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5개 화력 발전소 문 닫거나 가동중단 계획

▲ 지난해 8월 오하이오 주에서 미트 롬니의 유세장에 참가한 한 광부의 사진.

[이투뉴스] 자원이 풍부하고 저렴해 전력생산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석탄이 미국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전력사들이 석탄화력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천연가스 발전소로 교체하면서다.

전력수급난과 맞물려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런 배경에는 새롭게 채택된 환경법이 있다. 이 법안은 대형 발전소들에게 수십억달러를 들여 노후화된 석탄화력보일러를 재정비하도록 요구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엔 2015년까지 폐쇄를 강제하고 있다.

법안은 노후화하고 비효율적인 발전소들은 청정연료로 알려진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발전소로 교체토록 유인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력사인 아메리칸 일렉트릭파워(AEP)는 켄터키주에 있는 석탄 화력 발전기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가동 중단이 예고된 '빅 샌디' 발전소는 1100MW급으로 켄터키 주 루이자 지역에 전기를 공급해 왔다. 이 발전소는 1960년대 초부터 인근에서 채굴되는 석탄을 이용해 발전을 했다. 빅 샌디 발전소는 미국을 대표하는 석탄산업의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AEP 전력사는 빅 샌디 발전소의 폐쇄 여부를 두고 결정을 계속 번복했다. 켄터키 주의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전력사는 빅 샌디 발전소에만 12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발전소에 연간 250만톤의 석탄을 공급하고 있는 애탈래치아 탄광에도 많은 광부가 고용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AEP 전력사는 발전소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입, 빅샌디 발전소를 재정비한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 계획을 실행할 경우 켄터키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전기료 31%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 나와서다.

그러다  이 회사는 빅 샌디 발전소의 석탄화력발전기 중 하나를 천연가스 보일러로 교체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발표했다.

켄터키 공공서비스 위원회가 이 계획을 수락할 경우, 지역 주민들은 전기료 8% 인상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발전소를 완전히 재정비하는 경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빅 샌디의 폐쇄로 인한 부족한 전력량은 웨스트 버지니아 발전소로부터 충당할 계획이다.

켄터키 주의 하원의원인 로키 아드킨스 민주당 의원은 "이번 전력사의 결정은 우리 심장과 영혼을 떼어놓는 것과 같다"면서 "이 지역 사회의 경제에 엄청난 손상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킨스 의원은 "발전소가 문을 닫는다면 그 파급효과는 수십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발전소 폐쇄로 지역 호텔과 트럭 회사들, 심지어 학교들까지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2년은 美 석탄 산업의 최악의 해

지난해부터 미국의 석탄 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빅 샌디 발전소를 포함해 55개 석탄 화력 발전소들이 문을 닫거나 가동 중단을 발표했다. 2010년 522곳 이었던 석탄 화력 발전소는 조만간 359곳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지난해 말 다이너지 전력사는 허리케인 샌디 강타로 피해를 입은 단스카머 석탄화력발전소를 복구하는 대신 영구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파산을 신청한 패트리엇 코얼(Patriot Coal)사는 켄터키 주에 있는 블루그래이스 광산을 닫겠다고 밝혔다. 블루그레이스 광산은 전력사들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연료를 갈아타면서 주문량이 줄자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수십개 광산 중 한 곳이 된다.

전력소들이 석탄을 외면하는 원인으로 프랙킹으로 불리는 수압파괴법 도입 이후 저렴하고 풍부해진 천연가스 공급과 자국내 석탄의 접근성과 질 하락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텍사스 주립대의 스캇 팅커 에너지과 교수는 "석탄은 값싸고 믿을만하고 구하기 쉬운 자원이었다"며 "그런데 이제 천연가스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어 거의 대부분의 전력회사들은 석탄 대신 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팅커 교수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전기의 50% 이상이 석탄을 태워 발전되고 20%만이 천연가스로 생산됐다. 그러나 2011년 4월 석탄과 천연가스 이용 비율은 같아졌다.

▲ 20세기 석탄 마을의 쇠퇴. 현재 관광 단지로 변모한 하팔라치안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켄터키 린치의 한 근로자가 오래된 석탄 수송차를 몰고 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국적으로 석탄 생산량은 약 7% 하락했다.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빠지는 수출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국내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석탄 산업은 정치적으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석탄 산업은 대선 기간 동안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캠페인 자금을 후원하며 정치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롬니 후보는 친환경주의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다.

오하이오 주와 버지니아 주, 몬태나 주에서 치러진 의원 선거에서도 석탄 산업이 지지하는 후보들은 모두 낙선하는 쓴맛을 봤다.

미 환경보호청(EPA)는 2011년 말 새로운 대기오염법을 채택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수은 등 독성물질을 엄격하게 단속하고 발전소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을 경우 2015년까지 폐쇄를 강요하고 있다.

EPA는 이 법을 시행함으로써 연간 1만1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하고 13만명의 천식 환자수를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990년에 채택된 청정대기법을 변형한 것이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지속돼 법안이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데는 수십년이 걸렸다.

비욘드 코얼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시에라 클럽의 브루스 나일스 매니저는 "2012년은 석탄 산업의 최악의 해였다"며 "이것은 석탄산업이 얼마나 급변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 국채광협회의 루크 포포비치 대변인은 "신년에는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석탄이 다시 경쟁적인 연료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 남아있다"며 "아울러 인도와 중국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석탄 수요가 자국내 판매 하락을 받쳐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전세계가 가장 원하고 있는 석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서 푸대접 받은 석탄, 지구촌에서 왕 대접

미국내 석탄 소비량 둔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5년 내에 석탄이 석유를 앞질러 세계 최대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석탄 소비가 급증하면서 석탄이 고공 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EA의 마리아 반 더 호벤 사무국장은 "전 세계는 2017년까지 연간 12억 톤 이상의 석탄을 더 많이 태울 것이다"라면서 "이는 러시아와 미국의 석탄 소비량을 합친 것과 같은 양이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중국과 인도가 석탄 수요량 상승의 90%를 담당할 것이라고 IEA는 보고서에서 밝혔다.

팅커 교수는 "중국은 8일마다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으며 연간으로 치면 50개"라고 말했다.

중국의 석탄 수입량은 지난해만 39.5% 상승해 21700만톤이었다. 유럽의 석탄 소비도 높아지고 있다.

IEA는 석탄의 성장 경향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 보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엔 인도가 미국보다 더 많은 석탄을 소비해 세계 2위 석탄 소비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 더 호벤 사무국장은 "세계의 전기료는 중국과 인도의 정책과 투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국내 소비량 감소에 부딪힌 많은 미국 석탄 생산자들은 유럽과 중국으로의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석탄 생산량은 향후 5년간 하락할 것이라고 IEA는 내다봤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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