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수 박사 /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소장

서정수 박사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이투뉴스 / 칼럼] 5년간의 이명박 정부, 개발 위주의 경제·환경 정책 탓일까. 온 산하(山河)도 개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산도 산이 아니요, 물도 물이 아닌 지경에 이른 듯하다. 자연이 훼손되기까지는 불과 5년이 걸렸지만 회복까지는 한 세기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한 해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 실적이 4807건, 환경영향평가 협의 실적이 288건에 이른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의 전체 실적은 각각 1만8505건과 1005건이며, 2007년부터 5년간 실적 중 지난해는 2010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각각 2만5600여건과 1370여건으로 추산된다. 

통계자료만으로 단정적 결론 유추는 어렵겠지만 이는 5년전 대비 각각 138%와 136%가 증가한 실적이다. 그동안 규제권 밖에 있던 사안들을 제도권내로 흡수해 수치가 증가한 이유도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규제완화의 빌미도 있는 것 같다.

2010년 제정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등이 산업단지(대규모 공장) 개발 가능성을 높인 측면이 없지 않다. 사전환경성 검토란 각종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이다.

지난 7월 이 제도 가운데 일부가 개정된 탓에 편법을 이용한 난개발의 조짐이 전국적으로 판을 치고 있다. 소규모 공장의 경우, 인·허가를 받기 전 변경이라는 중간절차가 생략되는 점을 악용한 개발자와 지자체의 과도한 허가가 호기를 맞은 양 가세하고 있다.

전국의 예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내에서는 화성, 김포, 남양주시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기 개발된 지역 바로 옆에 연접하여 개발하는 행위 등,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어 개정된 법의 제도권 밖에서 활개치고 있다.

온전한 산 능선축이 남아 있을 리 없고, 산림의 잠식은 물론 계곡의 물 흐름이 멈춘 지 오래다. 높은 산 정수리 부분까지 흉물스럽게 파괴된 것은 물론이요, 상식적인 관점에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개발 행위가 도처에서 판을 치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좁은 국토에서의 무분별한 각종 개발행위가 얼마나 더 진행될 것인지 심히 우려스럽다.

이중 한강유역청의 사전환경성 검토 실적이 8개 유역청(지방)중 35.1%에 해당되어 수도권에서의 개발행위가 집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각종 개발 행위로 인한 환경파괴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배분에는 실패한 느낌이 든다.

더구나 이를 사전, 사후 확인, 관리, 감독하여야 할 인적 자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현장 사정은 더 오리무중이다.

2300만명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환경 개선책은 한낱 구호에만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개인 재산권 행사제한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무차별적인 개발자들의 수익 창출구조에는 환경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기에 더 더욱 짜임새 있는 규제 강화가 시급한 현실이다.

한편, 환경영향평가 협의실적 중 개발행위의 유형은 산업단지(공장), 도시개발, 체육시설, 도로건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녹색환경의 생산자인 숲을 파괴하여 공장을 건설한 후, 에너지를 절감하여 탄소포인트제도로 각종 수혜를 입는 이중적 모순된 제도 시행은 이 시점에서 분명 재검토되어야 한다.

새로운 지자체 청사 이전에 따라 주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울창한 산림을 훼손하는 행위가 과연 시민을 위한 도시개발 사업이란 말인가.

급경사지 산 지형을 훼손하여 숲과 물줄기를 매몰한 후 시민들을 위한 체육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되묻고 싶다.

온전한 산길을 확장 포장하여 자전거와 차량 운행을 위한 도로를 개설하고 시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는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인가 의문이다.

개발 만능주의에 빠진 한반도, 아니 수도권은 신음하고 있다. 그래서 새 정부에 바란다.

온전한 산과 물이 흐르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는 이 무지하고 야만적인 개발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고.

몇 해 전 입적하신 성철 스님의 가름침은 이렇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제 어디에도 온전한 산과 물이 없음에 탄식하는 성철스님의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여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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