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에너지 시장의 빅뱅을 가져올까요”

“셰일가스가 뜨면서 중동의 천연가스 생산국들이 가격을 갖고 제멋대로 장난치지 못하는 것만도 큰 효과라 할 수 있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기회가 되는 건 분명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마치 도깨비 방망이라도 되는 듯 너무 띄우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250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매장량이라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되는 곳은 미국과 캐나다뿐이잖아요. 매장량이 가장 큰 중국의 경우 수자원 고갈, 인프라 미비 등으로 개발이 쉽지 않고요. 자칫 로칼 에너지로 머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2일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셰일가스 국제협력 컨퍼런스’에서 오전 주제발표가 끝난 후 잠시 쉬는 동안 참석자들 사이에 오고 간 대화다.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얘기들이다.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주최하고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는 주최 측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700여명이 참석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그만큼 셰일가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으로, 참석자도 에너지업계는 물론 석유화학사, 조선사, 자동차제조사, 증권금융가 등 다양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천연가스 황금시대(Golden Age of Gas)’를 이끌며 미래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거론되는 셰일가스에 대한 평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한마디로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막대한 매장량에 따른 공급 다양성으로 에너지안보 강화와 가격하락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지역적인 한계와 수자원 고갈, 환경문제, 정치적인 판단 등 상업적 리스크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양면적인 판단은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에이제이 샤 쉘 총괄부사장의 강의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될 경우 ‘게임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고 하면서도 도전과제 또한 적지 않으며,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첨언이 뒤따랐다.

에너지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할 때 셰일가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해도 최근의 정부 움직임을 보면 너무 ‘올인’ 하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내재된 불확실성은 제쳐놓고 장밋빛 청사진만을 내세우는 것이 에너지 100년 대계(大計)를 책임지는 정책당국의 자세인가도 의문스럽다.

셰일가스 개발·도입이 또 하나의 기회요인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위기요인과 불확실성을 외면하지 말자는 얘기다.

에이제이 샤 쉘 총괄부사장이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급변하는 에너지 환경에서 10년 뒤, 20년 뒤의 전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걸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태평양에서 요트를 타고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 건 왜일까.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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