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수십년간 쌓아올린 산업이 있다. 투자도 엄청나다.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품질이 좋다는 확실한 프리미엄을 구축했다.

원자재를 전량을 수입하고 있지만 생산품 중 절반이상을 해외에 수출해 유출되는 외화를 다시 거둬 들이는 수완까지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이 중심의 국내 정유산업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정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모든이들의 땀의 가치를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부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상황은 최악이다. "글로벌 위기가 아니라 내부에서 흔들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업이 중심이 돼 추진한 일에는 관대한 시선을 보냈다. 우리 경제발전에 분명 기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산업도 마찬가지다. 장치산업인데다 대규모 비용까지 투입되다보니 잘하는 게 그저 놀랍고 신기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기름값 때문에 서민들이 고달프다는 목소리에 정부가 석유제품 유통시장을 잡겠다고 메스를 들이댔다.

국내 석유제품 유통시장의 95%를 정유 4사가 주름잡는 과점체제여서 기름값이 높다는게 이유였다.

처음에는 좋은말로 했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 강력한 조치가 이어졌다. 콧방귀를 끼던 정유사들도 연일 계속되는 조치에 적잖히 당황했다.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시장, 석유제품 해외수입 등 수십년동안 볼 수 없었던 정책이 1년새 이어지자 정유사들 입장이 난감해졌다.

과거와 달리 정부도 도통 정유사 말을 듣질 않는다. 일단 정부 정책에 따라오라는 제스쳐를 보내고만 있으니 정유사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와 정유사가 평행선만 긋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들과 연관된 석유대리점, 주유소, 수입사 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데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도래했다. 아직까지 누가 승자다 패자다를 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전히 과도기로 보는게 맞다.

소비자들도 워낙 기름값에 민감하기 때문에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개인적으로도 정부와 대기업이 서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앞만보고 달리는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대기업이 일종의 공생관계이기 때문에 특정사안을 두고 이토록 장시간 평행선을 그린 적이 없다.

아무래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하고 있는게 가장 큰 원인인 듯 싶다. 수십년동안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산업을 구축한 입장에서는 정부의 호기가 황당하게 보일지 모른다.

반대로 국가의 머리 역할을 하는 정부가 지금은 문제가 있으니 더 늦기전에 고쳐야 한다고 나서는 걸 말도 안된다고 버티는 정유사의 고자세도 이해하긴 힘들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정부편에선 사업자와 정유사편에선 사업자간 대리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서로 접점을 찾기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그 간극이 문제다.

언제든지 극적타결도 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현실을 잘 모른다'는 입장과 '객관적으로 보니 문제가 있다'는 입장의 충돌이니 인식차에서 오는 넓은 강을 건너는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불안해하는 소비자들 위해서라도 기나긴 줄다리기를 서둘러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서도 되도록이면 소비자 부담을 덜어내는 방향이었으면 좋겠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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