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구조사업자 양산·CES사업 등 사실상 정책실패
열-전기-가스 등 복합구조 반해 담당부서는 뒷짐

 


[이투뉴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는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연료비는 급증한데 반해 제대로 된 열요금과 전기요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와 열을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 속은 더 문드러진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기CES를 비롯해 수완에너지, 부산정관에너지 등도 갈수록 버틸 여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 한 곳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실제 한태일 지역냉난방협회 상근부회장은 “경기CES는 시작일 뿐이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다 나자빠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사업이 잘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빈사 상태에 있는 만큼 최소한 죽지 않게 링거라도 꼽아달라는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원가구조 천차만별, 가격은 한 묶음
열과 냉수 위주로 공급하는 기존 집단에너지사업은 열수급 구조에 따라 사업성이 결정난다. 즉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소각열과 발전배열 등이 많을수록 좋고, 피크부하보일러(PLB)를 통한 열획득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실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경우 발전자회사와 자체 발전소로부터 받는 수열이 78%, 소각열 및 신재생에너지 10% 등 90% 가까운 열을 좋은 여건에서 공급받는다. 연료비가 많이 드는 열공급전용보일러(HOB)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이는 최적규모를 갖춘 한난의 열요금 생산단가와 원단위가 가장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공급실태를 보면 CHP가 38%, 소각열은 20% 수준에 불과한 반면 열공급전용보일러(HOB) 비율이 40%를 넘을 정도다. 이러다보니 매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서울시라는 공공기관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여기에 열병합발전소(CHP) 규모에 따른 차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발전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올라갈 뿐 아니라 수요가 적은 하절기에 열생산을 최대한 줄이고 전기생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가스터빈사가 모두 생산하는 발전기 용량도 500MW 급인만큼 가격경쟁에서도 유리하다.

국내 집단에너지업계 대부분이 힘든 상황에서도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가 나름대로 이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도 500MW 이상 대규모 발전시설을 독자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소 집단에너지업체의 발전규모는 40∼60MW가 가장 흔하다.

100MW가 넘는 CHP에 대해서만 가스공사의 직공급이 가능하고, 그 이하의 경우 도시가스사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차별도 이를 부채질한다. 효율도 떨어지는데다 비싼 연료비까지 내야 하는 만큼 그만큼 경쟁에서 뒤처지는 셈이다.

이렇듯 원가구조는 천차만별인데 반해 국내 열과 전기요금은 한난과 한전이라는 거대 공기업을 기준으로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된다. 더욱이 정부 통제와 간섭으로 이마저 쉽사리 요금조정을 추진할 수 없다. 사업자들이 지경부의 이러한 행태에 반기를 들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섣부른 공기업 민영화, 중단되면서 다 꼬여
당초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한난의 독점 구조였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신규 사업의 경우 민간에게 길을 열어주면서 중소규모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력산업 민영화를 위한 경쟁체제를 목표로 도입된 구역전기사업(CES)까지 등장하면서 민간기업의 집단에너지사업 참여는 한때 과열양상까지 치달았다.

표면적으로 중소 집단에너지사업자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요금제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연료비가 급등한 반면, 열과 전기요금에는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 점차 그 심각성이 드러났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또는 선진화)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근원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표적인 네트워크사업인 집단에너지가 소규모 섬구조 사업자들만 양산한 채 기존 거대 공기업은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상한 형태로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 한국지역난방공사 화성지사의 축열조

요금체계를 비롯해 사업분할, 네트워크 공동이용제 등이 모두 물 건너간 상황에서 현격한 원가구조 차이가 나는 기업들이 사업을 펼치다 보니 중소규모 사업자가 버티기 힘든 구조가 된 셈이다. 한전과 한난이라는 거대 공기업 사이에 끼어 양쪽 영향을 모두 받고 있는 CES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집단에너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력 및 집단에너지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민간에 시장을 내줬으나, 민영화 자체가 올스톱되면서 헤비급과 초경량급 선수가 같은 링에서 시합을 벌이는 모양새가 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사업자 모두 책임회피 급급
집단에너지는 열과 전기, 가스(연료용)가 전부 연계되는 대표적인 융복합 에너지사업이다. 지경부 내에서도 에너지관리과, 전력산업과, 가스산업과를 비롯해 전기위원회까지 허가 및 감독기관에 속한다. 하지만 어느 하나 책임지고 정책을 내놓고 시장을 선도하는 곳은 없다.

실제 지경부 에너지관리과는 올 상반기 집단에너지 중장기발전방안 마련을 추진했다. 기존 3개월인 연료비 연동제 기간을 2개월로 단축하는 것을 비롯해 사업자별 사용연료 특성에 따른 연료비 차등적용 허용 등을 담은 초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흐지부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경기CES가 공급중단 일보직전 위기까지 갔던 7월, 지경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작 내놓은 대책은 가스기술공사로 하여금 연료비 지급보증을 서라는 압박이 전부였다. 이를 취재한 한 기자는 “지경부 에너지관리과, 전기산업과, 가스산업과 모두 서로 주관부서가 아니라고 발뺌했다”고 털어놓았다.

지경부는 2000년대 말부터 CES로 허가받은 사업자들이 전기 직공급을 포기, 전기는 거래소에 판매하고 열만 공급하는 일반 집단에너지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을 다 허용해줬다. 전혀 길이 안보이는 CES사업에 대한 정책실패를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사업자들 역시 자본잠식으로 모기업 지원에 기댄 채 연명하면서도 자구책 마련에 소홀하긴 마찬가지다. 장밋빛 전망만 쏟아낸 채 의욕적으로 출발하던 때와는 달리 전기요금 현실화, 가스요금 인하 등 정부의 지원책에만 매달리고 있다.

▲ 지역난방 배관공사 모습.

■지역냉방 활성화 등 융복합 대책 시급
하지만 국내 중소규모 집단에너지 및 CES사업자들은 증자 등을 통한 자구노력과 내부 노력만으로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한계상황을 넘어섰다고 읍소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과 정책방향이 바로서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CES사업자의 전기부문을 한전이 모두 인수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

개선대책에 대해선 일차적으로 사업자별로 현격하게 차이가 발생하는 원가구조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통해 지역-사업자별 별개의 요금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전과 한난을 내세워 요금을 간접통제를 해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사업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집단에너지 및 CES사업 도입목적인 에너지 효율화와 분산형 전원 보급 측면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열과 전기를 모두 생산, 에너지효율이 높은 것은 물론 송배전시설이 필요없는 만큼 이에대한 편익이 어떠한 형태든 요금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료인 도시가스요금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도 시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용도로 쓰임에도 불구 용량에 따라 공급자가 다른 것을 비롯해 개별난방보다 더 비싼 열전용보일러 요금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더불어 지역냉방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사업자 모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절기 전기생산을 위해 CHP에서 나오는 열을 버리는 것을 제대로 된 집단에너지사업이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역냉방은 전기먹는 하마로 등장하고 있는 EHP 대안으로도 훌륭한 만큼 적극적인 R&D와 함께 일정부분 의무화대상 확대 등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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