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강희찬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이투뉴스 칼럼 ]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가 천신만고 끝에 2월 7일 열렸다. 당초 2월 1일 개최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었고, 가까스로 6일 후에 열리게 되었다. 전력시장의 민영화 우려 및 전력가격 인상을 통한 민간 사업자, 특히 대기업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됐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일부 동의를 하지만, 여기에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이번에 내놓은 전력수급기본계획(案)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한 국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전력 수요에 대한 시나리오에 입각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의 경제성장률, 하나의 전력가격 인상률을 전제로 전력수요를 예측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불확실성을 일거에 재단해 버린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일 년 내에도 여러 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상황에서, 향후 15년의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3.5%로 하나의 숫자로 설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일 향후 15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을 과대하게 전망할 경우, 전력수요도 그에 따라 높게 설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설정된 ‘목표 전력수요량’은 이미 높게 설정된 전력수요의 절대 감축치인 만큼 이 또한 과도하게 설정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과도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발전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력수요 증가율을 엄격하게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아 이를 바탕으로 전력공급 계획을 잡은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이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보면 전력가격 인상률을 물가인상률의 1/3로 확정짓고 전력수요를 전망하였다. 전력가격 인상분 중 가정부문과 산업부문으로 나누어 어느 부분이 얼마만큼을 담당할지에 대한 구분도 없는 단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물가인상률의 1/3 수준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매우 궁금하다. 최근 전력가격 인상률은 물가인상률을 매번 상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의 인상률이라는 모호한 설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력가격 인상에 대한 장기적인 목표연도와 목표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력시장이 참여자가 많고 경쟁적 시장이라면 목표 가격이라는 것이 의미는 없지만, 한국과 같이 정부의 개입에 의해 전력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국민의 공감대에 따라 최소한 몇 년까지 전세계 수준과 비교하여 얼마만큼을 인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목표치가 확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물가인상률 대비 얼마만큼의 전력가격을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셋째, 한국은 제조업의 부가가치 비중이 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보다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얼핏 보면, 한국의 제조업의 경쟁력이 올라가고, 이를 통해 수출경쟁력도 올라가는 것으로 판단되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 혹은 ‘지속적 성장 속에서도 저탄소형 사회를 이루려는 국가’에서 내놓을 수 있는 자료는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소위 북유럽의 국가들에서 보이고 있는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Decoupling) 특징은 서비스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첨단 제조업 육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서 부가가치 기준, 서비스업의 비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같이 에너지다소비업종을 여전히 국가의 핵심 먹거리로 이어나가려는 국가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산업구조를 계속 제조업 중심, 특히 에너지다소비업종 중심으로 가져갈지, 아니면 몇 년까지 어떻게 저탄소형 경제·산업구조로 개편할지 정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넷째, 발표시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제 올해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나오게 되어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이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하부 계획으로, 국가의 장기적인 에너지 계획인 상부 계획의 큰 틀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그런 상부 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전기수급기본계획을 독자적으로 수립하게 되면, 향후에 상부 계획이 하부계획에 종속되어, 이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라는 큰 틀을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 안정성이라는 다각적인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계획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표시점은 큰 무리가 없는 수준에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2020년 BAU 대비 30%를 고려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전력 공급의 안정적 공급에 지나치게 치우친 나머지 석탄과 LNG 발전 설비 확대가 지나치게 높다. 이에 비해 영국을 예로 든다면, 영국은 향후 석탄발전에 온실가스저장포집기술(CCS)을 함께 설치하지 않을 경우, 신규 석탄발전 설비 설치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전세계의 천명한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전세계의 눈이 한국을 향하고 있고, 한국의 향후 행보 하나 하나에 박수와 야유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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