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효율·원전 안전·신재생에 집중지원 계획
수평적 소통·교육기회 제공으로 조직 안정화 추구

[이투뉴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하 에기평)이 지난 8일 안남성 신임 원장을 맞았다. 그는 우리나라 에너지기술 R&D의 기획·평가를 총괄하고 있는 에기평이 올해 설립 3주년을 맞아 앞으로 질적 성장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1985년 한전 전력연구원에 입사해 에너지기술 R&D의 정책·기획·평가 업무를 두루 거친 에너지 전문가로 미국 중앙전력연구원 근무 시절에는 R&D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 연구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R&D 방향을 도출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에너지 산업이 단순히 경제의 일부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에 기술개발 없이는 기후변화 대응이나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에기평의 에너지 R&D 방향을 온실가스 감축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맞추고 ▶에너지 효율향상 ▶원전 안전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기술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기술 R&D, 안전성 강화로 방향 전환해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우리나라 9·15 정전사태는 앞으로 에너지기술의 R&D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계기였습니다. 이젠 설비 투자를 통한 증설과 성능 향상에 집중돼 있던 에너지 분야 R&D를 효율 향상과 안전 기술 등으로 넓힐 때입니다."

에너지 분야의 사고가 사회·경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에 정전을 막으려고 계속해서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기 품질이 소비자들에게 정전에 대한 피해의식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모든 분야에 고품질의 전력이 공급되다 보니 정전 자체가 마치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이제는 미래 에너지기술 R&D를 통해 정전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단순히 그 분야의 투자를 줄이거나 R&D의 적극성을 잃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원전사고로 불거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979년 쓰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석탄화력 발전소에 집중한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증하는 상황에 당면했다. 결국 최근 미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및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의 R&D 투자를 전격 발표했다.

안 원장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지난 20~30년 동안의 원전 산업의 R&D 투자 감축을 정책의 실패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사고 재발 방지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안전 기술 및 사용 후 연료 처리 기술 등으로 R&D 전략을 전환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린에너지, 생산-저장-활용 비즈니스 모델 강조
그는 "에너지기술 R&D의 기본 방향이 온실가스 감축에 맞춰져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원자력을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기존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의사소통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R&D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향상 등 그린에너지기술에 대해서는 원가절감 메커니즘 달성과 패키지형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목표로 R&D 방향을 설정할 계획이다.

안 원장은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에너지원으로서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태양광과 풍력은 기술의 정체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차세대 기술 기획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관련 부품 및 소재 개발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공정기술 등 통합 R&D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술기획 단계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등을 패키지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저장기술과 스마트그리드 등 제반기술을 연계해 생산-저장-활용에 이르는 통합 비즈니스 모델로 기업과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기후변화 정책은 에너지 R&D에서 시작하는 것
안 원장은 "에기평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R&D 지원을 통한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 창출에 있다"며 "에너지 문제는 사회 시스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R&D 역시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계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기술 R&D는 국가에너지기존계획과 같은 장기전망과 연계해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안 원장은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최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목표만 있을 뿐 정작 중요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 정책은 결국 에너지 R&D 정책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에너지 R&D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향상 등 관련 기술 R&D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에기평 내부적으로는 수평적인 소통 활성화를 통해 조직 안정화에 나설 방침이다.

안 원장은 "올해로 3주년을 맞는 에기평은 이제 조직 안정화에 나설 시점"이라며 "전체 임직원들 사이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직원들의 자기계발 중요성을 강조하며 최대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5년, 10년 후 직원 스스로 발전된 모습을 갖추는 것이 기관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원장은 "연구원 개개인이 에기평에 근무하면서 '자아실현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원장인 저를 포함해 전 임직원이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에기평을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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