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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③] ‘원칙’과 ‘현실’ 따로 노는 가스요금
LNG는 원료비 연동제 감사청구까지 제기
도시가스 공급비용 반영 지자체 입맛대로
LPG는 가격자유화 불구 정부 간섭 여전
[239호] 2012년 05월 28일 (월) 10:00:15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이투뉴스] 가스분야는 업종별로 나름 가격조정의 원칙이 세워져 있다. 문제는 현실이 이같은 원칙과는 관계없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원칙은 그저 원칙일 뿐인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원료비 연동제가 시행되며,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전년도 공급비용을 반영해 조정하는 제도로 지자체가 승인권을 갖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는 국제도입가격과 환율을 반영한 자율가격체계이다.

LNG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미수금은 현재 5조원에 육박한다. 두달 간격으로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켜 조정하는 원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조정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다보니 미수금이 쌓이고 쌓인 것이다.

원료비 연동제는 요금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8년 8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겨우 4번만이 원칙에 따라 이뤄졌을 뿐이다.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를 그대로 연동해 반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수시로 유보시키다보니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같은 양상은 그대로다. 1월, 3월, 5월 세 차례의 요금 조정시기 모두 원료비 연동제가 유보됐고, 이로 인해 미수금은 4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국제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외화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급기야 올해 3월에는 가스공사 주주 300여명이 연명으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내기에까지 이르렀다.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 시행과 관련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연동제 취지와는 다르게 지식경제부 장관이 과도한 재량권을 행사했는지를 따져보고, 유보조건과 결정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모든 지자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시가스 소매요금도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형국이다.

정부의 지침과 승인권자인 지자체와의 잣대가 이중적으로 이뤄지는데 따른 공급비용 산정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전과 안정공급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신규 소비자가 결국 기존 소비자의 요금 부담분까지 안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중앙정부는 도시가스 공급비용과 관련 산정기준 수립 등 정책만 입안하고, 지자체가 공급비용 승인권을 소유하다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공급비용 산정과 관련 전문기관의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조정요인을 적정하게 반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연구용역 결과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거나 연구용역에 관여해 결과를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물가안정과 서민정책이라는 틀에 묶여 인하요인은 철저히 반영하고 인상요인은 어떤 식이든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민간기업임에도 불구 공익성만을 내세워 마치 지자체 산하 조직의 일부로 간주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윤 창출을 위한 기업의 시장주의적 역할을 회복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더라도 해도 너무하다는 반발이 거세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가 그렇다.
199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진행된 공급비용 변동내역을 보면 이같은 정황이 확연하다. 공급비용 상의 투자재원은 도시가스 보급확대를 위해 마련된 자금이다. 1993년 ㎥당 13.96원이었던 투자재원은 1997년 4.97원으로 대폭 낮아지더니 2002년에는 1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는 아예 폐지됐다.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투자재원을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요금인상 요인이 있을 때마다 투자재원을 차감해 요금을 동결시키거나 인하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199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16번의 요금조정 때 연구용역에서 공급비용 인하가 제시된 3번은 모두 그대로 요금을 인하했다. 그러나 공급비용 인상이 제시된 6번은 단 2번만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했을 뿐 나머지 4번은 투자재원 차감의 방법을 통해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공급비용 재산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오히려 요금 동결이나 인하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결과가 된 셈이다.

지난해 투자재원이 완전 폐지됐다는 점에서 올해부터는 또 어떤 방식으로 요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LPG 공급가격은 2001년부터 정부 고시체계에서 자율가격체계로 바뀌었음에도 불구 왜곡현상을 초래한지 오래다.

국내 LPG수입사 및 정유사의 공급가격은 사우디아람코의 국제도입가격(Contract Price)에 환율 등을 감안해 사별로 자율적으로 책정토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서민연료라는 미명 아래 정책적인 압박을 통해 사실상 여전히 통제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해의 경우 2월부터 5월까지 넉달 간 국내 LPG가격은 동결됐다. 국제 LPG도입가격이 평균 톤당 820달러에서 945달러까지 올라간 것과는 전혀 다른 가격조정 그래프를 그린 셈이다.
이처럼 조정 요인과 비례하지 않는 국내 가격의 배경에는 물가안정을 고려해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입김이 있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같은 어긋난 가격체계로 상반기에 LPG수입사들은 각각 350억~450억원의 부담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고, 하반기 내내 이를 분산반영하는 묘수를 찾느라 고심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2월 국제도입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넘어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더니 3월에는 1200달러로 이를 또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국내 가격은 정책에 대한 협조(?) 차원에서 인상요인의 40~45%만을 반영해 조정됐다.

올해 들어서만 LPG수입사들이 떠안고 있는 미반영분이 각사별로 450억~600억원에 달하고 있다. 원칙과는 상반된 가격결정체계에서 오는 경영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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