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용률 2007년比 2.47배 껑충
"기저발전소 증설로 2015년 13% 갈수도"

▲ 연도별 전국 양수발전소 평균 이용률 추이 (2007~2012. 단위 %)  <그래픽-박미경 기자>

[이투뉴스] 양수발전소는 자칭타칭 소방수로 불린다. 전력예비율이 위태로울 때 부족분을 즉각 메워주고 때에 따라선 계통의 주파수와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서다. 최악의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화력발전소 재시동에 필요한 초기 기동전력을 공급하는 비상발전기로도 활용된다. 현재 국내서 가동되고 있는 양수발전소는 7곳 17기로 설비용량은 4700MW(5.7%)다.

이런 양수발전소가 최근 2년간 쉴틈없이 가동되고 있다. 본지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양수발전 가동 현황을 집계했더니 연평균 이용률이 5년새 2.47배나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발전소는 하룻새 7회나 급전지시(전력거래소가 가동을 명령하는 행위)를 받은 곳도 있었다. 3%대 이용률을 두고 '수조원을 들여 건설한 발전소가 놀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게 5년전이다.

27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공받은 2007년 1월~2012년 9월까지의 발전소별 월간 이용률에 7개 양수발전소가 잠정 집계한 지난해 10월~12월까지의 데이터를 추가 반영해 산출한 전체 설비의 연간 이용률은 2007년 3.44%에서 출발해 9.15사태가 터진 2011년 8.9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현재 8.51%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과 비교하면 2011년은 2.61배, 지난해는 2.47배나 가동률이 상승했다. 이같은 수치는 전력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르는 수준이다. 양수발전기의 이론상 최대 이용률은 25%를 넘을 수 없다. 7~8시간동안 물을 퍼올리고, 이를 떨어뜨리면서 가능한 최대 발전시간은 6시간 이내다. 여기에 5년, 2년, 수개월마다 발전기를 통째로 들어나는 전면정비(오버홀)나 부분정비를 해야 하고, 갈수기나 홍수기 때 하부저수지 수량이 모자라거나 넘쳐도 펌핑과 발전에 제약이 따른다.

그럼에도 지난해 8월 예천·청송양수발전소는 각각 15.15%, 13.48%의 기록적인 이용률을, 9.15사태를 목전에 둔 2011년 8~9월에는 무려 23.89%, 20.10%의 역대 최고 이용률을 올리며 '최후의 보루'로 맹활약했다. 비교적 최근에 완공된 이들 발전소의 효율은 각각 84%, 83%로, 80년대 준공된 청평양수(74%) 대비 효율이 높아 다른 발전소보다 우선 가동된다.

박철균 한수원 청송양수발전소 팀장은 "대형 발전소들이 멈춰선 지난해 동·하절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급전지시가 떨어져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 "현재도 일일 3교대로 조를 짜 휴일과 공휴일도 없이 상당히 초긴장 상태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용률 변화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상황은 못된다. 소방수 출동이 잦아진 것은 좋게 해석하기 어려운 이치다. 양수발전 가동이 빈번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수급난과 수급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뜻이다. 양수발전 이용률 상승의 역설이다.

양수설비는 예비율이 바닥났을 때는 물론 한번 발전을 시작하면 일정기간 발전중단이 어려운 원전이나 화력설비 증가에 비례해 이용률이 상승한다. 주·야간, 시간대별 수요-공급 불일치 현상을 완충해 줘야 계통의 주파수와 전압이 일정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향후 양수이용률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이유다.

이용규 한수원 양수처 양수운영팀장은 "적어도 1000MW 수준의 양수발전소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 수급계획상 2024년까지는 발전소 증설계획이 없다"면서 "기저발전기 증가에 따라 기존 양수발전소의 이용률이 2015년부터 12~13%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