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입만 열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하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은  태동단계의 업종으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중국 등 거의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당장 채산성이 나오지는 않지만 석유 등 화석연료가 무한정하게 생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분간 투자가 불가피하다. 우선은 돈이 들더라도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밀리면 시장 자체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선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000억원  이상 삭감된 8000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발전차액 지원이 350억원가량 줄었고 태양광발전 보급 예산도 올해 550억원 수준에서 절반 이상 잘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2773억원이던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 예산 역시 수백억원이 삭감됐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한다고 말로는 외치면서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데는 근년 들어 수요가 폭주하면서 대규모 정전이 우려되고 있는 전력 수요를 관리하려는데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금년 여름의 경우에도 전력피크가 되면 공장을 돌리지 않는 대가로 기업에 지급한 돈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당초 올해 예산에는 전력부하관리 용으로 666억원을 잡았으나 내년에는 2500억원으로 크게 늘리면서 신재생분야의 예산이 잘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블랙아웃 같은 대규모 정전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가상하나 뭔가 한참 거꾸로 된 느낌이다. 선진국에 비해 값싼 전기료를 지불하고 공장을 돌리고 있는 산업계에 공장을 돌리지 않는 대가로 전기요금의 몇배가 넘는 돈을 지원하고 있으니 보통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런 비용이 1000억원 이내에서 해결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수천억원을 들여 전력 수요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매년 5%가 넘는 전력수요의 증가가 크게 기인하고 이처럼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 체계에 있다. 전기요금 정책이 갈수록 왜곡된 채 시장기능을 못하고 있으니 엉뚱한 곳으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고 막상 유치산업 육성을 위해 써야할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줄고 있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 난맥상을 원천부터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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