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 신년사] 계사년 새해는 정권이 바뀌면서 동이 텄다.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명박 대통령정부가 막을 내리고 2월25일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도 어느 정도 궤를 잡아가고 있다. 다만 과거 정부의 초점이 녹색을 앞에 내세우면서도 성장에 방점이 찍어져 있었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녹색성장 정책으로 온실가스 거래제 도입 등 공이 상당히 있지만 여전히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에너지 문제가 상당히 하위개념으로 밀려난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에너지 정책에 관한 전반적인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부분적으로 원자력발전의 현상유지와 같은 편린들만 내보였다. 우리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이번에야 말로 국가백년대계로서 에너지정책의 큰 틀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우선 에너지안보를 가장 중시하는 에너지 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 우리나라는 석유와 가스 등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서 에너지 자급률이 겨우 3% 내외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소비는 세계 10대국의 반열에 올라 있다. 에너지소비가 많은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7~8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웃 중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90%, 미국은 81%에 이르고 있는데도 에너지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서 큰 나라이나 에너지자급률은 최하 수준인데도 이에 대한 방책이 없다. 어떻게 보면 배짱이 대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위기의식이 없어도 너무 없다.

에너지안보에 대한 개념이 확실하게 서 있지 않고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정책은 일반적인 경제정책은 물론 물가정책 보다 항상 하위에 머물러 있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때 마다 물가 운운하는 것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에너지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이고 물가고 아무 소용이 없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는 에너지안보에 입각해 에너지를 최우선 문제로 인식하길 바란다.

둘째 계속 미뤄지고 있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수립이 시급하다.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에너지정책을 밀고 갈 것인지에 대한 기초 그림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원자력발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발전 비중(생산량 기준)을 31%
(2011년)에서 2024년 47.7%, 2030년에는 59%로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런 계획을 맞추려면 현재 가동 중인 23기와 건설 중인 7기외에도 10여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세워야 한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야당은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주장한 반면 박근혜 당선인은 똑부러진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현상유지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와 같은 원자력발전소 역시 철저한 안전점검을 통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현재 계획되어 있는 원전 건설 외에 더 늘릴지 여부는 미지수인 것이다. 어떤 정책을 취하든 올해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여기에 대한 정책방향과 함께 제 6차 전력수급계획도 가능한한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올 겨울에도 전력당국과 발전소들은 간당간당한 전력수급 때문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근년들어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것은 그동안 짜놓은 전력수급계획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잘못의 가장 큰 원인은 계획보다 훨씬 전기수요가 늘어난 점이다. 이처럼 전기수요가 폭증한 것은 전기를 만드는 원료값은 하늘로 치솟고 있는데 전기요금은 정부가 눌러놓고 있기 때문이었다. 전기요금이 수급조절이라는 경제원리를 받쳐주지 못한 것이다. 정부의 통제로 인해 시장이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다행히 박근혜 당선인측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내걸어왔다. 행여 이런 왜곡된 요금구조의 변혁이 또 다시 물가를 이유로 틀어질까 걱정이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변수가 달라지면 큰 계획이 망가지기 마련이고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셋째로 작년말에 정부가 내놓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공론화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되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에 빼곡히 저장하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2016년이면 발전소 구내에 보관하는 것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벌써 노무현 정권 때부터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국민 설득작업이 이뤄져야 했으나 10년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는 반감기가 수만년이어서 세계 어느 국가도 영구처분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간처리시설을 건립해 보관하는 것밖에 없다. 방사능이 이보다 훨씬 못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분장을 경주에 마련하는 일도 10여년이 걸리고 숱한 사회적 갈등을 빚어낸 점을 감안하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역시 간단하지 않다. 발등에 떨어진 이 문제를 새 정부가 헤쳐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에 대한 확고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한때 급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유럽의 재정위기 및 중국의 대량생산으로 지금 바닥을 헤매고 있다. 후발 유치산업은 어차피 정부의 확실한 지원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근년들어 각광받고 있는 셰일가스 대책 역시 세워야 한다. 셰일가스 개발은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싶어 하는 러시아의 이해와 상충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미묘한 문제이다. 잘만 활용하면 우리가 에너지 문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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