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공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방식 탁월

[이투뉴스] 진부하다. 소재는 드러나있고 캐릭터는 전형적이다. 스토리는 예정돼 있고 관객들은 극의 초반부터 누가 살아 남을 지, 누가 희생자가 될 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타워>는 진부하기 때문에 관객들을 쉽게 울린다. <타워>는 초고층, 초호화 주상복합 빌딩 '타워 스카이'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국 재난영화의 전형성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 극한의 상황 앞에서도 남을 위해 희생하는 캐릭터가 있는 가 하면 수십 명의 목숨보다 자신의 애완견이 더 중요한 사람도 있다. 

눈물 겨운 가족애와 동료애는 말할 것도 없다. 영화는 초반에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주며 곧 일어날 참사의 비극을 극대화 시킨다.

평소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미안한 싱글대디 이대호(김상경 분)는 딸 하나(조민아 분)와 멋진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약속하고, 소방관 강영기(설경구 분)는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로 한다.

이런 설정에 관객들은 알면서도 넘어가게 된다. 익숙함은 폭 넓은 관객을 끌어당기는데 유리하다. 새로운 캐릭터와 배경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노력 없이 쉽게 감정을 몰입할 수 있다. 실존할 것 같은 캐릭터들의 아픔, 언젠가 뉴스에서 봤던 것 같은 비보는 금세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

전형과 진부로 점철된 <타워>에도 탁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수단이다. 단순 화재로는 채우지 못했을 121분의 러닝타임을 제한된 공간, 이를테면 방화벽에 갇힌 중식당, 구름다리, 엘리베이터 등을 도구로 이용해 끊임없이 이어나간다.

정리하면 <타워>는 연말 시즌에 적합한 영화다. 한국 관객의 정서에 딱 들어 맞는다. 가족애는 물론 사랑과 동료애까지 다루고 있어 가족끼리 보기에도,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보기에도 무난하다.

하지만 참신함을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무색무취의 신파극으로 남을 수 있다.

<타워>는 24일 저녁 시간대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마디 : <해운대>가 넘긴 천만 관객, <타워>가 못 넘길 이유도 없다.

이고운 기자 april0408@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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