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개수 7%, 처리 물량 8% 규모 성장
정유사 중심 수직계열 구조에 변화 조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선 알뜰주유소 전국 1호점

[이투뉴스] 서울 구로구 온수동에 위치한 알뜰풀페이주유소에 내걸린 싼 가격을 보고 차량이 끊임없이 드나든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지난 7일 이 주유소가 내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54원. 전국 평균인 1994.11원 보다 싸고, 서울 평균인 2079.85원 대비 무려 125원이 넘게 저렴한 가격이다.

석유제품을 싸게 판매한다는 알뜰주유소 설립 취지를 잘 보여주는 현장으로, 알뜰주유소가 주유소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12월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전국 1호점이 처음 들어섰다. 이후 1년동안 숫자가 빠르게 늘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으로 알뜰주유소는 전국 886개소에 달한다. 전국 전체 주유소의 약 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유형별로 보면 자영 알뜰주유소 301개, 도로공사의 알뜰주유소 156개, 농협 알뜰주유소 429개 등으로 나뉜다.

◆기름값 상승 조짐에 진통 속 첫발

알뜰주유소 1호점이 진통을 겪으며 시작할 때만 해도 사실 이 같은 급성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각에서 1호점이 오래 못갈 것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알뜰주유소가 워낙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알뜰주유소 시작은 201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기름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다.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차원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알뜰주유소다.

당초 기존 시장구조에서 가격 하락을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정유 4사를 중심으로 한 가격 결정구조가 공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직접 주유소를 운영해 가격을 최대한 낮춰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물량확보가 쉽지 않았다. 국내 정유사들로 부터 제품을 싸게 사야 하는데, 호의적이지 않았다.

물량공급 입찰이 3차까지 간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권역을 나누는 방식으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최종 낙찰됐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가격 자체가 싸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격을 싸게 내 걸면 인근 주유소폴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해 가격차를 없앴다. 공급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가격으로, 공급가가 낮아지면 주유소도 그 만큼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여론 또한 호의적이지 않았다. 알뜰주유소가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석유 유통시장 개선 신호탄

하지만 알뜰주유소 전환을 신청하는 주유소는 계속 증가했다. 하루 평균 3∼4개소가 전환을 신청했고 한국석유공사는 세심한 조사를 거쳐 이를 허용했다.

이들 주유소가 전환을 신청한 것은 무엇보다 경영 어려움이 그 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유사와의 수직관계에서 피로를 느끼고 있던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시쳇말로 일부 잘나가는 주유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유소는 정유사와의 관계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다. 정유사들이 제시하는 공급가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고, 가격을 모르고 제품을 산 후 사후정산하는 구조다보니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알뜰주유소는 단순히 소비자를 위한 사업만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광의적으로 보면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인 것이다.

지경부에서 판단한 가장 큰 문제점은 시장이 정유 4사를 중심으로 대리점·주유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석유제품 가격 결정과정이 투명하지 않고 정유사·대리점·주유소 마다 가격이 제각각인 것도 수직계열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상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지경부의 가장 큰 목적이고, 알뜰주유소는 그 도화선인 셈이다. 문제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할 물량을 싸게 확보해야 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토탈을 물량공급자로 참여시켰고 해외 정유사를 통해 휘발유를 들여왔다. 최근에는 정유 4사를 대상으로 물량 재입찰에 들어가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첫 알뜰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석유제품 유통시장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정유사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이 두드러진다. 실제 지난 10년간 ±0.8%에서 변하던 정유 4사간 점유율이 작년에는 ±2.3%까지 변동했다.

알뜰주유소가 개수로는 7%, 물량으로는 8%에 이르는 규모로 성장하면서 가격 경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지난 1년간 전국 평균에 비해 휘발유 리터당 약 42원, 경유 약 50원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주변의 평균 기름값을 낮추는 효과를 발휘했다.

◆1년 성적 발판 내실화 추진해야

그렇다고 지난 1년간 제기됐던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알뜰주유소에서 2건이나 가짜석유가 적발됐다. 전체주유소 적발건수 724건에 비하면 0.3%에 불과한 수치지만 품질 관리와 사후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것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1년간 알뜰주유소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가격 안정화를 이끌고 어려운 사업자를 돕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다.

지경부는 앞으로는 알뜰주유소가 국내 석유시장의 주요 사업자로서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1000개 수준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격 안정이라는 공익성과 개별 주유소의 수익성이라는 목표를 균형있게 달성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와 사업의 내실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년동안 실망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알뜰주유소가 유통시장 개선을 위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