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해방지기술의 메카…각종 파일럿 장치 보유

5대 핵심선도기술은 선진국 수준…세계 각국 협력 요청 잇따라
2단계 기술개발 로드맵 구축해 2016년까지 8대 특화기술 도전

 

▲ 광해기술연구소 전경.

[이투뉴스] "엊그제 호주에서 찾아왔습니다. 국내 광해사업단이 해외에 진출할 때 자신들도 함께 가자는 제의를 하더군요.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기술력을 축적, 세계에 진출했더니 여러 국가에서 협력하자는 요청이 많습니다"

 

지난 9일 충남 천안시 성환읍 사방이 논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에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건물 한 채가 보인다. 광해관리공단 광해기술연구소다.

광해기술연구소는 2011년 서울 종로구 광해관리공단 본사 둥지를 떠나 이곳에 자리 잡았다. 커다란 실험장비를 들이고, 현장과 유사한 규모의 실험시설을 설계하는 데 성환읍의 넓은 공간은 제격이다.

광해기술연구소는 이곳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30년 늦게 시작된 광해방지 기술을 단숨에 추격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광해관리공단이 내세우는 5대 핵심선도기술의 경우 선진국과 근접하거나, 이미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 광해관리공단은 현장과 이론이 일치돼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가 하던 광해관리 업무를 모두 인수 받아 우리가 관리합니다. 연구소가 직접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백업하며 기술개발을 하는 것이죠"

운용실태를 설명하는 이진수 지구화학연구팀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 실제로 금광산인 '유일광산'에서 쓰던 장비를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현장 관리에 더해 연구소에는 파일럿 시험설비가 설치돼 있다. 실제 광산에서 쓰던 폐쇄기와 광산배수 자연정화 기술 파일럿 장치, 토양 중금속 안정화 실증시험 등으로 넓은 대지가 꽉 차 보인다.

 

건물 외부로 나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폐쇄기가 눈에 뛴다. 이 장비는 실제로 금 광산인 '유일광산'에서 쓰던 것이다. 비중선별과 자력선별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다. 컨센트레이터에서 대략적으로 커다란 입자를 1차 비중선별 후 걸러지지 않은 것들을 자력선별 장비로 가서 뺀 후 쉐이킹테이블에서 2차 비중선별을 한다.

 

▲ 이진수 팀장이 자연정화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산배수 자연정화 기술 파일럿 설비도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 광산배수 정화사업에 쓰이는 산화침전조, 알카리 공급조, 소택지 등을 규모만 축소해 만들어 나란히 놓았다.

 

자연정화 기술은 오염특성에 따라 박테리아, 중력, 공기, 석회석 등의 천연자원을 이용하는 친환경적, 경제적인 정화기술로 운영 유지비용을 최소화한 정화기술이라는 게 이점이다. 이 기술은 현재 대부분의 국내 광산배수 정화사업에 적용되고 있으며, 동남아 등으로부터 기술도입 요청도 많다.         

한참동안 투박한 시설을 살피던 중 뜬금없이 '농지'가 보였다. 옥수수와 상추 등 농작물들이 뜨거운 햇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언뜻 직원들을 위한 유기농 농작물 생산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양 사업입니다. 광산 지역 밑에 위치한 중금속에 오염된 논이나 밭을 개량, 복원하는 사업이지요. 농지 토양은 유기물, 수분 함량이 높아 앞의 기술처럼 이를 탈탈 털어 뽑아내 중금속을 제거하면 돌가루만 남습니다. 농사를 지을 땅이 못 됩니다" 이진수 팀장의 설명이다.

오염 정도나 비소, 카드뮴, 구리 등 오염 물질의 종류 등에 따라 안정화·개토복원 공법이나 심토반전공법을 이용해 처리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광산지역에 설치해 놓고 2주마다 현장을 방문했지만 이제는 여기 부지에 일부를 두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한다. 이와 함께 기술의 고도화와 장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연구소에 설치된 시험시설들은 연구의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에 더해 교육의 효용도 높여준다. 연구소는 광해 관련 외국 공무원들을 초청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이론 강의 후 반드시 그에 해당하는 현장을 보여준다.

눈으로 본 공무원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이는 해당국으로부터의 사업요청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기술 수출요청이 오고 있다.

연구소가 1단계 기술개발 로드맵에 따라 개발한 5대 핵심선도 기술인 광산배수자연정화기술과 광물찌꺼기 무해화기술, 지반침화 자동화 계측기술, 토양개량 및 안정화 기술, 3차원 광산 GIS 구축기술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소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2단계 기술개발 로드맵을 설정, 2016년까지 8대 특화 기술 정복에도 도전하고 있다. ▶광산배수 세미액티브 처리기술 ▶휴대용 수질관리 측정장치 ▶토양내 석면정화장치 ▶오염토양내 중금속 선별처리기술 ▶팽창-파열주입식 륵볼트 제품 ▶식생매트를 이용한 사면녹화공법 ▶폐광지 특성을 고려한 산림복구 설계 ▶광물찌꺼기 재활용기술 등 모두 8가지 기술이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5대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문뜩 연구소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팀장은 "현재 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30명인데, 이 가운데 절반인 15명이 R&D분야"고 말했다. 그 중 수처리 담당 연구원은 2.5명. 셋 중 한 명은 검정 업무를 겸해서 '0.5'다.

선진국 수준의 기술개발을 목표로 잡고 있는 국내 유일의 광해분야 연구소로서는 연구인력이 너무 적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윤애 기자  paver@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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