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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이제는 수요관리다 ① 에너지정책
맘껏 쓰게 만들고 '에너지절약' 외쳐봐야 헛구호
[241호] 2012년 06월 11일 (월) 10:00:06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남역사거리. 한남대교 방향으로 신논현역까지 한 정거장 거리(약 700m)를 직접 걸어가며 대형상가의 냉방실태를 점검했다. 이날 지식경제부는 하절기 전력 과소비를 막겠다며 실내온도 26℃이상 유지, 개문(開門)냉방영업 제한 등의 에너지사용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강남 한복판 대형상가들은 정부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 너나할 것 없이 출입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있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걷는데도 상가에서 쏟아져 나온 냉기가 느껴질 정도다. 모 악세서리 매장은 아예 출입문 안쪽에 선풍기를 세워놓고 도로를 향해 에어컨 바람을 보내기도 했다.

이 구간의 매장 30여곳 가운데 문을 닫고 영업중인 곳은 J귀금속과 D패스트푸드점 단 두 곳 뿐. 여름철 전력수요의 21%를 차지하는 냉방기는 온도를 1℃ 낮출 때마다 7%의 에너지가 더 든다. 40㎡규모 매장이 문을 연 채 실내온도 26℃를 유지하려면 3.3배나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는 시험결과도 있다.

손익계산이 빠른 점주들이 이걸 모를 리 없다. 이들의 개문영업은 나름 이유가 있다. 더위에 지친 고객을 매장안으로 유인해 매상을 높이는 게 전기요금을 더 내는 것보다 낫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 전기료는 OECD 국가중 가장 낮다. 싼값에 맘껏 에너지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아무리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외쳐봐야 먹혀들지 않는다. 

여기에 산업화 이후 수십년간 풍족한 에너지혜택을 누려온 국민의 DNA 속에는 이미 '값싼 에너지=국민복지'란 등식이 각인돼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정부의 의무이고, 그걸 향유하는 게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에너지 주관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정책목표도 동력자원부 시절부터 '안정적 에너지공급' 일변도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이를 위해 반도체·자동차 수출액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풍경이다.  급기야 현재 전기는 원가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은 정부 스스로 자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급위주의 에너지정책이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에너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를 신경쓰기보다 밑빠진 독에 물이 빠질새라 노심초사하며 대형발전소 증설에 열을 올렸다. 당장 싸게 쓰면서 대용량 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이 때문이다.

이런 에너지정책의 결과는 참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효율성 지표인 에너지원단위(에너지소비량/GDP)를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에너지중독자'인지 드러난다. 2009년 기준 한국의 에너지원단위는 0.299로 0.096인 일본보다는 3배, 0.157인 독일보다 2배 높다. OECD 평균인 0.174보다도 크게 높다. 같은 재화를 생산하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는 얘기다.

이런 지병을 방관한 정부는 지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정부는 대용량 수용가를 대상으로 기존 사용량보다 전력을 20%이상 절감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당장 '블랙아웃'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일종의 수요관리인데, 하루 약 100억원이 혈세가 공중으로 날아가고 있다. 에너지정책을 '안정적 공급'에서 '적극적 수요관리'로 전환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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