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
[이투뉴스 / 칼럼] 1978년 10월 5일 우리나라 자연보호헌장이 제정공포된 날을 기억하는 이는 별반 없는 듯하다. 벌써 35년전 일이니 말이다. 직장마다, 마을마다, 학교마다, 온통 자연사랑 나라사랑구호가 전국을 뒤 덮었으며 산이며 계곡이며 하천은 자연보호운동으로 제법 본 모습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산이나 계곡에서 나무나 물고기를 남획 하였을 때는 사회적 지탄거리였으며 공장에서 몰래버린 폐수의 주인은 언론에 집중조명될 만큼 큰 사회적 문제거리였었다.

중앙정부 부처에 자연보호를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고, 지방 부처에도 담당하는 부서를 둘만큼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던 옛날이야기 같은 옛날이야기다.

당시 자연보호헌장 제정은 세계적인 추세였으며 일본보다는 조금 늦은 시기에 공포됐다.

자연보호헌장을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식 구조의 정립을 전제로 보호의 당위성을 강조했으며, 자연보호 교육의 체질화를 통하여 보전을 앞세운 개발의 논리로써 자연생태계를 유지하며 자연의 파괴와 오염을 미연에 방지하고 또는 복원하고, 그리고 자연정화를 통해 아름답고 쓸모 있는 낙원으로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물려 줄 것을 다짐했었다.

지난 세월 그때 다짐했던 실천항목들을 되새겨보며 어제와 오늘에 있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아직까지 달라지지 않은 사항들은 어떤 것들인지 되짚어보는 시기라 생각한다.

자연보호헌장 전문(前文)에 이은 실천사항 제1항목은 자연보호에 대한 의식구조의 정립을, 제2항목에서는 자연보호 당위성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헌데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는 여전히 뱀집과 개소주, 보신탕집이 번화가의 한가운데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국립, 도립, 군립공원과 외국인이 즐겨찾는 자연경관지에는 아직도 뱀집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도사리고 있다. 아마도 육식(肉食)문화 민족은 동물사랑 습관이 있고, 미식(米食)문화 민족은 동물을 학대하는 습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멧돼지, 노루는 물론이고 너구리 등 야생동물을 밀렵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자연보호에 대한 의식구조 정립은 물론 내면적으로도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음을 느낀다.

실천항목 제3항은 자연보호 교육의 체질화를 내세우고 있다. 영국 사람들에게 자연보호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그것은 곧 우리들이 잘살기 위한 방법인 동시에 풍요로운 생활로 통하는 지름길’이라고 대답한다. 대다수의 온전한 국민은 체질화 되어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실천항목 제4항은 개발과 보전이 공존하는 합리적인 논리로서 자연생태계가 유지될 것을 바라고 있다. 지금도 문제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4대강 사업, 무슨 무슨 특례법에 의한 개발 가능 등 절대적 개발 우선주의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개발로 인해 자연은 그만큼 뒷전으로 밀려나간다는 결론이다. 겉이나 속이나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제5항에서는 온갖 오염과 파괴로부터 미연의 방지를, 그리고 제6항에서는 훼손된 자연을 조속히 복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연환경보전법, 야생생물보호법, 공원법 등의 개정으로 오염과 공해 또는 자연의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여 왔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적이면서 즉시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오염과 관련해서는 날이 갈수록 오염이나 파괴의 단위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이를 대처하기 위한 신속한 법적 대응은 아직도 느리다는 평가다.

대암산 고층습원, 고추냉이, 광릉요강꽃, 늑대, 반달가슴곰 등 자연자원의 복원 활동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전국 도처에서 행해지는 밀렵과 남획을 막지 못하고 방치하는 사례는 국민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제까지 지난 35여년의 발자취를 오늘의 시점에 비추어 보았다. 아무리 꼼꼼히 헤아려 보아도 달라진 것이 별반 없는 듯 하다.

어쨌든 이제는 무엇인가 크게 달라지려고 하는 의욕, 즉 마음의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자연자원이 어느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닌 즈음, 새로운 의식구조의 생성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지혜로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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