 더 많이 내려가는 양만 설치하면 된다. 만약, 사정상 그 시설을 만들 수 없다면 부담금을 내도록 하면 된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해결을 하도록 하는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불만이 없다.

수방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 과거의 수방대책은 결과만을 보고 그 대책을 세우는 집중형 시설 위주의 사후처리 일변도였다. 따라서 설계강우보다 더 큰 비가 올 때에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홍수의 근본원인은 개발에 의해 내려가는 빗물의 양이 많아진 것이므로 원인제공자가 스스로 빗물저장시설이나 침투시설을 만들도록 하자. 저장된 빗물은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침투된 빗물은 지하수로 보충되어 후손이 쓸 수 있다. 이것은 분산형 시설이므로 그 규모가 크지 않고, 비용도 적게 들어 단시일내에 설치가 가능하다.

올해도 큰 비에 시내 곳곳에 홍수가 예상된다. 배탈의 원인을 알고 덜 먹도록 하는 현명한 어르신과 같은 처방을 시행하도록 정부당국에 건의한다. 이것은 개발주체가 분산형 빗물관리를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다 더 합리적이고 공평하고, 모두가 행복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