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비타민 희소금속 확보에 세계 각국 사활
후발주자인 우리는 도시광산서 전기마련 기대

[이투뉴스] 휴대폰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고 있다. 영화예매, 인터넷 검색, 길찾기 등 한손으로 할 수 있는게 다양해졌다.

반면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성능의 휴대폰이 쏟아지면서 폐휴대폰 숫자도 급증, 이를 처리하는 것이 새로운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시광산(Urban Mining)산업'이 그것이다. 도시광산산업이란 폐휴대폰 같은 폐가전제품, 산업폐리물 등에 축적된 금속자원을 회수-분리-선별-제련-정련 등의 과정을 통해 산업원료로 재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광산은 1980년대 일본 난조 미치오 도호쿠대 선광제련연구소 교수진이 금속 재활용의 의미로 처음 사용했으며, 최근에는 희소금속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희소금속은 향후 수요 확대가 예상되지만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적거나, 기술적·경제적 이유로 추출이 곤란한 금속을 말하며 산업의 비타민에 비유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폰에 사용된 희소금속 함유량은 약 11.5g.

리튬(Li) 0.011g, 티타늄(Ti) 0.711g, 코발트(Co) 0.239g, 니켈(Ni) 4.577g, 몰리브덴(Mo) 0.048g, 인듐(In) 0.006g, 세륨(Ce) 0.005g, 텅스턴(W) 0.684g, 디스프로슘(Dy) 0.005g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도시광산을 통해 버려지는 휴대폰에서 이 같은 희소금속을 그대로 회수, 재사용할 수 있다면 외화 유출도 막고 관련 산업도 구축하는 최소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출발 늦었지만 빠른 행보

하지만 우리에게 도시광산은 아직 먼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현재 폐가전과 폐자동차에서 고철이나 금, 은 등의 귀금속을 채취하는 수준으로 희소금속 추출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희소금속 확보와 관련해 정부에서도 이제야 관심을 기울인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2009년 8월 관계부처 등과 공동으로 '도시광산화 사업 활성화 방안(폐금속자원 재활용 활성화 방안)'을, 조달청은 희소금속과 관련된 '비축량 확보'를 각각 발표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행보는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도시광산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정수성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휴대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자동차 등에 필요한 희귀금속은 99.98%를 수입하면서도 금속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도시광산사업에는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당시 정 의원은 도시광산을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해야 하는 걸로 오해 했지만 이슈를 부각시킨거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외에도 작년 한해에만 희소금속 및 도시광산과 관련된 큰 행사가 4건이나 개최됐다. 민간기업과 학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작년 5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한국도시광산협회 정기총회가, 10월말에는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제1회 한-일 희소금속 기술 심포지엄 및 제3회 희소금속 산업발전 중소기업 포럼이 열렸다.

11월에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에서 한국자원공학회 비전통자원 및 희유(소)금속 개발 특별심포지엄이, 같은달 말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도시광산·재제조 실태와 분야별 사례 및 신사업화가 세미나가 개최됐다.

도시광산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올해 1월1일부로 도시광산 자회사인 리코금속(지분율 100%)과 나인디지트(지분율 86.49%)를 흡수 합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코엠텍이 이를 통해 폐기물 수거에서부터 금속추출까지 도시광산의 모든 밸류체인을 완성했으며 도시광산부문이 올해 연결매출에서 30%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엠텍은 올해 연결매출로 1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도시광산사업을 위해 토리컴, 리싸이텍코리아, 지알엠, 화창 등 4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2011년 5월에는 2100억원이 투입된 단양 리사이클링 공장을 준공했다.

이 공장을 통해 폐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등에서 구리, 금, 은 등 연간 7만3300톤의 금속자원을 재생산하며 2015년부터 연간 4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국, 희소금속 확보경쟁 치열

도시광산이 이처럼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된 이유는 희소금속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저개발 자원부국들이 신(新)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광산을 통한 희소금속 확보가 어려워지자 미국, 유럽 등 전통적인 자원투자국에 일본과 중국까지 적극 나서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이들 국가에 비해 외교력과 자금동원 측면에서 불리해 그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도시광산에 포함된 희소금속 재활용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도시광산은 잠재가치가 무궁무진한 것도 우리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10년 국내에 보급된 전자기기 등의 대수를 기준으로 금속자원의 잠재가치는 최소 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적으로 사업계 폐기물 가치는 약 30조원으로 매년 2조원 규모의 폐기물이 새롭게 발생하고 있고, 생활계 폐기물 가치는 약 20조원으로 매년 2조원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제대로 활용만할 수 있다면 50조원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셈이다. 관련업계는 폐금속자원의 물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금속추출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도시광산이 희소금속 확보의 대안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금속추출 효율성면에서도 금 원석 1톤에서 채취 가능한 금의 양은 평균 4g 정도지만 폐휴대폰 1톤에서는 70배인 280g을 얻을 수 있어 뛰어나다.

확실한 기술만 확보하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원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도시광산 활성화가 필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아직 갈길 먼 도시광산

몇년새 정부, 기업, 학계, 정치권 등 전방위적으로 도시광산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사업자들의 단체인 도시광산협회는 2012년도 정기총회에서 도시광산 원료 자원은 대부분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 수출입, 이동, 입지 및 시설변경 등에 대한 제약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도시광산자원은 일반적인 폐기물과 달리 유해성과 환경오염유발물질 함량이 낮은 만큼 도시광산 자원을 처리하는 산업분야에 대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이 필요하는 주장이다.

폐자원 회수율이 낮아 재활용률이 떨어지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재활용 관련법을 정비하고 폐자원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출 기업들 대부분 영세해 철, 비철, 귀금속 등 기초금속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희소금속 추출 기술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법을 통해 일정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축적된 기술이 전혀 없거나 기술 개발을 시작하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운 금속에 대해 R&D 투자를 집중하는 등 전략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편 후발주자인 우리 입장에서는 도시광산 내 희소금속 시장 확대를 견인하는 소수자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향후 희소금속 재활용 시장의 확대는 물량 확보와 금속 추출이 용이한 제품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LED, 소형가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차전지와 소형가전에 포함된 기판이 물량 확보나 기술 측면에서 재활용 효울이 높은 만큼 회수에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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