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차 설비중 14GW 6개월 이상 지연
지연율 공기업 15.5%, 민자 46.2% 달해

▲ 3~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설비중 준공지연 설비 현황. 당진 9, 10호기의 경우 후속 수급계획서 준공일정이 조정돼 실제 지연기간은 9호기 1년, 10호기 6개월로 확인됐다. 

[이투뉴스] 국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발전설비들이 예정된 준공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6개월은 예사이고 차기 전원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2,3년씩 공기(工期)를 연장하거나 아예 건설계획을 철회하는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수급 여건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상승하는 가운데 이같은 지연·취소 설비 증가는 향후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협하는 복병이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2006년 수립된 3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후 반영된 원자력·석탄화력·LNG복합화력 설비 가운데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건설계획이 철회된 물량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체 반영물량 6만1244MW의 24%에 해당하는 1만4733MW가 준공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 4곳중 1곳꼴이다. 

3~5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된 물량은 원자력 1만8200MW, 석탄 1만8330MW, LNG 2만4714MW 등 6만1244MW. 이중 발전자회사 몫은 4만4321MW이며, 나머지 1만6923MW가 민자사업이다. 이 가운데 지연물량은 공기업분 6900MW, 민자분 7833MW를 포함 무려 1만4733MW에 달한다.

발전원별로는 LNG 7933MW, 석탄화력 4000MW, 원자력 2800MW 순이다. 지연율로 환산하면 공기업 15.5%, 민자 46.2%로 평균 30.85%를 웃돈다. 수급계획대로 전원이 확충될 것이라 믿어선 안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지연사유는 제각각이다. 터빈·보일러 등의 주기기 계약이 지체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역민원에 떼밀려 인·허가나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건설계획서만 들고 안절부절 못하는 사업도 다수다. 일부 프로젝트는 건설의향을 철회하거나 송전망 확보가 여의치 않아 2년을 허송세월한 사업도 있었다.

2005년 건설기본계획이 확정돼 2011년 건설허가를 취득한 신울진 1,2호기는 주기기·건설계약이 차질을 빚어 준공이 계획보다 1년 6개월가량 밀린 경우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야 했다.

이 사업은 계약단계서 난관에 봉착했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최저가입찰을 무릅쓰고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모두 9차례나 유찰사태가 빚어졌다. 주계약 단계만 18개월을 소진했다. 준공시점이 2018년 이후로 미뤄진 것은 물론이다.

글로벌 발전설비업체들의 격전지인 석탄화력 프로젝트도 주기기 계약단계서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경우가 잦다. 2000MW급 당진화력 9,10호기(동서발전)는 주설비 계약 지연으로 하루 수억원의 발전손실을 보면서 각각 1년(9호기), 6개월(10호기)을 끈 지연설비다.

국산설비 사용을 종용하는 정부 측과 설비보증을 원하는 발주처의 이견이 엇박자를 내면서 입찰공고를 내는데만 1년을 끌었다. 진통 끝에 국제입찰로 가닥이 잡혔지만 정작 축포는 해외기업인 히타치·미쓰비씨컨소시엄이 떠뜨리고, 발전사는 상업가동 지연에 따른 손실만 떠안았다.

지역민원으로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발전소 건설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다반사다. 새로 6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설비들도 이 제약에서 자유롭지 않다. 문제가 발생한 사업들은 민자발전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2010년 5차 수급계획에 최초의 민간 석탄화력발전사업으로 이름을 올린 동부발전의 동부그린 1,2호기(1000MW) 사업은 지역사회 반발로 사업허가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1년간 애를 태웠다. 역시 민자사업인 STX에너지의 동해화력 1,2호기(1000MW)도 지역민심을 돌리느라 10여개월을 동분서주했다.

이밖에 오성복합, 포천복합 1호기, 안산복합, 장문복합 등도 민원에 따른 부지확보가 여의치 않아 6개월에서 1년까지 착공이 지연됐고, 양주복합 1,2호기와 송도복합 1,2호기 등은 끝내 이 문제를 풀지 못해 건설을 포기했다.

발전자회사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은 자금활용 등에서 공기업보다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역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반감으로 지역사회 수용성이 떨어져 사업추진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전망 포화로 인한 접속제약은 최근 수면위로 부상한 난제다. 2011년 착공된 GS EPS의 415MW급 부곡복합 3호기는 기존 계통망과의 접속선로 확보에 애를 먹은 경우다. 현대제철이 가설한 기존선로를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었으나 사기업 재산이라 한전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느라 준공이 2년 미뤄지게 됐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전력수요 급증과 적기 공급능력 확충 실패로 중장기적 수급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면서 "송전망 증설과 사전부지 확보 등으로 갈등요인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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