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과 조화 찾는 인류의 눈부신 적응력

 

 

 

[이투뉴스] 지구 탄생 이후 지구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 완벽하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생명체 인류. 영하 45℃의 동토와 영상 45℃의 열토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다.

우리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환경에서, 때로는 극한 환경과 맞서 싸우고 때로는 조화롭게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은 눈부시기까지 하다.

이 같은 인류의 환경적응을 잘 보여준 다큐멘터리가 MBC 창사 특집으로 진행된 <생존>이다.  <북극의 눈물>로 시작해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남극의 눈물>로 이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던 <지구의 눈물>의 최종편이다.

<생존>은 크게 알래스카와 아프리카 편으로 나뉘어 있다. 1, 2부는 알래스카 편인 <북극해의 고래 사냥꾼, 이누피아트> 3, 4부는 아프리카 편인 <사막 최후의 원시인 - 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방영된 프롤로그 <인간, 자연과 숨쉬다>를 포함해 모두 다섯 편으로, 1부는 오는 1월 16일 방영된다.

◆ 얼음의 땅에서 북극곰과 살아가는 이누피아트
알래스카는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는 한파가 연중 아홉 달 지속되고 한 겨울에는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는다. 이런 알래스카 최북단 해안에는 칵토빅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고, 이곳에서 이누피아트 후손 200여 명이 살고 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서 고래 사냥을 하고 북극곰과 대치하며 살아가는 이누피아트의 삶은 사막보다 뜨겁다. 10년 전만 해도 북극곰은 카토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수십 마리의 북극곰이 마을로 몰려와 사람들의 자동차를 부수고 음식을 빼앗는다. 때로는 집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곰들이 점점 해안가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마주한 생존의 위기에서 공존하고 있는 이누피아트의 삶을 담았다.

◆ 배우가 된 슬픈 사냥꾼 부시먼

 

 

강수량의 200배에 달하는 수분 증발로 수분량이 늘 0%에 가까운 아프리카 나미비아. 이곳에는 흔히 부시먼으로 알려진 산족(San tribe)이 살고 있다.

부시먼이란 수풀 속에 사는 사람을 뜻한다. 수풀에 살며 독화살 하나만으로 사냥을 하는 세기의 사냥꾼이지만, 지금은 사냥도 쉽지 않다.

 


나미비아 정부는 사냥을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지역을 공원화하며 사냥금지구역으로 정했다.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 부시먼들은 배우가 됐다. 콜라병을 보고 놀라는 부시먼은 더 이상 없다. 많은 부시먼들이 매일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관광객 앞에서 춤을 추고 사냥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터뷰] <생존> 제작진 최삼규 CP, 박상환 PD, 김만태 촬영감독

“생태환경 변화 속에서의 삶 재조명”

김만태 촬영감독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완결편인 <생존> 제작진이 북극곰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부시먼을 좇아 사냥에 따라다니며 천금 같던 200여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힘들면 이 일 못한다”는 최삼규 CP와 며칠 전 알래스카에서 돌아왔다는 박상환 PD. “우리나라에서 힘바족 언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거라는 김만태 촬영감독, 그리고 아직도 알래스카에서 고생 중이라는 촬영 팀까지. 이들이 보고 듣고 느낀 원주민들의 삶과 뒷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완결편이라고 하는데 정작 제목에는 ‘눈물’이라는 단어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최 CP : 그간 방영된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생태와 환경의 비극을 부각시키기 위해 ‘눈물’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전 시리즈가 생태, 환경의 문제점
박상환 pd
과 비극을 조명했다면 <생존>은 비극 속에서도 살아가는 희망과 가능성을 바라봤다. 전작들이 환경 다큐라면 <생존>은 휴먼 다큐에 가깝다.

 

-알래스카와 아프리카에서 여덟 달을 지내는 건 PD로서도 드문 경험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최 CP : 힘들다고 생각하면 제작할 수가 없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나미비아는 붉고 미세한 모래 먼지가 끝없이 흩날린다. 먼지와 건조함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박 PD : 알래스카는 일단 춥다. 지난해 12월 25일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왔다. 썰매를 타고 겨울 사냥을 따라가는데 체감온도가 영하 50도 아래로 떨어진다. 썰매 속도가 시속 70~80㎞다. 눈에 고드름이 맺히고 여자 조연출 얼굴이 꽁꽁 얼어 동상이 걸렸다. 촬영감독은 손가락을 써야하기 때문에 그냥 장갑을 못 낀다. 손가락이 뚫려있는 장갑을 끼는데 5분 이상 촬영하면 손가락이 얼어서 고생 많이 했다.

-위험했던 순간은 없었나.

최삼규 cp
►박 PD : 북극곰이 보기에는 귀여운데 굉장히 위험하고 거친 동물이다. 크고 작은 위험 상황이 매일 이어졌다. 한 번은 곰이 언덕 아래서 눈을 감고 있기에 자는 줄 알고 조금씩 다가갔다. 처음엔 30m 거리에 있다가 10m 안쪽까지 다가갔는데 자던 곰이 갑자기 눈을 떠서 언덕을 막 뛰어 올라오더라. 다행히 피신에 성공했다. 곰이 한두 마리가 다니는 게 아니라 수십 마리가 몰려다니기 때문에 사방을 주의해야 했다.

 

-아프리카 팀은 어떤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나.
►최 CP : 위험했던 순간은 아니고. 재밌는 일이다. 힘바족을 촬영할 당시 한 집에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이름이 ‘무까리마’라고 한다. ‘임의 아내’라는 뜻이다. 힘바족 여인들이 우리 조연출을 ‘임’이라고 부른다. 조연출이 집집마다 인적사항 조사도 다니고 마을 일도 많이 도와주고 그랬다. 약이나 생필품을 요청하면 주기도 하고. 그러니까 조연출이 구세주처럼 보였던 것 같다.

-알래스카 이누피아트도, 나미비아 힘바족과 산족(부시먼)도 모두 사람들이다. 친해지지 않으면 촬영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떤 노력을 했나.
►최 CP : 우선 말과 이름을 알려고 노력했다. 우리나라에서 전공자를 제외하고 힘바족어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 김만태 촬영감독일 거다.
►김 감독 : 말을 배워서 친해지기도 했지만, 먹을 걸 공유하는 게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리 과정에서 가축의 분비물이나 돌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냥 먹었다. 먼저 가서 말 걸고 음식도 먹고 그러다보니 친해지더라.
►박 PD : 우리도 음식으로 시도했다. 한국에서 가져간 김치를 이누피아트들이 먹는 고래 고기와 함께 제육볶음으로 만들어서 대접했다. 달고 맵고 짠 맛이 동시에 난다며 좋아했다. 특별한 양념이나 요리법이 없는 이누피아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뭘 전하고 싶었나.
►박 PD :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기도 했고. 북극해는 평균 기온이 영하 40℃도 정도 된다. 체감기온은 영하 50~60℃를 웃돈다. 이런 환경에서도 사람들이 사냥을 하고 활동을 한다.
►최 CP : 여덟 달 만에 인천공항에 발붙인 순간, 한국이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내가 갔던 ‘나미비아’는 ‘물이 없는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당장 마실 물이 없고 먹을 식량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사람이 사는데 환경과 물질, 문명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들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싶다.
►김 감독 : 지구에서 손에 꼽힐 만큼 힘들게 살아가는 부족 중 하나다. 우리가 보기엔 고된 삶이지만 그 사람들은 나름대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생존>이라고 해서 생사를 넘나드는 치열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이고운 기자 april040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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