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우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투뉴스 / 칼럼] 공기업들이 주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연일 여론의 도마위에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자원개발 공기업들이 최하위 등급을 받았고, 지난 5년간추진한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에서 대규모 손실이 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난이 높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막대한 부채규모가 거론될 때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자원개발 공기업들의 높은 부채율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동안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대 자원개발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한 액수는 232억달러에 달하나 정부 출자액은 50억달러가 채 안 된다. 그동안의 자원개발 사업들이 대부분 채권발행과 차입을 통해 투자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낳게 한 그동안의 해외자원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도 당연히 높아지고 있다. 자주개발률 지표가 부풀려졌고 목표에 집착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정책들로 말미암아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부실화되었고 공기업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래서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정책의 전환이 요구되고 자원개발 공기업들도 대대적인 자기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패의 원인’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 따르지 않는다면 정책개선, 자기 혁신이 더 큰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5년전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되돌아 볼 때, 당시 국가간 자원확보 경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유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상황에서, 자원개발 투자규모가 현재의 3분의 1도 안되고 변변한 생산광구하나 제대로 갖지 못했던 당시의 우리나라 자원개발 산업 수준을 볼 때 공기업 주도의 대형화 정책은 합리적 선택이었고 국민적 공감대도 충분했다고 본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책실패로 간주되는 것은 정책의 방향보다는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해외 자원개발 투자가 전문적 분석이나 전략적 시각에서 결정되기 보다는 지표나 목표의 달성여부가 우선됐고, 정책이 실현되는 것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정치권의 암묵적 요구, 이 과정에서 공기업들의 조직 키우기 등이 어우러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현재는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전환과 자기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이지만, 연일 쏟아지는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 속에서 자칫하면 전문적인 평가들이 간과되고 표면상으로 나타나는 수치나 과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요소만 부각되면서 정책개선이 또 다른 정책실패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그러면 전문적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자원개발 산업의 특성이 깊이 고려돼야 한다. 자원개발은 장기적 사업이고, 사업 기간 동안 가격이나 환율, 생산량 등에서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서의 손익평가로 부실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 수익률이 사업평가의 중요한 잣대이지만, 사업이 갖는 외부효과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은 자원개발 산업이 초보단계에 있는 상황에서는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력과 광구운영 경험, 생산국이나 해외 유수기업과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은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무형의 자산들이다. 

또한 국민의 혈세가 들어간 공기업들의 자원개발 사업들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내부 정보나 전략적 사안들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해외 기업들과 치열한 광구확보 경쟁을 해야 하는 전투부대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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