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 시네마테크협의회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투뉴스] "올해는 기자회견도 없어서 영화제를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어김없이 올해도 1월 17일부터 열립니다."

지난 6일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기자회견이 없는 이유도 궁금했고, 소식을 기다릴 사람들도 머릿속을 스쳤다. 기자들을 부르지 않는다면 먼저 찾아가기로 했다.

◆ 문화예술 죽이는 근본적인 이유 '사회적 무관심'

E2 : 기자회견이 없는 이유는 뭔가?
김성욱(이하 '김') : 검약적으로 가야했다. 한 해를 견뎌야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왔다. 2,3년 전부터 어려운 상황들이 이어져왔다. 올해는 시네마테크 뿐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예술의 상황이 작년보다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다.

E2 : 대기업 중심의 문화예술은 장르를 불문하고 잘 나간다. 독립예술에 대한 지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인가?
김 :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거다. 관심이 있어야 지원도 온다. 전체적인 틀 안에서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책 결정자들은 물론이고 미디어의 관심도 필요하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은 오래전부터 계획해왔지만 여전히 이루지 못했다. 재작년에 서울시 의회에서 시네마테크를 비롯한 예술영화 지원에 대한 조례가 통과됐다. 하지만 후속 조치가 없다.

E2 : 강력하게 요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김 : 관계자들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기다려 보기도 했다.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요구해 볼 생각이다.

E2 : 지금보다 큰 규모의 전용관을 만들면 관객 유치는 가능하다고 보나?
김 : (관객 유치) 가능하다. 부산 시네마테크를 보면 안다. 부산 시네마테크도 예전엔 관이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 영화의 전당으로 이전하면서 3개관으로 늘렸다. 시설도 첨단이다. 처음에는 '잘 될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지금 보면 아주 잘 운영되고 있다. 부산에서도 3개관 운영이 원활한데 서울에서는 어떨까? 그 정도 관객 유치는 충분히 가능하다.

E2 : 관객들이 몰리는 영화는 그 영화 자체의 힘 때문이 아닐까? 영화 선택은 결국 관객이 한다.
김 : 물론 영화의 힘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한두 편의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현상은 홍보의 불균형 탓이 크다. 관객들이 다양성영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거다. 상업영화 정보는 TV, 옥외광고 등 어디에나 눈 돌리면 보인다. 하지만 다양성영화는 직접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지 않으면 정보 얻기가 힘들다. 40대 후반만 넘어가도 영화 정보를 일일히 인터넷 창에 검색하는 일이 흔치 않다. 광고에 대한 규제와 활성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과한 건 규제하고, 약한 건 활성화시켜야 한다.

 

◆ 새로운 친구들·다양한 추천작 포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E2 : 올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주제는?
김 : 주제가 있었던 적도 있는데, 올해는 정해진 주제는 없다. 프로그램 적으로 보면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영화인들의 선택, 또 하나는 비평가들의 선택이다. 영화인들의 선택은 그냥 자유롭게 고르라고 했다. 반면 비평가들의 선택은 '언씬 시네마(Unseen Cinema)'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그동안 보여지지 않은 영화들을 꼽았다. 이 영화들이 그동안 보여지지 않은 이유와, 영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될 거다.

E2 : 올해 '친구들'은 누군가? 새로운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다.
김 : 오승욱, 김태용, 변영주, 이명세 감독 등 낯익은 친구들, 김곡, 윤종빈 감독, 심재명 대표, 시인 김경주, 뮤지션 하림 등 새로운 얼굴도 많다.

E2 : 관객들의 선택작은 어떻게 선정되나?
김 : 후보작이 정해져 있어서 객관식 투표를 할 때도 있고, 관객들에게 영화명을 받아서 추려진 후보를 가지고 2차 투표를 할 때도 있다. 올해는 '영화를 사랑한 영화들'이라는 테마 안에서 10편 정도 선정해서 투표를 진행했다. 

E2 : 올해 관객들의 선택작이자 개막작인 <카이로의 붉은 장미>에 소개해 달라.
김 : <카이로의 붉은 장미>는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갈 곳을 잃은 여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영화관이다. 여자가 영화관에 가면, 영화가 이 사람을 만나러 나온다. 인물이 영화 속에 들어가는 스토리는 종종 있었지만 이건 반대의 경우다. 결말은 비극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영화를 지킨다고 얘기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화가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닐까.

E2 : 김성욱 디렉터를 가장 많이 만나러 온 영화가 있다면?
김 : (고민) 정기적으로 고다르의 영화를 본다. 직업적 세계 내에서 내가 뭘 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적인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해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뭔가 떠올리고 생각하기 위해 본다. 삶의 영역, 개인적 영역에서 보자면 장 르누아르의 영화.

E2 :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
김 : 프린트 수급이 어려웠다. 시간적인 어려움도 있고 배급업체가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필름을 어렵게 구해도 훼손 등의 이유로 상영하기 부적합한 필름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친구들이 1순위로 선택한 작품들을 못 틀게 된 경우도 많다.

E2 :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말고 하고 싶은 영화제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김 : '언씬 시네마'를 계속 하고 싶다. 보여지지 않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일. 작년에는 '저주받은 영화제'를 생각해봤다. 만들어졌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틀어주는 거다.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보여지지 않은 건 그 영화에게는 저주니까. 올해는 '우리 시대의 작가'를 주제로 한 명의 감독과 그 감독의 작품들을 상영할 계획이다. 그 작가에 대해 이해하고, 관객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첫 번째는 장 르누아르로 하고 싶다.(웃음)

이고운 기자 april040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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