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작은 점 이용…가짜석유 유통 악용사례 늘어

[이투뉴스] 경영 한계상황에 놓여 고심이 큰 일반판매소사업자들이 정부에 폐업자금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이긴 하지만 경영이 악화된 일반판매소가 가짜석유 유통에 악용되는 등 석유유통시장을 흐리게 되면서 폐업을 통한 시장질서 재편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반판매소의 경영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국 약 3500개 일반판매소 중 20%에 달하는 600여개가 현재 폐업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사업자들의 단체인 일반판매소협회에 따르면 일반판매소는 지난 10년간 64%가 폐업하는 등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어왔지만 여전히 경영난이 더해지고 있다.

일반판매소는 주유소와 달리 난방용 등유와 건설현장의 굴삭기나 트랙터 같은 기계장비에 경유를 판매하기 때문에 계절 및 경기 흐름을 많이 탄다. 최근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경유 판매가 신통치 않은데다 도시가스보급으로 등유 판매까지 저조해지면서 어려움은 한층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도시가스보급 확대 정책으로 일반판매소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 만큼 정부차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불법 사업자들이 어려움에 노출된 일반판매소를 가짜석유 유통 수단으로 이용하는 횟수가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달 중순 한국석유관리원은 관광버스 및 학교·학원버스에 가짜석유를 판매한 혐의로 3개 사업소를 적발했다. 이들 모두 일반판매소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W석유는 인근 S대학교 주차장에서 학교버스에 등유를 주유하다 적발됐다. 당시 W석유 사장은 조카 명의의 K에너지의 이동판매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에너지는 경기도 성남시 수내역 인근에서 C어학원 버스에 등유를 넣다가 적발됐고, 부산 사하구 소재 D고속관광은 경유와 등유를 구입해 직접 가짜석유를 만들어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처럼 일반판매소가 가짜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과징금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주유소의 경우 최근 석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과징금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판매소는 빠졌다. 일반판매소는 가짜석유와 관련된 조항이 없어 경유 차량에 등유를 넣는 등의 행위금지 조항으로 부과되는 과징금이 1500만원 수준이다.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이 이 같은 점을 이용해 경영난이 심각한 일반판매소를 임대해 가짜석유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짜석유를 판매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데다 부과되는 과징금 또한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걸리더라도 주유소로 가짜석유를 팔 때보다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이다.

일반판매소 관계자는 "석유관리원이 적발한 일반판매소는 작년이나 올해 시장에 들어온 사업자다"라고 말했다. 외부에서 온 사업자가 일반판매소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일반판매소 사업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영업이 안되는데 다른 사업자가 임대료를 준다고 하니 임대해 줄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쉽게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경기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도시가스 보급율은 전국 평균 전국 평균 75%에 달한다.

최근 일반판매소의 석유전자상거래 참여가 허용됐지만 홍보가 덜 되면서 정착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계 일반판매소에 대해서는 폐업자금을 지원해 국내 석유유통시장 자체가 혼탁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판매소 한 곳당 폐업에 들어가는 금액은 평균 15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는 게 해당업계의 설명이다. 주유소 한 곳이 1억원이 넘는 폐업자금이 필요한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전국 600개의 한계 일반판매소를 기준으로 9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짜석유 유통으로 인한 일년동안의 탈세규모가 3조여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을 따져볼만하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 측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뜻 나서기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일반판매소만 폐업지원을 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칫 전국의 600만이 넘는 소상공인들의 원성을 살 우려도 있다.

정부도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