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장쑤성 치동 한화솔라원 생산공장
태양전지 1.5GW · 모듈 1.7GW 증설 완료
내년까지 Wp당 생산경비 10센트 추가 감축

▲ 중국 장쑤성 치동 한화솔라원 태양광 생산공장 전경.

[이투뉴스] 태양광 산업이 미증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욱일승천하던 시장도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꽁꽁 얼어붙고 있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소리없이 절멸할지 알길이 없다. 그리드패리티 이후 '태양의 시대'는 이 시련기를 견뎌낸 이들만의 독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수은주가 갑작스레 영하로 내려선 지난해 12월 1일 중국 상해장강대교(上海長江大橋). 거친 물살을 일으키며 동중국해로 흘러가는 장강(長江)은 차라리 거대한 황토빛 바다였다. 취재진을 태운 차량은 상해 푸동(浦東) 국제공항을 출발해 장쑤성(江蘇省) 치동(啓東)을 향해 내달렸다.

치동은 원래 상해 북쪽 쎈하이 고속도로 타고 하이먼시를 거쳐 돌아가야 한다. 승용차로 3시간 거리다. 하지만 이날은 시간절약을 위해 충밍도(崇明島) 동쪽 장강을 카페리로 건너는 코스를 택했다. 연내 충밍~치동간 새 다리가 개통되면 상해부터 치동까지의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단축된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치동시 임양로(林洋路) 한화솔라원 태양광 생산공장 정문. 때이른 어둠이 내려앉은 공장 주도로로 수백대의 전기오토바이 행렬이 썰물처럼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치동은 인구 100만명 규모의 중소도시. 이 중 한화솔라원 직원이 1만2000여명이다. 

공장 가동률이 높았던 시절에는 한때 직원수가 1만3000명을 육박했다고 한다. 이 지역 경제와 고용을 떠받치고 있는 한화솔라원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앞서 2010년 8월 한화는 옛 솔라펀파워홀딩스의 지분 절반을 4340억원에 인수하며 태양광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솔라펀은 잉곳·웨이퍼 400MW, 태양전지(Cell) 500MW, 모듈 900MW 등의 생산능력을 갖춘 업계 4위 기업이었다. 2006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 한화솔라원 기술진이 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화는 업계 후발주자에서 단숨에 선두그룹으로 치고 올라섰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업황이 하강국면인데 한화가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시샘어린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후 한화솔라원의 주가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한화는 예상했다는 듯 초연했다. 오히려 3개월만에 M&A를 마무리 짓고 이듬해 3월 사명을 지금의 한화솔라원으로 변경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애초 경영진은 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인수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선두그룹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실질적인 한화 경영체제가 가동된 지 1년여가 흐른 이날 <이투뉴스>가 치동개발구내 한화솔라원 생산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그 사이 이 회사는 선두그룹의 GW급 증설경쟁에 합류해 케파(capacity)를 잉곳·웨이퍼 800MW, 태양전지 1.5GW, 모듈 1.7GW 등으로 배 이상 키웠다. 반경 2km 이내에서 잉곳·웨이퍼부터 태양전지, 모듈까지 수직계열화된 생산이 가능하다.

한화솔라원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치동에서 70여km 떨어진 난퉁(南通) 경제기술개발지구에 1GW급 태양전지·모듈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현재 건물이 완공돼 일부 모듈생산 설비가 들어선 상태다.  

▲ 공정을 거쳐 생산이 완료된 태양전지가 효율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기준 세계 태양전지 생산능력의 58%를 점유한 '세계의 태양광 공장'이다.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선두기업들의 본거지인 이곳에서 치열한 원가절감과 규모의 경제 확보, 한화식 기업문화 정착이란 세가지 미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단가하락에 따른 원가경쟁력 제고는 발등의 불이 됐다.

한화솔라원 잉곳·웨이퍼 공장은 현재 0.14mm 두께인 동(銅) 소재 쏘잉 와이어(Sawing Wire)를 점차 0.10mm로 교체해 나갈 예정이다. 보통 800mm 잉곳을 잘라내면 2100여장의 웨이퍼가 나오는데, 절단용 와이어를 좀 더 가늘게 만들어 버려지는 실리콘 원재료를 최소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루핑 웨이퍼 라인 부총경리는 "일부 생산공정은 장비 대신 인력을 투입하고 있지만 자동화한 기업보다 생산성이 높고 불량률도 중국업체 중에서 낮은 축에 속해 직원들의 자부심이 높다"고 말했다.  

▲ 생산단지 한켠에 설치된 한화솔라원 태양광 모듈.
품질관리와 연구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R&D센터도 원가절감 연구가 한창이다.

최신 장비를 보유한 70여명의 연구인력이 불량률 최소화와 품질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 모듈 뒷면에 장착되는 정션박스(Junction Box)를 기존의 절반 크기로 줄이고 내부를 실리콘 소재를 채워 내구성을 높인 것도 R&D센터의 작품이다.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모듈당 중량은 동급대비 3kg나 줄였다.

현재 한화솔라원 치동 생산공장의 프로세싱 코스트(Processing cost. 생산경비)는 와트당(Wp) 70센트 수준. 회사는 공장 운영효율화와 공정개선, 원소재 구매경쟁력 향상 등을 통해 내년까지 이를 60센트 수준으로 낮출 방침이다.

서정표 한화솔라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특정 한 부분만 잘 관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구매, 인력운용, 가동률 등 모든 부분을 최적화해야 가능한 일"이라면서 "한화의 시스템을 현장에 정착시키고 시너지를 발휘하면 가장 선두기업으로 나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치동(啓東) =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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