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0여명 비안도서 생태공감 캠프 체험

 

▲ sokn생태보전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가 후원하는 '생태계 보고인 섬, 청소년 섬생태문화교육 캠프'.

 

[이투뉴스] 한반도가 폭염특보로 비명을 내지른 지난 4일 20여명의 생태캠프 참가학생들은 서해상에 있는 비안도로 떠났다.

SOKN생태보전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가 후원하는 '생태계 보고인 섬, 청소년 섬생태문화교육 캠프(이하 '섬생태문화캠프')'가 이달 4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소속된 비안도는 군산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43㎞ 떨어져 있고, 고군산열도의 여러 섬 중에서 최남단에 위치하는 섬이다. 면적은 1.63㎢로 크지 않으며, 2001년 통계 상으로 인구 434명이었지만 지금은 200명 남짓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것도 통계상의 인구일 뿐 실제 섬에서 마주친 인원은 100명도 채 되지 않아 보였다.

오랫동안 캠프를 주최한 서정수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공학과 박사는 "학생들이 자연환경탐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질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생활을 벗어나 생태계와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생태캠프의 주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여기 어딘가에 낙지가 있을 것 같은데'-야간갯벌 생태체험에 나선 학생들이 갯벌 생물을 채집하고 있다.

 

◆ 그 섬에 가고싶다

"와! 바다다!" 한 학생의 외침에 이어폰을 꽃고 졸던 학생들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울에서 4시간 남짓 달려 군산항에 도착한 버스. 창밖으로는 탁 트인 푸른 바다가 캠프 일행을 환영했다.

실온도가 체온보다 높은 37도를 기록한 이날, 학생들은 앞다퉈 버스에서 내려 매일 매일의 학교생활과 장시간 좌석에서 구겨진 몸과 마음을 바닷 바람으로 털어냈다.

10미터 간격으로 고층빌딩이 줄지어 서있는 도심과 달리 '비안도'와 군산항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비록 바람도 없고,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 땀이 줄줄 흘렀지만 가슴부터 시원해지는 게 느껴졌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여름엔 바다로 오는구나!'

20여명의 아이들과 강사진이 배에 올라타자 보트는 굉음을 내며 시원하게 푸른 바다위를 내달렸다. 학생들은 처음타는 보트가 신기한 듯 좀처럼 갑판에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지도 선생들의 거듭되는 지시를 받고 서야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크지않은 배는 수면위로 긴 꼬리를 남기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느끼게 해줬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와는 비교되지 않는 자연의 바람이었다. 햇볕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그보다 더 시원하고 강한 바람이 더위를 잊게 해줬다.

20여분 신나게 달리니 목적지인 비안도가 보였다. 비안도는 군산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43㎞ 떨어져 있고, 고군산열도의 여러 섬 중에서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서정수 박사는 "비안도는 나무와 풀의 비율이 2대 1로 굉장히 특이한 생태환경을 가지고 있는 섬"이라며 "또한 나무 중에서도 해송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학생들의 생태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두에 도착하자 혹시나 인터넷이 터지지 않을까 하며 학생들은 거듭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세대라 3G가 안터진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을 터이다.

역시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마을 한바퀴 도는데 30분도 안걸리는 작은 섬이었지만 3G는 물론 와이파이까지 터졌다.

하지만 짐을 풀자마자 학생들의 스마트폰은 모조리 압수당했다. 김명철 박사는 "이번 캠프의 주제가 생태공감인 만큼 문명의 이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자연을 느끼라는 취지"라며 학생들에게 이를 설명한 후 "저녁 이후 쉬는 시간에는 부모와 연락할 수 있게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첫째날은 과학버클 만들기와 법곤충학 수업이 이어졌다. 법곤충학 수업을 맡은 김일평 해양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1인자다. 그는 이날 수업에서 파리 등과 같은 곤충을 활용하는 수사법을 알려줬다.

다소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미드 <CSI>의 영향인지 학생들은 수업시간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민박집 주인과 지도선생들이 직접 잡은 물고기로 첫날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 '이렇게 하면 불이 들어오나'-과학놀이 시간에 만든 사과트리. 풍선으로 모양을 만든 후 구멍에 led전구를 꼽으면 된다.

 

◆ 섬 생활 적응기

이튿날 아침 6시가 되자 학생들은 하나 둘씩 숙소에서 나와 세면장으로 향했다. 지난밤의 열대야로 느릿느릿한 몸짓은 보기만해도 피곤해 보였다.

어제 저녁과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도 생선과 해산물이 빠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소세지나 햄, 계란 등과 같은 반찬은 없었음에도 누구 하나 반찬투정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밥 두공기를 비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조수간만의 차이 때문에 오전 일정이 갯벌 생태체험과 수서곤충 관찰로 이뤄졌다. 9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임에도 바깥 온도는 이미 34도를 훌쩍 넘었다. 해변으로 가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날이었다.

비안도는 여객선을 비롯한 정기선(일정한 항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이 없기 때문에 관광객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섬을 비롯한 해변가의 위생상태는 매우 깨끗했고 특히 해변에는 캠프 일행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학생들은 해변을 전세 놓은 것 마냥 신나게 물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한바탕 물놀이가 끝난 후 갯벌 생태체험이 이어졌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게와 조개, 그리고 수서곤충들이 즐비했다. 학생들은 천승필 선생님의 지도하에 맨손으로 조개와 게 등을 채집했다.

밀물이 들어오자 해변에 미리 설치해 놓은 가림막에서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잠깐의 틈을 이용해 최나라(구성고2) 학생은 김일평 계장에게 진로를 상담했다.

최나라 학생은 "사실 경찰행정학과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일평 계장님의 조언을 듣게 돼 다행이다"라며 "생태체험만 생각하고 왔는 데 진로 상담까지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섬생태문화캠프'는 내로라 하는 강사진을 자랑한다. 강사진 9명 전원이 박사 혹은 학교 선생님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정도 강사진이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해도 좋을 법 하다.

물놀이와 갯벌체험이 끝나자 학생들은 숙소로 돌아와 씻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민박집에 있는 샤워시설을 이용했지만 남학생들은 수영복을 입은 채 마당에서 그냥 씻었다.

하루 전만 해도 샤워실 이용을 고집했지만 더위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징그러운 벌레도 맨 손으로 잡고, 마당에서 등목도 할 수 있는 그렇게 학생들은 점점 현지 생활에 적응해 갔다.

“선생님, 저희 야간 갯벌체험 안나가요?”

밤 12시가 가까워오자 학생들이 먼저 지도 교사들에게 야간 갯벌체험을 나가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야간 갯벌체험은 지원자에 한해 이민호 연구사의 지도 아래 이뤄졌다.

썰물때의 해안은 물이 많이 빠진다. 낮과 비교해 약 1km 이상이 땅으로 드러나 있다.

“여기에 보이는 것이 괴물유령갯지렁이, 그리고 이건 흰이빨참갯지렁이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르단다. 그리고 이건 피뿔고둥이고.”

이민호 연구사는 학생들과 함께 직접 갯벌 생물들을 채집하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야간 갯벌 체험에 신나하던 학생들도 선생님이 설명할 때면 신기할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했다.

갯벌 생물 수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생물은 뭐니뭐니 해도 겟가재와 넓적왼손집게였다. 낙지를 잡으려고 갯벌을 헤집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낙지를 잡은 학생은 없었다.

 

▲ '내 별자리는 무엇일까'-캠프의 첫 수업은 자신의 별자리로 버클을 만드는 시간이었다.

 

◆섬을 떠나며

마지막 날 아침에도 학생들은 일찍 일어나 채비를 챙겼다. 마지막 날 일정은 섬에 사는 식물관찰.

10시도 안된 시간이었지만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흘렀다. 마지막 날, 무더운 날씨, 투정부리기 좋아하는 학생들이지만 모든 일정을 묵묵히 소화했다.

섬 식물관찰도 이민호 연구사의 지도하에 이뤄졌다.

박동주(구성고2) 학생은 "예상했던 것 만큼 재미있었다. 특히 수서곤충과 수서식물 관찰은 섬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조금만 낮았어도 훨씬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조금 아쉽다"고 덧붙였다.

 

▲ 캠프의 수장인 서정수 박사.

 

▶이번 캠프의 취지는 무엇인가?

-'생태공감'이다. 단순히 자연생태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캠프를 만들고 싶었다. 학생들이 이번 캠프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깨달아 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굳이 비안도를 선택한 이유는?

-섬은 대륙과 고립됐다는 특성 때문에 생태적, 문화적 고유성을 지닌다. 즉 정통 생태지식이 남아있는 곳이다. 또한 해양생물의 보고이기도 하다. 비안도는 섬 중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이다.

다른 것 모두 제쳐두고 비안도에서 2박 3일동안 산 것만 해도 학생들에겐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캠프로 발전하고 싶은가?

-좀 더 불편해지는 캠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전에는 야영도 하고, 화장실도 직접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오지를 찾기가 점점 더 힘들다.

지원만 확실하게 된다면 인성과 지성을 모두 가르치는 캠프가 될 것이다.
 
이준형 기자 jjoon1214@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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