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자원환경경제학박사 /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부교수

[이투뉴스 / 칼럼]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담고 있는 5대 비전 중 ‘에너지자립사회 구현’은 가장 앞에 제시된 비전이었으며, 그 대표적인 지표로 자주개발율과 신재생에너지보급률이 선정되었다. 바로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의 정책목표들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중 21세기 들어 가장 각광받은 분야를 고르라면 바로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를 들 수 있다. 둘 다 2000년대 초반에 기본계획이 수립되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후 10여년을 에너지 및 녹색성장분야의 최대 수혜분야가 되었다.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두 분야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80년대 후반 국내 석탄광 합리화 이후 처참하게 바닥으로 떨어진 에너지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공급 중심의 정책이며, 고유가 시대에 각광받는 정책이며, 둘 다 선진국들만이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이다. 이러한 이유로, 둘 다 1, 2차 석유위기 이후 저유가 시대 동안 그리 대접받지 못하다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국정목표와 21세기에 시작된 신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금 주목 받은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는 주로 산업기초기반을 닦는 이른바 ‘양적성장’을 위한 지표들을 내세우고 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 정부 말부터 각종 특혜시비와 성과부족 등을 내세운 비판론이 일더니 새 정부는 두 분야에 대하여 ‘해외자원개발 내실화’와 ‘신재생에너지 산업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즉,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향상을 통한 내실화를 기하겠다는 정책이다.  매우 공감하는 정책방향의 전환이다.

사실 이는 이미 수년전에 시작될 수 있었다. ‘08년 수립된 3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과 ’10년에 수립된 4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의 근간이 되는 기본계획수립 연구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양적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의 전환과 관련된 내용들이 상당 부분 들어 있다.  이들 중 이미 제도화 된 것들도 있는데, 신재생에너지에서는 FIT 제도의 RPS로의 전환이 대표적이며, 해외자원개발에서는 기술경쟁력 중심 민간 중소기업 육성정책인 자원개발기술서비스기업의 육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기존 양적 팽창 정책을 유지하고자 하는 관성은 이들이 신규 분야임에도 매우 강해서, 신재생에너지의 목표가 국내보급률 증대에서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움직이지 못하였으며, 해외자원개발의 목표 역시 지분확보량 중심의 자주개발률에서 탐사성공률이나 이윤율 등 산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들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이 두 분야 모두 그러나 국내 경제발전을 위하여 오히려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이제 기초 육성단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2단계 질적 도약을 마련하는 전기가 새 정부에서 이번에 제대로 마련돼야 하겠다. 올 하반기에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및 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과 5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2단계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과 신재생에너지는 1단계 때와 달리 상당히 다른 길을 가야 할 것 같다.  우선, 세계적으로 해외자원개발에서 경제성을 확보한 기업은 엑손 모빌을 비롯하여 즐비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성공한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의 경우는 실증, 시범사업 확대 등 산업의 경쟁력 및 경제성 확보 방안에 중점을 두고 산업육성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거꾸로, 해외자원개발의 경우는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많아 국제경쟁력 확보가 신재생에너지 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블루오션이라기 보다 레드오션인 셈이다.  따라서 경쟁력 없는 광구를 처분하고 관련회사들이 연계하여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등의 협력사업 추진을 통한 효율적인 규모 확대 방안과 함께 기술서비스업종의 육성 등과 같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통점도 있는데, 둘 다 첨단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셰일가스 등과 같은 비전통자원의 탐사/채굴/운영 기술이, 신재생에너지는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의 개발이 국제경쟁력 확보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기획능력의 부실도 공통적이다. 관련 산업이 취약한 만큼 전문적인 정책기획 및 운영이 필요한데, 둘 다 정책연구분야에서는 낮은 선호도를 보이는 분야이다. 해외자원개발 분야는 특히 문제가 심각해서, 주요 공사들이 E&P 사업 주체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홀해진 공공기능까지는 모두 관장할 전담기관 (가칭 자원개발진흥원 등)의 설립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두 분야 모두 양적인 성과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GDP 규모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는 선진국가들이 대부분이 50%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자주개발률을 가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률 및 수출액 역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더욱 효과적인 산업육성정책을 마련하여야만 에너지 분야 역시 선진국 수준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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