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이하 에관공)이 하는 일이 실제로 많이 퇴색되어 있는 듯하다. 업무는 이래저래 축소, 개편이 불가피한 듯 보인다. 일각에선 에관공이 제구실을 못하니 존립 이유가 없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산자부 내부에서는 “에관공이 그동안 제대로 일해 왔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불만을 공공연하게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직을 와해시켜서는 곤란하다.


최근 에너지자원 R&D전문기관인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설립 형태를 두고 산자부와 에관공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태 배경에는 에너지재단 설립도 뿌리이다. 에관공이 주요업무로 실행했었던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에너지재단으로 사실상 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시 산자부가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을 무모한 민간재단형태로 에관공과 분리한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려고 하고 있다.


애초 평가원은 에관공 산하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될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었다. 그런데 국민세금이나 다름없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손에 쥔 한국전력이 반발하면서 산자부가 민간재단형태의 평가원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에관공 임직원은 그렇게 믿어 왔고 믿고 있다.


평가원 전신인 에너지자원R&D기획원은 에관공 부설기관이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한전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산자부가 한전의 반발을 명분으로 에너지재단과 같은 민간재단형태로 평가원을 설립하겠다고 하니 에관공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에관공은 우리나라 에너지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다. 정부는 국가에너지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고 의결기관으로 삼았다. 산업자원부는 그 정책을 세우는 데 일조한다. 에관공은 그 정책을 추진하는 종합조직이다. 그런데도 산자부가 수족처럼 에너지 정책을 이행하고 관리하는 조직을 와해시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차라리 한 조직에 책임과 의무를 주어 소신있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에너지 부문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 핵심에 있는 에관공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에관공에 무게를 두어 국가 에너지 정책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車) 떼고 포(包) 떼고 할 일 없이 만들어 버리는 것보다 당근과 채찍으로 조직 본연의 업무를 꾸준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가원 설립을 두고 최종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직의 신설과 기능부여는 대국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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