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한국전력은 4월 전기요금 13.1% 인상안이 정부에 의해 거부당하자 지난 9일 10.7% 인상안을 다시 이사회에서 의결, 전기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번에 반려당한 인상안보다는 2.4%포인트 낮아진 것이지만 인상분 외 6.1%를 연료비 연동제를 통해 미수금 형태로 보전받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바꾸어 말하면 현재 전기요금 인상요인은 16.8%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한전이 이처럼 두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전기요금 현실화만이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식이 증권시장에 상장된 공기업으로서 경영진이 적자 누적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데도 크게 기인한다.

한전의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 요구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즉각적인 거부의사를 밝혔다. 또한 대기업의 권익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폭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나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도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대폭인상 반대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정작 한전은 현재의 전기요금 수준이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역으로 통신요금의 경우 가구당 부담비용이 크게 늘었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10년전이나 20년전에 비하면 전기요금은 불과 몇십% 오른데 그쳤으나 통신요금은 휴대폰 보급이 늘면서 가구당 평균 20만원이 넘어서면서 몇배가 늘어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폭 인상 거부방침이 보도된 뒤 한전 이사회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전은 대만이 지난 4월 마잉주 총통이 직접 담화문을 발표해 가면서 산업용 35%, 가정용 10% 등 전기요금 인상을 관철시켰다며 지난 30여년간 낮은 전기료로 산업계를 지원해준 만큼 앞으로는 산업계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가계를 위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웃 일본도 전기요금을 10% 이상 인상해 전기절약에 성공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일본의 경우 작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거국적인 전기절약 운동에 나서 올해 6월의 경우 2년전보다 수요를 13% 줄이는데 성공했다. 도쿄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간토지방의 경우 평일 피크시간대 요금을 대폭 높이는 대신 심야요금을 크게 낮추는 피크 시프트 플랜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오사카 등 서쪽지방에 전력을 공급하는 간사이전력은 시간대 전기요금이 6.4배나 차이가 나는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원자력발전소 전면 가동중단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줄이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언제까지나 전기요금을 관치체제로 갖고 갈 수 없다. 설사 요금을 억누른다 해도 한전이 공기업임을 감안하면 언젠가는 국민에게 부담이 돌아오게 되어 있다.
가격이 소비자의 태도를 결정하는 가격기능을 살리도록 정부는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요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