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는 이미 한 겨울처럼 너무 추운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먹거리인 만큼 반드시 성장해야 합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국내 신재생산업이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합니다”

9일 코엑스에서 열린 에너지대전 출품기업 오찬에서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발언을 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더 가슴에 파고들었다. 물론 마지막엔 “신재생에너지업계, 날개 달자”라며 건배사를 마무리했다.

또 하나의 장면도 있었다. 최근 법정관리 신청 등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인터뷰 자리였다. 그는 “태양광에 무리하게 투자했다. 진작 포기했으면 이렇게까지 안 됐을 텐데 나름대로 해결해 보려한 것이 잘못된 것 같다”며 그룹이 망가진 이유로 태양광산업 진출을 꼽았다.

김 소장의 건배사와 윤 회장의 고백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신재생에너지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성장률 둔화와 공급과잉이 만연하면서 태양광, 풍력 등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들 생존이 버거울 정도다. 중국발 덤핑공세로 시작된 이 여파는 전 세계를 덮고 있다.

우선 현대, 삼성, LG 등 대기업 역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조업감축 및 투자축소에 나서는 등 출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화만이 독일 태양광회사 큐셀을 인수하는 등 독야청청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상당수 태양광 기업은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일부는 도산위험에 직면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숨만 쉬고 있을 뿐, 살아 있는게 아니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이번 치킨게임에서 살아남는 자가 모두를 가지게 된다는 달콤한 유혹에서다.

'통트기 전 어둠이 가장 짙다'는 말이 있다.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조금만 더 지나면 희망이 찾아온다는 자기암시를 하는 것도 얼핏 이해가 간다. 오죽했으면 나폴레옹도 부하를 독려하기 위해
저 산만 넘으면 술과 고기를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거짓말을 했을까?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는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노래를 통해 일찌감치 승자독식의 냉혹한 현실을 말했다. 물론 글로벌 기업경영의 패턴을 설명한 것이 아니고 사랑노래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승자독식을 말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신재생에너지업계에 따뜻한 봄이 왔을 때 남은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할 지 여부도 신이 아닌 다음에야 알 수 없다.

오히려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한 경쟁력 제고만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버티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환상을 버릴 때 오히려 미래는 성큼 우리 앞에 다가온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신재생 시장 자체가 축소된 것은 아니다. 신재생은 여전히 미래 에너지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뼈를 깎는 노력과 땀 만이 기업의 내일을 보장한다.
 
신재생에너지업계의 진지한 자기성찰과 건투를 기대해 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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