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카고트리뷴 비평가들 지난날 오류 고백 "좀더 나은 평론 위한 자성의 몸부림" 분석

예술인들에게 평론가들은 애증의 대상이다. 예술가들은 때때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에 고무되기도 하고 분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내면의 느낌을 정확히 짚어내는 비평에 놀라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해석의 평론에 대해 실소를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예 비평을 무시하는 예술가도 있다.

 

현실적으로 일반인들이 예술을 이해하는 데 평론가의 역할을 매우 크다. 진행 중이고 수정이 가능한 작품에 대해 그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서 작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올바른 평론은 훌륭한 예술작품의 탄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평론이 항상 옳거나, 늘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한 작품에 대해 전혀 상반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 시카고에 발행되는 유력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이 최근 자사 예술평론가들의 과거 '잘못된 판단'을 고백하는 기사를 시리즈물로 실어 화제다. 구미 언론에서는 전문기자제도가 정착돼 신문사의 예술 각 분야 담당 기자들은 '비평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시카고트리뷴이 왜 자사 기자들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는 시리즈물을 기획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주변에서는 과거 잘못된 평론을 솔직히 고백해 자성의 몸부림을 보임으로써 평론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다음은 시카고트리뷴에 '비평의 큰 오류(CRITICAL REVERSALS)'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무용, 영화, 미술, 연극, 뮤지컬, 클래식음악 등 각 장르별 기사 중 몇 개의 '고백' 부분을 발췌해 낸 것이다.


- 연극비평가 크리스 존스 = 사라 룰은 지금은 미국 전역에서 이름이 알려진 극작가다. 1998년에 그의 초기작 '올란도'를 한 극장에서 보면서 그의 천재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또 2002년에 뮤지컬 '무빙 아웃'이 시카고에서 실험공연 중일 때 연출가 겸 안무가 트와일라 싸프의 능력을 아주 낮게 평가했으나 뉴욕에서 그 작품이 훌륭하게 변모돼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을 보고 내 판단이 잘못됐음을 심각하게 느꼈다.

다시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나는 다시 판단의 오류를 느꼈다.

싸프가 최근 밥 딜런의 음악을 소재로 해서 뮤지컬 '변하는 시간들(The Times They're A-Changin')'의 연출을 했다. 나는 문화부장에게 "싸프의 새 뮤지컬이 절대 저평가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을 강력히 전했다. 그러나 그 작품은 완전 실패작으로 뉴욕에서 조기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 팝음악 평론가 스콧 파워스 = 1970년대 중반 '앰브로시아'라는 프로그레시브록 그룹을 극찬한 적이 있다. 나는 남부캘리포니아 출신의 이 그룹 음악을 듣고 '차세대 비틀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앰브로시아는 지금은 별 볼 일 없이 일부 멤버들만 음악활동을 하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비틀스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지금은 역사상 가장 훌륭한 영화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영화 '보니와 클라이드'(1967년)가 개봉 초기에 비평가들의 혹평을 얼마나 받았는지 아는 사람은 안다. 이 영화는 개봉 직후 부정적인 평가 속에 곧바로 스크린에서 내려졌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영화관에서 사라진 직후 뉴스위크의 비평가 조 모겐스턴이 자신이 당초 썼던 부정적인 평론을 번복해 이 영화의 진가를 강조한 후 '보니와 클라이드'는 빛을 다시 보게 됐다. 모게스텐은 나중에 평론부문의 퓰리처상을 탔다.

 

- 건축 평론가 블레어 캐민 = 렘 쿨하스는 지금은 세계적 명성의 건축가다.

쿨하스는 2003년 9월 완공된 일리노이공대(IIT)의 맥코믹트리뷴캠퍼스센터를 설계했다. 나는 이 건축물에 대한 비평기사를 쓰면서 "걸출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니 흠 잡을 데가 여럿 있었다"는 취지의 평론을 썼다. 내가 그 건축물을 보고 있는데 3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쿨하스가 '디자인이 어떻냐'는 전화를 두 번이나 했다. 사실 나는 그렇게 안달하는 건축가에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쿨하스가 내게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나는 그러나 지난 3년 간 맥코믹트리뷴캠퍼스센터를 둘러보면서 이 건축물이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내 편견 때문에 당시 잘못 판단한 것이다.

 

- 클래식 평론가 존 본 라인 =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가 상주음악당인 오케스트라홀을 1억2천만 달러나 들여 완전히 개ㆍ보수한 9년 전 일이다. 얼마전까지 이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이었던 대니얼 바렌보임의 지휘 아래 재개관 갈라콘서트가 있던 날 나는 이 새 음악당의 음향의 깊이와 광역성에 탄복했노라고 썼다.

그러나 재차 이 음악당을 방문하면서 나와 음악인들이나 관객 모두가 음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02년에 당시 시카고심포니오케스트라의 헨리 포겔 사장은 음향의 결함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역시 이 음악당의 음향은 훌륭한 관현악단의 음악을 소화해 내기에는 평범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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