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수출기업 직격탄…전략적 적자수출 감수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주요 제품의 대일(對日) 대한 수출이 타격을 받고 제3국 시장에서도 일본 제품에 대한 한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원ㆍ엔 환율 하락은 특히 환율 변동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흡수할 여력이 적은 대일 수출 중소기업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대기업들은 미국,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일 수출은 '직접 영향권'=20일 업계에 따르면 원.엔환율 하락은 대일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엔 환율 하락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대일 수출에서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 하락에 따라 일본시장에서 중국산과  경쟁관계에 있는 부품류와 농수산물 등은 이미 수출이 중단된 사례가 발생했으며, 환율하락 추세가 계속되면 대일 수출중단 품목이 확대될 전망이다.
상당수 업체가 환율하락과 더불어 유가상승, 원자재 가격상승 등에 따른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율하락폭 이상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일본시장 유지를 위하여 적자수출을 감수하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대일 수출기업들은 원ㆍ엔의 적정환율을 대체로 100엔당 850원에서 950원대로 보고 있어 800원대 아래로 떨어진 환율수준에서는 적자수출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  수출을 포기하는 사태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금년 1~8월 대일 수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11.2% 증가했으나 삼성과 소니의  한일합작회사 설립에 따른 평판 디스플레이의 대일 수출 급증, 유가상승에 따라 총 수출금액이 크게 늘어난 석유제품 수출 등 특수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2.5% 증가에 불과했다.

 

◇대일 중소수출기업에 '직격탄'=최근의 원화 강세로 인한 대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은 지난 1년여 동안 원.엔 환율의 하락으로 채산성  악화를  감내해온 대일 수출 중소기업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농산물 수출업체인 L무역의 경우 대일 김치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72% 급감했으며 이 업체보다 규모가 적은 다른 김치 수출업체는  이미  부도가 났다.
대일 수산물 수출 중소업체들은 원ㆍ엔환율 하락에다 일본내 수요 감소까지 겹쳐 수출이 감소하는 등 대일 농수산물 수출업체 중 영세업체들은 대부분 근근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생활용품을 일본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은 가뜩이나 중국, 동남아산  제품들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원ㆍ엔 환율 하락까지 겹쳐 수출 애로가 심화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품질면에서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보다 앞선 경우는 아직까지 그런대로 견디고 있으나 품질이 비슷할 경우는 바이어가 아무래도 가격이 싼  중국 및 동남아로 수입선을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일 수출 중소기업 중 수출 지역이 미국, 유럽 등으로 다변화돼 있어 결제 통화가 달러, 유로화 등으로 다양하면 환리스크가 분산되나 그렇지 않은 경우  환율변동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바이어에게 결제통화를 달러로 바꿔줄 것을 최근 요구했으나 응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인해 북미,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 측면에서 불리해지고  있는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원화 환율이 하락하는 데 비해 엔화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탈동조화 현상으로 인해 일본 제품은 달러표시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반면 한국 제품은 달러 표시 가격이 오히려 올라가거나 인하되더라도 그 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자동차ㆍ전자ㆍ반도체ㆍ모니터ㆍPC부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서 나타나고 있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원ㆍ엔 환율이 800원대가 깨지면서 해외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성수기 준비를 위해 10월께 관례적으로 TV업계가 진행하는 가격 인하에서 엔화 약세를 무기로 한 일본업체들의 가격 인하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 전역 600여개의 판매점을 갖춘 대형 유통점인 '서킷 시티'에 따르면 최근 42인치 PDP TV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등은 200-500달러를 내렸지만, 일본 파나소닉은 700달러나 인하했다. 엔화 약세의 힘을 절감하는 대목이다.
일본 샤프는 지난달 마지막주 미국시장에 32인치 LCD TV  제품을  1185달러에 내놓았다. 이는 동급의 삼성전자 '보르도' LCD TV(1362달러)보다 무려 177달러나 싼 가격이다.
뿐만 아니라 '보르도'와 동일한 LCD 패널을 사용하는 일본 소니의 '브라비아' LCD TV도 삼성전자 제품보다 싸게 팔리고 있다.
소니는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해 지난달말 미국 시장에서 32인치 LCD TV 평균 판매 가격을 종전 1376달러에서 1359달러로 17달러나 인하한 반면  삼성전자는 1365달러에서 1362달러로 3달러 내리는 데 그쳤다.
자동차 업계는 미국시장에서 그동안 비교우위를 차지했던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된 가운데 계속되고  있는  엔저 현상으로 경쟁상대인 일본 차와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거나, 오히려  일본차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소형차 부문에서는 지난 3월 미국시장에서 일본차의 가격이 한국차 가격보다 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북미시장에 일본의 도요타 야리스가 1만1825달러(1.5ℓ 수동변속기 기준)의 가격으로 출시된 것. 이는 당시 현대차의 엑센트(1만2455달러, 1.6ℓ 수동변속기 기준) 보다 630달러 싼 가격이다.
이 같은 가격 격차는 줄지 않아 지난 9월 현재 야리스와 엑센트의 가격은 각각 1만1925달러, 1만2565달러로, 그 격차는 기존 630달러에서 640달러로 10달러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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