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이명박 대통령정부가 국정목표의 최우선으로 삼아왔던 녹색성장을 그동안 이끌어온 녹색성장위원회(민간측위원장 양수길)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위는 전기요금을 가능한한 빨리 인상하고 실시간 요금제를 도입하며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전면 확대, 소매 전력시장 경쟁도입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의 기치로 내건 뒤 탄생한 녹색성장위원회가 사실상 임기를 앞두고 마지막 고언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수길 위원장은 최근 공청회에서 녹색성장은 큰 도전에 봉착해 있다면서 “녹색산업혁명의 필수 관건이 되는 전기요금 제도가 아직 녹색성장을 저지하는 ‘갈색성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고 이 체제가 고수되는 한 녹색성장은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특히 현행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산업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녹색산업혁명은 헛구호와 헛심에 그칠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요금 체계가 빚어내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정부 기구가 적나라하게 짚고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누누이 지적해온 바와 같이 원료보다 싼 전기요금체계가 이 정부 내내 유지되면서 관련산업의 부실과 자원배분의 왜곡은 심각한 정도로 치달아왔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에서 조차 연탄난로, 석유난로, 나무난로가 사라지고 전기난로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생수로 농사짓고 비단으로 행주를 만들어 쓰는 격이다. 가정에서도 취사연료로 가스 사용이 줄고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소비자만을 탓하기 어렵다. 값은 싸고 편리하니 그 누구라 해도 전기를 쓰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합리적이지 않은 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가격으로 유도하는 길 밖에 없다. 가격에 앞서 원가보다 제2차 생산물의 값을 더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중 기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물가대책만을 앞세워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고 있으니 정부기구인 녹색성장위원회마저 들고 나온 것이다.

값싼 전기요금은 또한 에너지 절약 시설은 물론 공장안에서의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막고 있다. 이는 자연스레 관련산업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공장들이 같은 에너지를 들이더라도 생산효율이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경쟁해야 하지만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쟁상대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전기요금을 완전히 한꺼번에 정상화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녹색성장이라는 명분을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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