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사고현장서 안전실천 결의대회…김현태 사장 입갱 광원들에 당부

[이투뉴스] 강원도 태백 석탄공사 장성광업소 방문은 공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석탄공사는 5일 장성광업소 갱내에서 '안전실천 결의대회'를 가졌는데 동행취재를 요청해온 것.

석탄공사는 그동안 장성광업소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조심스러워했다. 올해 2월초 장성광업소 갱내에서 가스연소사고가 발생해 광원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결과 이 사고는 광원이 갱내에서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켜다 메탄가스가 폭발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광산보안법에는 갱내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소지할 수 없게 돼 있어 이 사고로 광원들과 안전 관리자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벌써 8월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날의 상처가 모두 아물지 않았겠지만 석탄공사가 이날 장성광업소를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아픔을 빨리 털어버리고 새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의대회는 오후에 예정돼 있어 오전시간은 장성광업소를 둘러보는데 할애했다. 제2수갱을 방문한 것도 오전이다. 김현태 사장은 12시쯤 장성광업소를 찾았다.

장성광업소 직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갱내 사고현장까지 들어가 결의대회를 갖는게 김 사장의 일정이다. 이날 입갱을 위해 각 광업소 소장과 사업본부장, 생산기획실장, 보안관리자 등이 모였다.

기자를 본 이들의 첫 마디는 "입갱은 처음이시죠?" 였다. 일반인이 채굴현장까지 들어가보기란 쉽지 않은 경험이다. 지난해 화순광업소를 가봤다고 하자 장성광업소는 다르다는 얘기가 돌아왔다.

실제 장성광업소는 입갱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화순광업소가 기차 형식의 인차를 타고 내려갔다면 장성광업소는 엘리베이터 형태의 인차로 사람들을 나른다.

지난해 한번 체험해봤으니 뭐 다를게 있겠냐 싶었지만 막상 갱내 입구에 들어서자 심장이 쿵쾅 뛰기 시작한다. 입갱은 다음에 또 해도 적응하기 힘들거 같다.

▲갱내가 미끄러워 걷기가 힘들었지만 석탄공사 관계자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입갱을 재촉했다.
갱내는 미끄러워 걷기가 불편했지만 이날 같이 입갱한 석탄공사 관계자들은 그런것쯤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발을 척척 옮긴다. 도리어 한창 어린 기자를 조심하라고 챙긴다. 연륜은 무시할 수 없든 거 같다.

이날 결의대회는 석탄공사가 국민이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김현태 사장의 의지에서 계획됐다. 김현태 사장은 갱내를 앞장서 걸으며 의지를 다졌다.

엘리베이터 형태의 인차에서 내려 꽤 걸어가 기차 형태의 인차로 갈아타고 더 내려가 닿은 곳에 사고현장이 있었다. 지상에서 300m도 넘게 내려왔다. 왠지 냉기가 도는 듯하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순간 숙연해진다. 시간이 몇달이나 지났지만 가족같은 광원이 운명을 달리했다는데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하다.

이들은 순직자들에 대한 묵념을 마치고 안전 선언문을 낭독했다. "안전을 최우선의 경영방침으로 수립해 조직 내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경영효율화와 안전관리간 조화로운 균형달성을 위해 노력한다.

협력업체와 상생협력을 통해 생산체계와 시설의 안전관리 품질을 높이고 안전에 대한 외부의 목소리에 열린 자세로 귀기울여 안전확보의 기회로 삼는다"는 게 선언문의 내용이다.

김현태 사장은 이날 안전관리최고책임자(CRO)를 임명하고 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기능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위원회는 안전관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위해 내부임원과 교수, 외부전문기관, NGO 등 10인 내외의 상설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결의대회 말미 "안전은 단발성 행사로 끝나는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생산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의대회 후 일행은 막장까지 내려갔다. 장성광업소 소장 말처럼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쫍은데다 높이도 낮아 시종일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허리를 펴려다 머리가 시설물에 살짝 부딛히기도 했다. 막장에 가까울수록 석탄가루 때문인지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그럼에도 광원들은 열심히 채탄작업을 하고 있었다.

김 사장은 막장에서 만난 광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안전에 더욱 신경써줄 것을 당부했다.

입갱만큼이나 밖으로 나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좁은 계단을 오르고 미끄러운 길을 지나 인차를 갈아타며 밖으로 나오니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어둠속에 있다 나와서 그런지 세상이 더욱 밝게 느껴진다. 광원들의 노고도 그 만큼 더 크게 다가온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외친 구호처럼 앞으로는 전국의 모든 광업소에서 단 한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태백=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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