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제품 유통시장 손질 가시화
알뜰주유소 확산·삼성토탈 진입 민감
전자상거래 시장 개설·혼합판매도 변수

▲ 작년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선 알뜰주유소 1호점

[이투뉴스] 올해도 이제 석달밖에 남지 않았다. 정유업계는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 중심에는 알뜰주유소가 자리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정유시장 분위기를 알뜰주유소를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눈다. 알뜰주유소 때문에 그 만큼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는 얘기다. 알뜰주유소로 촉발된 이슈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발단은 지난해초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하고부터다. 국내 기름값이 연일 상승세를 타자 나온 발언인데, 이후 정부차원에서 기름값을 잡겠다고 나섰다.

◆"기름값 잡겠다" 유통시장 손질

정유사는 물론 주유소까지 그 표적이 됐다. 정부는 하지만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정유사와 주유소 차원에서는 이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협회에 따르면 정유사의 정유부문 영업이익률은 2%에 불과하다. 제조업 평균 이익률이 6.9%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주유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주유소 마진률이 4%대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주유소업계는 고정비 때문에 최소 8% 마진률은 돼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정유사를 압박, 지난해 4월부터 7월까지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 행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심지어 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유사는 영업이익이 급락했다고 볼멘소리를 냈고 소비자들은 할인효과가 미미하다고 불평했다. 정유사마다 할인 방식이 현장할인(GS,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과 청구할인(SK)으로 갈리면서 혼란도 가중됐다.

이 과정에서 SK폴(정유사 브랜드)을 단 일부 주유소들이 크게 반발했다. 청구할인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차이를 체감하지 못해 다른 폴 주유소로 발길을 옮겼다는 것이다.

매출이 평소보다 30%이상 감소했다고 이들은 주장하며 SK에 이를 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100원 할인행사가 정유사와 주유소간 갈등으로 번진 셈이다.

이들 주유소는 현재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에 적극 동참, SK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한편 한국자영주유소연합회를 결성하고 한국글로벌에너지를 설립하는 등 독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100원 할인 정책은 사실 '보여주기 행사'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고 3개월 한시적으로 시행하다보니 연속성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정유시장에 접근하기 시작했는데, 지난해 7월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70원 싼 '사회적 기업형 대안주유소'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대안주유소가 현재의 알뜰주유소로 현실화 됐다. 정부의 계획은 알뜰주유소에만 맞춰져 있지 않았다. 정유사와 주유소를 직접 살펴보니 기존 방법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올해 3월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설했다. 또 4월에는 '석유제품시장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주유소 석유제품 혼합판매와 삼성토탈의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 석유제품 용기 판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가 기존 유통구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정책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알뜰주유소 확산에 정유사·주유소 발끈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정유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특히 알뜰주유소 때문에 기존 주유소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부가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 취지가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 싸게 팔겠다는 것인 만큼 이 경우 주유소간 경쟁이 불가능해진다. 정부에서 인증하는 제품을 싸게 판다니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작년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들어선 알뜰주유소 1호점이 전국 평균보다 리터당 약 60원 저렴한 가격을 내걸고 영업을 하자 차량이 몰리는 등 주목을 받았다. 가격이 싸다는 소리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

인근 주유소들은 억지로 가격을 내리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기도 소재의 한 주유소 사장은 "알뜰주유소 때문에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기름값 안정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까지 숫자를 전국적으로 1000개, 서울 25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알뜰주유소의 석유제품 가격은 일반주유소보다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은 아니다. 이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알뜰주유소에 의한 파장은 주유소에만 그치지 않았다.

정유사들도 알뜰주유소 때문에 고심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을 정유사 입찰을 통해 확보하다 보니 정유사간 물밑 눈치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두 번의 유찰끝에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내수판매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등 알뜰주유소 참여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삼성토탈이 알뜰주유소 공급자로 참여하게 된 것도 기존 정유사들에게는 민감한 부분이다. 삼성토탈로 인해 정유4사의 과점구도가 깨졌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삼성토탈은 현재 전체 알뜰주유소 월간 공급물량의 20%인 3만5000배럴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연말까지 최소 3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토탈의 입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 4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석유전자상거래

◆전자상거래·혼합판매도 요동의 한 축

개설 초반 자리를 잡지 못했던 석유전자상거래도 제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8월 전자상거래 하루평균 매매량은 610만 리터, 101억원을 나타냈다. 4월 하루평균 12만 리터가 거래된 것에 비해면 50배나 증가한 셈.

정부가 전자상거래 공급용 수입석유제품에 부과하던 3% 할당관세를 면세하는 등 혜택이 늘면서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정유사의 전자상거래 참여가 없어 휘발유 거래는 낮고 수입사들이 들여온 경유판매만 급증하는 등 왜곡현상이 심해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8월 기준 경유의 전자상거래 거래량은 전체 6000만 리터인 전체 경유 소비량의 10% 수준에 달하지만 휘발유는 0.2%에 불과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 4분기 석유공사가 수입한 휘발유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알뜰주유소와 혼합판매주유소에 직접 공급키로 했다. 향후 휘발유까지 거래될 경우 전자상거래는 확실히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석유제품 혼합판매도 유통구조 개선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혼합판매는 주유소들이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왔던 부분이다.

정유시장에서 정유사와 주유소 간 관계는 사실상 수직관계라 할 수 있다. 구조자체가 주유소는 물량을 공급해주는 정유사의 요구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유소 단계에서 가격을 낮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실제 소비자 가격이 결정되는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혼합판매가 되면 이런 부분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혼합판매가 주유소폴에 상관없이 다른 정유사 제품을 팔 수 있게 한 것인 만큼 주유소는 보다 낮은 공급가를 제시한 정유사 제품을 구매해 팔면 된다.

이 경우 주유소는 정유사 제품을 선택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유소를 경영하는데 발생하는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의 유통시장 개선은 올해가 끝날 때까지, 그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알뜰주유소 확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벌여놓은 정책들도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에 따른 정유시장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정부가 관련업계에 귀를 활짝 열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정부정책에 아쉬움을 가졌던 해당업계가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면서 정유시장의 요동은 멈출 줄 모르는 형국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정유시장,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판도를 형성하게 될지 주목된다.

조만규 기자 chomk@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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