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안일한 인식으로 불산가스 사고 피해 키워

[이투뉴스] 환경부가 배정된 특수화학분석차량 예산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등 안일한 인식으로 구미 불산가스 사고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홍영표 의원(민주통합당)은 23일 열린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환경부는 영산강청의 화학사고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화학물질 탐지차량 구입비로 2012년 3억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국립환경과학원의 장비 구입비로 전용해 사용했으며, 과학원의 특수화학분석차량은 대부분 장비전시회와 기관장 시연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화학사고에 대한 환경부의 안일한 인식으로 인해 이번 구미 불산가스 사고 피해가 더욱 커졌다”고 질책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환경부의 2012년 예산에는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화학테러‧사고 현장 화학물질 탐지차량 구입에 3억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를 화학물질 분석차량 구입에 사용하지 않고, 환경과학원의 장비를 구입하는 것으로 전용했다는 것이다.

영산강유역청은 대형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를 관할하고 있으며, 지난 3년간 영산강유역청이 관할하는 지역에서 화학사고 발생이 매년 일어났다. 이에 따라 영산강청에는 화학물질 탐지차량 도입이 시급했다.

또한 유해화학물질 테러‧사고 대비 사업비의 집행률도 매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도 집행률은 93.2%였으나, 2010년도에는 89.9%, 2011년도에는 74.5%로 3년 사이 18.7%나 낮아졌다.

홍영표 의원은 “대형 석유화학단지가 밀집해 있고 화학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영산강유역청에서 화학사고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3억원의 예산 편성을 통해 화학물질 탐지 차량을 구입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용해 환경과학원 탐지장비를 구입한 것과 예산 집행률이 매년 낮아지는 것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9억원짜리 특수화학분석차량의 2012년 운용 현황을 보면 국립환경과학원장 시연, 환경부장관 및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 시연 및 각종 화학장비 전시회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현장에 출동한 것은 최근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처음이었으며, 출동 전날에는 원주지방청에서 장비전시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영표 의원은 “그 비싼 특수화학분석차량이 기관장들을 위한 시연도구나 장비 전시용 차량이냐”며 “특수화학분석차량은 각종 화학 분석 장비를 구비한 고가의 차량이지만, 실제 사고 현장에서는 그 값어치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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