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범죄자 취급·과거자료 제시 설득력 부재"
정부 "실보다 득·선량한 사업자 혜택"

[이투뉴스] 한국석유관리원이 추진중인 석유제품 수급보고 전산화 추진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정유사들까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석유관리원이 수급보고 전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과정에 실제와 다른 과거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 정부를 설득했다는 의혹까지 제시됐다.

반면 지식경제부와 석유관리원은 지금은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고 선량한 사업자에게 혜택이 될 제도라는 입장이다.

단속이 심할 때는 숨어있다 허술할 때는 활동하는 잠재적인 불법 사업자들까지 모두 끄집어낼 수 있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사업자 단체들은 수급보고 전산화를 두고 실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사업에 세금을 투입해 국민들에게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급보고 전산화는 가짜석유를 근절하기 위해 추진되는 것으로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의 ERP, POS 등과 석유관리원 통합서버를 연결해 석유제품 구매·판매·재고 등을 확인하는 것이 골격이다.

이를 통해 휘발유·경유·등유·용제 등 석유제품별 이동상황을 파악해 가짜석유 유통을 발견하거나 제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석유관리원의 주장이다.

가짜석유는 일반적으로 경유와 등유를 섞거나 휘발유와 용제를 혼합, 용제와 용제를 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조된다.

가짜석유로 인해 탈수되는 세금 규모가 1조를 넘는데다 최근에는 인명피해까지 발생해 수급보고 전산화의 필요성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실제 수급보고 전산화 구축을 골자로 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이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로 올해 예산으로 65억원도 책정됐다.

하지만 정유사·대리점·주유소 사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석유관리원이 모든 사업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실효성이 확인이 안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예산을 낭비 하는데다 사업자들을 범죄자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석유관리원이 수급보고 전산화를 추진하기 위해 과거의 자료를 이용해 가짜석유 문제의 심각성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9년 기준으로 가짜석유로 인한 탈루세액 규모가 가짜휘발유와 가짜경유를 합해 1조785억원 조사됐는데, 현재 기준으로는 이보다 훨씬 낮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근거로 최근 몇년사이 석유관리원이 적극적으로 활동해 용제 불법유통을 차단했고, 2011년 보일러등유가 폐지된 것을 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 가짜석유 비율은 등유와 경유를 섞는 것이 60%를, 휘발유와 용제를 혼합하거나 용제와 용제를 합하는 것이 나머지 40%를 차지한다.

이중 작년 석유관리원이 용제 불법유통 차단에 주력하면서 용제를 활용한 가짜석유는 거의 사라졌다. 작년 4월 11일 이후 적발이 없었다고 석유관리원도 주장했다.

이 기준에서 보면 40%에 해당하는 가짜석유가 사라지고 60%만 남는 셈이다. 문제는 2009년 기준으로 볼 때 60% 중에는 보일러등유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일러등유가 차량 연료로 불법 전용되는 사례가 많다며 2011년 7월부터 유통을 전면 차단시킨 바 있다.

이 때문에 60% 중 절반이 보일러등유임을 감안했을때 현재는 2009년에 비해 가짜석유 자체가 대폭 줄었을 가능성이 높아 탈루세액도 작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등유와 경유를 혼합하는 것도 주유소 차원에서 벌어지기 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혼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여서 엄밀히 말하면 주유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짜석유는 만들어졌지만 수급보고 전산화에는 정상적인 거래로 남아 제역할을 못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경부와 석유관리원의 입장은 간단하다. 가짜석유 근절의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까지 배정해 놓은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가짜석유 유통이 줄어들었지만 돈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조금만 감시를 소홀히 하면 다시 활개를 친다.

그동안 불법 사업자들은 단속이 강할 때는 바짝 엎드려 눈치를 보고 소홀해지는 시기만을 기다렸다가 다시 활동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것.

이에 수급보고 전산화처럼 가짜석유 자체를 근절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확실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수급보고 전산화로 매일 살펴보는 개념과 같기 때문에 불법 사업자들이 활동할 기회자체가 상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최상의 단속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석유관리원은 현재 일부에서 제기하는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사업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경부의 입장도 단호하다. 많은 사업자들이 가짜석유 근절 필요성에 동감하는 것처럼 수급보고 전산화는 선량한 사업자를 위한 제도라고 주장한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인 만큼 그동안 제대로 사업을 해왔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량한 사업자에게 혜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경부도 탈루세액이 부풀려졌다는 등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 해소할 방침이다. 필요하고 시행할 제도라면 명확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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