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초기 혹독한 신고식, 광산개발로 전기 마련
사업 3단계중 2단계로 국내기업들과 협업 기대

▲ 김지훈 미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이투뉴스] 아시아에서 가장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나라. 저렴한 노동력과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나라.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진출을 꾀하는 나라. 미얀마를 지칭하는 설명이다.

미얀마가 아시아의 새로운 '호랑이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얀마를 전격 방문한데 이어 일본은 다음달 겐바 고이치로 외무장관을 미얀마에 파견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초 미얀마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한편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정책대표를 미얀마에 보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4월 미얀마를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5월 미얀마를 방문하며 관심을 표명했다. 향후 미얀마에 대한 각국의 공략은 가속화될 전망으로, 미얀마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노렸던 우리 기업들의 무한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우려만 할 필요는 없다. 2000년대 중반 이미 미얀마에 진출해 입지를 다지고 있는 선도적인 기업에서 해답을 찾아본다.

◆미얀마 성장 가능성 직접 조사

미산인터내셔널(대표 김지훈, 이하 '미산')은 아직 미얀마에 대한 관심이 생소했던 2006년 현지에 진출해 성공일지를 써내려가고 있다.

김지훈 대표는 "미얀마에는 천연자원이 많을 뿐만 아니라 내수를 겨냥한 제조업 성장 가능성도 크다. 미얀마 진출을 원하는 기업이 있다면 여력이 되는 선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법대를 졸업하고 국회 입법보좌관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김지훈 대표는 30대 후반 평소 꿈꿔왔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국내보다는 베트남,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 해외에 눈을 돌렸다. 국내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초짜' 사업자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해외사업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베트남, 캄보디아에는 이미 국내외 기업이 많이 진출해 부담이 적지 않았고, 아프리카는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에서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미얀마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워낙 관련된 정보가 부족했다. 

그가 직접 자료수집에 나선 배경이다. 처음 미얀마에 들어갔던 2006년은 군부독재 체제로, 풍부한 농산물로 자급자족이 가능하다보니 스스로 빗장을 걸어 잠근 실정이었다.

그렇다고 우리와 교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부터 수교가 됐고 1975년부터는 대사급 외교도 진행됐다. 김 대표가 미얀마가 들어갔을 때도 대사관과 코트라가 이미 상주해 운영되고 있었다.

그가 미얀마에 들어가자마다 한 일은 대사관을 찾아가는 것이었다. 김 대표를 처음 알게된 건 지난 7월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주최한 '미얀마지원협의회 에너지·광물자원 및 건설·플랜트 분과회의'에서다.

당시에도 그는 현지에 있는 대사관이나 코트라를 잘 활용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 기관의 활용을 강조하는 것은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안전 문제와 현지에서 접근해오는 브로커에 대한 주의보인 셈이다.

남들보다 먼저 미얀마의 가능성을 봤지만 투자 유치가 만만치는 않았다. 시기적으로 너무 앞서간 것도 요인의 하나다. 당시 국내에서는 미얀마를 북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많았다.

◆사업초기 '쓴맛' 광산개발로 '돌파구'

미얀마에서 미산의 첫 사업은 광산개발이 아닌 무역이었다. 2006년 미얀마 공업2부와 농기계 조립공장 공동설립을 논의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미얀마 인화트레이딩에 식음료품, 화장품 등을 수출했다.

같은해 금호타이어 하노이 법인에 고무를 수출하는 사업도 진행했다. 첫 사업치고 표면적으로는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재무제표 상황은 갈수록 안좋아져갔다. 김 대표는 당시를 "겉멋만 들었던 거 같다"고 회상했다. 아무 기반도 다져놓지 않은 채 남들처럼 멋진 건물에 비싼 임대료로 사무실을 얻는 등 철이 없었다는 것.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이때부터 미얀마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직접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돈만 쓰는 잘못된 사업을 했다면 앞으로는 현장을 뛰면서 돈을 버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꾼 것이다.

사무실 크기도 대폭 줄이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탐사하는 등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해서 모든 걸 직접 챙기며 미얀마를 누볐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보여준 왼쪽 팔에는 당시의 고생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광산의 경우 깊은 산 등 오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찾아가는 것 자체가 애로사항이었다. 잠 잘 곳 조차 마땅치 않아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2008년 로컬기업인 미얀마 밴티지사를 만나 주석광산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게 된다.

미얀마에서 광산취득방법은 100% 취득과 로컬기업과 협업 방식의 두가지가 있다. 미산은 후자를 택했다.

이후 넥스지오와 주석광산 공동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광산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이듬해에는 밴티지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삼호개발그룹과도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다.

삼호개발그룹·넥스지오 등과 합자법인인 상산도 태국에 설립한다. 주석광산의 본격적인 생산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금방 본궤도에 들어섰다.

같은해 미산은 자회사인 태국법인 미산타이를 설립하고 전라남도의 미얀마 진출 대리업무를 수행한다. 김 대표는 당시를 사업 2단계의 시작이었다고 밝힌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3단계로 발전을 계획했는데, 1단계가 자원개발이고 2단계가 제조가공, 3단계가 하이테크다.

올해는 사실상 2단계의 시작이다. 최근에는 2단계인 제조가공 사업의 일환으로 고무가공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고무의 원료가 되는 수액이 나오는 나무가 많은데, 인근에 공장을 세워 수액을 추출해 고무를 만들고, 이를  타이어를 만드는 회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1공장은 연내 착공되고 내년에는 2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현지 광해방지사업도 앞장

미산 주석광산은 현재 활발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주석은 합금,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고가의 광물로 그 양이 유한해 미국에서는 이미 비축광물로 지정돼 있다.

주석광산 생산이 본궤도에 들어서면서 광산주변 환경도 180도로 바뀌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놓이고 광산에서 일하는 인근 주민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두집 건너 한대꼴로 오토바이가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좋아졌다.

김 대표는 광산이 개발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삶도 나아지는 거 같아 기분이 좋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점도 없지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이 급격하게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사업근간이 다져지면서 주민들의 근무시간을 줄여주기 위해 추가고용에 나서자 당장 임금이 줄어든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지역주민과의 관계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 현지에 의료시설이나 학교를 세우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으니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미얀마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정책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미산도 광해방지에 앞장서고 있다.

김 대표는 미얀마를 알기 위해 수년간 직접 발로 뛰며 곳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로 미얀마에 대해서만은 그 어떤 기업보다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정부에서도 정보를 요청해올 때도 많다.

이렇게 정확한 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미산만을 위한 게 아니다. 미얀마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기업들이 요청할 경우 이들에게 제공하거나 기회가 되면 협업을 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얀마는 선진국들의 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상황이다. 미산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우리 기업들 끼리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미얀마 진출을 고려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너무 어렵게도 너무 쉽게도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도전 자체를 꺼리게 되고, 또 너무 쉽게 생각하면 실패할 우려가 크게 때문이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해당 국가를 공부해 어떤 사업이 가능할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기존에 하던 것을 중심으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선택과 집중' 을 강조하는 김 대표의 눈빛은 진출 6년만에 미얀마의 대표기업으로 우뚝 선 자부심뿐만 아니라 제2도약에 대한 의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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