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준가 1월 공고 후 이례적 번복 재공고
시공업계 "일괄 삭감폭 적용 전형적 탁상행정" 반발

▲ 태양광 그린홈100만호사업 시공현장(좌)과 oo구청 공공의무화사업 시공현장(우). 시설 특성상 전체 공사비에서 구조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이투뉴스] 정부가 올해 태양광 기준단가를 공고한 지 보름여만에 이례적으로 기준가를 추가 삭감해 수정공고를 내면서 그 배경과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준단가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과 일반보급사업, 지방보급사업 등에 적용되는 최고 설치단가로, 시공비 상한선으로 준용돼 그해 관련업계의 수익률을 결정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적시한 관련 고시에 따라 설비비(자재비) 하락폭을 감안해 매년초 기준단가를 일괄 공고해 왔다.

6일 지식경제부와 시공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달 17일 전년 대비 약 13% 가격을 인하한 태양광 기준단가를 공고했다. <아래표 참조>

애초 책정된 kW당 기준단가는 주택 고정식 491만6000원, 주택 추적식 491만6000원, BIPV 1200만3000원, 일반건물 고정식 624만7000원, 일반건물 추적식 704만1000원 등이었다.

하지만 공단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초 공고가 발표된 날로부터 16일이 흐른 이달 2일 예고없이 첫 공고 기준단가에서 약 20.4%를 추가 삭감해 수정공고를 냈다.

결과적으로 올해 기준단가는 전년 대비 약 30.7% 내린 kW당 391만3000원(주택 고정식 기준)이 됐다. 기준단가가 공고 후 재조정돼 수정공고된 것은 정부 보급사업 추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 보급사업 개시 이래 첫 수정공고…시공업계 혼선

예고없이 삭감된 기준단가가 추가 발표되자 올해 사업을 준비하던 관련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정공고 자체가 전례가 없는데다 보름여만에 예상 수익률이 절반으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그린홈 100만호 시공사인 A사 관계자는 "이 정도 인하폭은 거의 마진없이 일하란 얘기나 나름없다"며 "갑자기 정책을 뒤바꾸는 바람에 올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태양광 원별 기준단가표. 상단 기준가가 지난달 17일 공고된 가격이며, 하단표가 이달 2일 수정공고된 단가다. <신재생에너지센터>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올해 보조금 지원비율이 40%로 떨어져 시장 반응이 싸늘한데 사업환경까지 더 악화돼 의욕을 잃었다. 수정공고까지 내가며 기준가를 깎아 내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맹성토했다.

관급 공사인 공공의무화 및 지방보급 사업에 비하면 그린홈 100만호 사업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문시공사들에 의하면 이들 사업은 현행 조달청 입찰 시스템에 따라 공고된 기준단가의 80% 수준에서 실제 납품단가가 결정된다. 수정공고 기준단가를 적용하면 kW당 397만원 수준이다.(일반건물 기준)

게다가 기존 지붕을 이용하는 주택보급사업과 달리 공사 특성상 대부분 별도 지지물을 설치해야 하므로 전체 공사비에서 구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하지만 구조물 단가는 철강재 인상에 따라 지난해보다 소폭 인상됐거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타자재 단가와 노무비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게 시공업체들의 전언이다. 

지방보급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B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인하된 모듈단가를 감안하더라도 수정공고된 단가는 시공사들이 감당할 수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며 "여기에 11%(1억원 미만)가 넘는 설계·감리비와 하자 책임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올해 사업은 적자시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공공의무화 · 지방보급사업 "적자시공 불가피"

기준단가 삭감수준이 시공업계 생존기반을 위협하는 과도한 수준이란 지적과 함께 인하폭이 실제 자재비 변동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투뉴스>가 지식경제부와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첫 기준단가 공고는 지난해 11월 신재생에너지센터가 태양광산업협회에 의뢰한 모듈단가 데이터가 확보된 이후 책정됐다.

협회는 당시 Wp당 최저 1200원에서 최고 1400원까지 시장가가 형성됐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듈 가격추이로 봤을 때 첫 공고 당시 책정된 인하율 13%는 이를 근거로 책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협회는 수정공고가 나가기 하루 전인 이달 1일 센터로부터 한 차례 더 모듈가격에 대한 질의를 받는다. 이때 협회는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12월 가격이 40% 가량 떨어졌다"는 회신을 준다.

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시(지난해 1월) 가격이 kW당 500만원이라면, 12월 가격은 여기서 약 190만원 정도의 인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준단가를 추가 삭감하기로 결정하고 수정공고 불과 하루 전인 지난 1일 협회에 재차 최신화된 가격정보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 태양광산업協에 수정공고 하루전 추가 질의

하지만 공단의 설명은 이같은 정황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수정공고가 나간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재생에너지센터 주무 담당자는 "17일자(애초) 공고는 모듈가격 조사시점이 전년 상반기 이전이라 이후 크게 떨어진 하반기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가격정보를 센터 측에 통보했다는 태양광산업협회 측 설명과 배치된다.

이 점을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모듈값이 급락하는)당시 상황이 워낙 특별하다보니…"라면서 "시장(업계) 목소리를 들어보니 굉장히 낮게 시공되고 있어 협회의견과 업체 의견을 종합해 불가피하게 수정공고를 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센터 측은 "그린홈 업자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않는 자부담 시장에서 3kW 기준 1000만원 이하로 시공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번 조치를 보조금 비율을 낮춰 그 혜택이 여러 소비자들에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예산 집행의 효율을 높이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센터는 당시 의견을 제시했다는 '업체'와, 이 업체가 제시했다는 시공가능 단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이런 과정을 통해 원별 기준단가를 책정하는 것이 고시 절차에 합당한 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 신재생에너지센터 "불가피하게 수정공고"

시공업계는 이번 수정공고에 대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기준단가를 토대로 올해 관급공사에 나서야 할 공공의무화사업 및 지방보급사업 시공업체는 "정부가 부실시공을 조장하고 있다"며 수정공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그린홈과 지방보급·공공사업은 공사방법 자체가 틀린데다 자재비 비율도 크게 다르고, 검증도 안되는 저질 자재를 사용하는 자부담 시장과도 품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면서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최저가만 참고해 전체 삭감폭을 결정했다면 공단이 분명 오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D사 관계자도 "나라에서 장려하는 사업일수록 시공사의 최소마진 정도는 고려해 발전효율과 시공품질, 사후서비스까지 챙겨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러다가 태양광 보급시장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과거 태양열 시장 전철을 밟게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공공의무화 및 지방보급사업 전문시공업체들은 이번 수정공고의 불합리성을 바로잡겠다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우선 관련기관에 공식 민원을 제기한 뒤 추후 정보공개청구나 행정소송 제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C사 관계자는 "건전하고 양심적인 업체의 지적도 이윤만 쫓는 장사꾼 주장으로 몰고가 '가격을 낮춰도 가능한 업체가 있는데 무슨 말이냐'는 게 지금까지의 공단이었다"며 "결국 그런 정책이 품질도 보장되지 않는 '저가 먹튀업체'만 양산해 국내 보급시장의 전체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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