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환 카코 뉴에너지 대표이사
일본·미국에 현지 생산공장 설립 검토
"국내 RPS 시장은 최저가 방식 대신 적격 기술평가 필요"

[이투뉴스] 태양광 인버터 전문기업 카코 뉴에너지(대표 김경환)가 태양광 종주국 유럽을 점령하고 그 기세를 모아 일본, 중국, 미국, 아시아 신흥국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연초 일본에 카코 재팬(Kaco japan)을 설립해 아시아시장 공략을 본격화했고 , OCI 400MW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미국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아울러 연내 중국 진출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는 한편 삼성SDI와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연구개발 협력을 계기로 ESS 분야 노하우 확보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카코 뉴에너지는 2007년 R&D전문기업으로 출발해 2011년 '5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달성하고 올해 수주목표 400MW를 향해 쾌속 항진하고 있다. '국내 1위, 세계 3위' 인버터 기업의 CEO 김경환 대표이사를 성남 본사에서 만났다.

"올해 일본시장 수주목표는 100MW입니다. 이 시장을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경환 카코 뉴에너지 대표는 일본 진출과 관련, "이제 막 발을 들여놓은 수준으로,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같은 수주목표를 밝히는 대목에선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카코 재팬은 올초 카코 뉴에너지가 100% 출자에 설립한 일본시장의 전초기지로,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이미 7MW의 첫 실적을 올렸다. 주력 품목은 100∼500㎾급 대형 인버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나선 일본은 태양광 생산전력을 세계 최고수준 가격에 전량매입하는 신재생에너지고정가격매입제도(FIT)를 통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해 신규설치량은 원전 5기에 해당하는 5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본은 여느 해외시장과 마찬가지로 자국산 보호주의로 해외기업 입성이 녹록지 않다. 카코 뉴에너지가 현지기업화를 추진한 이유다.

김 대표는 "현지 시장에 밝은 일본인 전문가를 영입해 다각적인 영업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규모에 비해 수익성 사업개발이 쉽지 않던 미국시장은 이미 진출이 본궤도에 올랐다.

카코 뉴에너지는 지난 3월 OCI의 미국 자회사 OCI솔라파워가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추진하는 400㎿규모 발전사업을 수주해 이미 70MW 물량을 현지로 출하했다. 단일 인버터 수주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중 초기 100MW는 한국서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은 현지 공장을 설립해 납품할 계획이다. 물론 핵심 부품은 계속 한국에서 만든다.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1GW급 성남 공장은 생산량의 80% 이상을 유럽과 미국으로 공급해 왔다. 김 대표는 중국 모 기업과의 현지 조인트벤처 설립 협의가 논의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세계 3대 시장을 로컬 컴퍼니로 공략하되 한국이 전세계 공급망의 허브가 되는 그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진도 분토리에 조성된 태양광발전소에 카코뉴에너지 인버터가 설치됐다.

글로벌 진출 전략에 힘입어 카코 뉴에너지는 올해 1분기까지 연간 매출 목표 600억원(400MW)의 30%가 넘는 200억원을 선(先) 달성했다. 연간 누적 수주물량도 150MW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 인버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약 10%이며, 해외 수출실적은 창사 이래 매년 새 기록을 쓰고 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선 점유율 확대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저가 출혈경쟁이 원인이다. 김 대표는 이를 사실상 최저가 입찰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행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의 문제로 봤다. 또 자칫 저가 저품질 제품이 고품질 제품의 설 자리를 잃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인버터는 발전수익을 좌우하는 설비로 20년 이상의 안정적 성능이 필요하다"며 "가격이 낮다고 선택했다가 추후 문제가 발생하면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입찰은 메이커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제도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적정가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평가를 벌여 선정하는 방식으로 입찰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자사 제품에 대한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모두에서 "경쟁사를 압도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또 경쟁력의 밑바탕은 'High quality, low price(고품질, 적정가)' 정책과 지속적인 R&D투자라고 강조했다. 카코 뉴에너지가 생산하는 500~550k급 주력 모델의 효율은 98.71%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해외 유수 공인 인증기관으로부터 이에 대한 별도인증을 받았다.

앞서 2011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FRT(독일 계통연계 안정화 새 규정) 기능이 내재된 BDEW인증을 획득, 선제적 상품성을 확보했다. 별도의 기술연구소를 두고 인력의 40% 이상을 R&D에 투입한 결과의 하나다. 김 대표는 "카코 인버터가 설치된 곳은 발전소 감리담당자들도 마음을 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의 신뢰가 높다"면서 "독자기술력을 바탕으로 R&D투자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카코뉴에너지의 1mw급 ips(intergrated power station)

카코 뉴에너지는 최근 500kW급 인버터 2대를 스키드(Skid) 위에 병렬로 조합한 '1MW급 옥외형 IPS(계통연계인버터)'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발전사업 대형화를 겨냥한 제품이다. MW급 옥외형 IPSS는 혹독한 자연환경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과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여기에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강력하고 다양한 네트워크 기능 등을 갖췄고 자체 특허인 VSPWM 제어기술을 탑재해 최대 98.69%의 효율을 실현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우리 제품의 장점을 잘 알릴 수 있도록 자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능력과 수율을 높이기 위해 성남 공장을 수도권 인근으로 확장·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카코 뉴에너지 CEO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예상밖 대답이 돌아왔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가 웃는 낯으로 자신만의 경구해석을 설명했다.

"모든 일의 성패가 노력보다 운에 달려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8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기삼(技三)'이고, 그렇게 한 자만이 나머지 7할의 시간동안 운(運)을 기다릴 자격이 주어진다는 뜻입니다. 진정한 '진인사대천명은'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성남=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김경환 대표이사는…]
서울고,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이 대학 대학원에서 전력·전자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 포스콘 기술연구소 등에서 전동기와 제어인버터 등을 국산화한 엔지니어 출신 CEO로 이화전기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2007년 10월부터 카코 뉴에너지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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